Don't cry로 깜짝 데뷔..전신마비 이겨낸 '인간승리' 김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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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스텐 보컬 하현우가 한창 '복면가왕'으로 이름을 떨칠 때였다. 무수히 많은 노래를 무대 위에 올려 가왕 지위를 이어갔지만, 가장 결정적인 한 방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 노래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웬만한 남자들은 순수 가성으로도 목이 막혀 낼 수조차 없는 고음이다(그래서인지 아마추어 가수 중 이 노래를 커버한 사람도 많지 않다.
김혁건은 전성기 시절에도 탄탄한 발성을 자랑했는데, 이를 응용해 사고 이후에는 성악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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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109] 국가스텐 보컬 하현우가 한창 '복면가왕'으로 이름을 떨칠 때였다. 무수히 많은 노래를 무대 위에 올려 가왕 지위를 이어갔지만, 가장 결정적인 한 방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 노래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현우가 후렴구 '널 사랑해, 널 사랑해'를 목놓아 부르자 방송인 신봉선이 눈물을 훌쩍거리는 걸 보았다. 하현우는 초고음 음표가 난무하는 이 노래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불러냈다. 도입부에서 원곡 대비 한 옥타브를 낮게 부른 대목에서는 그의 음역대가 아래 위로 얼마나 넓은 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카피곡이 나와도 원곡의 감동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 곡처럼 원곡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했던 곡을 놓고서는 그런 의견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더 크로스'가 부른 '돈 크라이(Don't cry)'얘기다. 그리고 이 노래를 세상에 처음 알린 보컬 김혁건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다.
Don't cry는 다소 이색적인 운명을 타고났다. 이 곡을 부른 원곡자가 둘이다. 더 크로스 1대 보컬 김혁건과 2대 보컬 김경현 모두 자신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현우가 부른 버전은 2대 보컬 김경현의 스타일을 따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1대 보컬인 김혁건에만 한정하여 내용을 전하고자 한다(김경현에 대해서는 추후 근황을 전할 예정이다). 김혁건은 전성기 시절 가히 한국을 대표할 만한 탄탄한 고음 보컬이었으며, 불의의 사고로 절망한 뒤에도 꿋꿋한 자세로 희망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불사신 같은 존재다.

'Don't cry'는 지금 와서 복기해보면 여러모로 신비로운 곡이다. 크게 세 가지 방면에서 그렇다. 한 가지는 벌써 설명했다. 원곡을 부른 가수가 두 명인 희귀한 곡이다. 리메이크 개념이라고 볼 수도 없고, 원곡 가수가 두 명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 두 번째는 극악의 난도다. 일단 모두에게 익숙한 가사를 한번 살펴보자.
그대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우리의 사랑을 볼 수 없을 테니
울지 말아요 이제야 나는 알겠으니
날 사랑하던 그대는 이미 없다는 걸
so you don't cry for me
세월 지나도 난 변하지 않아
and then I cry for you
이 밤 지나면 이젠 안녕 영원히
그대의 아픔도 눈물도 슬픈 상처도
내가 갖겠다던 약속들 잊지 않았기에
울지 말아요 이토록 사랑하기에
이젠 안녕 천천히 그리고 영원히
so you don't cry for me
세월 지나도 난 변하지 않아
and then I cry for you
이 밤 지나면 이젠 안녕 영원히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영원히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언제나 영원히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so you don't cry for me
이 곡은 이시하 작사·작곡의 노래인데 다분히 'X-재팬'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곡의 흐름이 뚜렷하다. 곡의 난도는 'X-재팬'의 어떤 곡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긴장감을 높이는 변곡점 개념을 하는 부분이 'so you don't cry for me'로 시작하는 후렴이다. '세월 지나도'의 첫 음인 '세'가 2옥타브 라에서 시작한다. 다음 가사인 '난 변하지 않아'의 '변' 부분에서 3옥타브 도까지 올라간다. 다음 가사인 'and then I cry for you'에서 잠시 쉬어가는 곡의 긴장은 '이 밤 지나면'을 거치며 한층 고조된다. 화려한 고음이 펼쳐지는 '영원히' 부분에서는 '영'에서 3옥타브 파가 걸리고 바로 다음음인 '원'은 3옥타브 미로 이어진다. 참고로 소찬휘가 부른 '티어스(Tears)', 스틸하트의 '시스곤(She's gone)'의 최고음이 '3옥타브 솔'인 걸 감안할 때 'Don't cry'의 난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참고로 곡 후반부 가사 없이 질러대는 샤우트는 3옥타브 시까지 올라간다).
마지막 세 번째 미스터리는 이 노래가 나왔을 당시 생각보다 히트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동료가수들에 의해 수없이 리메이크 되면서 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곡이지만, 노래가 나왔을 당시는 철저하게 아는 사람만 아는 노래였다. 각종 가요 순위프로그램에 간간히 얼굴을 내밀었지만 1위는커녕 10위 안에 드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라이브 무대에 서면 남자들이 걸걸한 목소리로 떼창을 해줄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라기보다는 매니악한 인기에 가까웠다. 당시 김혁건의 목소리는 노래와 더 이상 어울리는 가수를 찾기 힘들 만큼 안성맞춤이었다. 김혁건 특유의 스크래치 창법은 하루이틀 연마해 완성된 게 아니었다. 참고로 'Don't cry' 첫 번째 주인공 김혁건은 이 노래를 매우 기술적으로 불러내는 가수였다. 김혁건의 타고난 미성을 바탕으로 특유의 두성 스크래치를 통해 파워를 보강하는 방식을 썼다. 목소리 자체가 비강공명을 통해 목소리가 잘 '떠져' 있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가 3옥타브 이상의 초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때조차 '음을 억지로 밀어올리는 듯한' 인위적인 느낌이 없었다. 노래 두 번째 주인공인 김경현은 타고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힘으로 찍어 누르는 스타일이었다. 그 역시 성인 평균 남성보다 타고난 높은 음을 가지고 태어난 덕을 일부 봤지만 그가 내는 초고음의 상당수는 피나는 연습을 바탕으로 얻어진 것이다. 특유의 두성 발성으로 음을 단숨에 폭발시키며 불러내는 그의 가창 스타일은 매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김혁건에 비해 목에 핏대를 좀 더 세우고 부르는 스타일이지만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최고의 방식으로 노래를 소화한 사람들이었다(김경현의 열과 성을 다하는 가창 스타일은 보는 사람들 감정을 더 이입시키는 역할도 했다).
'Don't cry'가 실린 더 크로스의 첫 번째 앨범이 상업적으로 실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기록하면서 밴드 멤버인 이시하와 김혁건은 밴드의 장래를 놓고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점이 김혁건이 밴드에서 탈퇴하고 2기 보컬로 김경현이 들어오게 되는 시나리오를 만든다. 록을 사랑했던 김혁건은 자신만의 밴드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밴드 '크로스'를 결성하고 신규 앨범을 내게 된다. 2007년 11월에는 솔로 앨범도 발표한다. 여기에 한국 가요 역사상 수많은 아마추어가 도전했다가 쓰린 눈물을 흘린 '나만의 그대'라는 곡이 실려 있다. 최고음이 3옥타브 라에 달하는 괴랄한 음표를 가진 노래다.
그대는 나만의 사랑이야
난 너를 볼 순 없어
그대는 나만의 사랑이야
난 니가 필요해
나 너를 볼 수 있지만
너 나를 볼 순 없는데
너만을 바라보며 난 널 생각했어
그저 손잡고 걷고 싶다고~
My love 난 너를 원해
My love 니가 필요해
My love 나를 안아줘
너만은 행복하기를 바래
내 안의 너
나 너를 볼 수 있지만
너 나를 볼 순 없는데
너만을 바라보며 난 널 생각했어
그저 손잡고 걷고 싶다고~
My love 난 너를 원해
My love 니가 필요해
My love 나를 안아줘
너만은 행복하기를 바래
내 안의 너
My love 난 너를 원해
My love 니가 필요해
My love 나를 안아줘
너만은 행복하기를 바래
내 안의 너
전체 음의 절반 이상이 3옥타브 이상인 초고난도 노래다. 김혁건의 '탁 치고 올라가는' 고음 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게 곡이 만들어졌다. 이 노래는 1절에 'My love'가 세 번 2절에 'My love'가 세 번씩 나오는데 첫 번째 'My love' 구간에서는 2옥타브 미에서 'My'를 부를 뒤 곧바로 한 옥타브를 바로 올려 'love'를 3옥타브 미로 불러낸다. 두 번째 'My love'에서는 2옥타브 파에서 3옥타브 파로 도약하고 세 번째 'My love'는 2옥타브 솔에서 3옥타브 솔로 음이 뛴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를 안아줘' 부분의 '나'에서 장렬한 3옥타브 라의 음이 찍힌다. 웬만한 남자들은 순수 가성으로도 목이 막혀 낼 수조차 없는 고음이다(그래서인지 아마추어 가수 중 이 노래를 커버한 사람도 많지 않다. 지금 돌아다니는 영상 중에서는 딱 두 곡을 추천할 만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6년여 전 유튜브에 올라온 '이구리 버전'이 진리였다. 최근에는 김혁건과 외모도 닮은 '샤우트킹'이란 가수가 이 노래를 멋지게 카피했다).
다만 김혁건은 활동 내내 대중적으로 아주 성공한 가수 축에는 들지 못했다. 김혁건이 또 다른 각도에서 세상의 중심에 선 것은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진 뒤다. 우여곡절 끝에 김혁건과 더 크로스 원년 멤버 이시하는 더 크로스 재결성에 나서게 된다. 녹음 작업 중이던 2012년 3월 김혁건은 밤길 오토바이로 집에 돌아가던 와중 불법유턴하는 차량과 부딪쳐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다. 정신을 차린 그는 전신마비 판정을 받게 된다. 목 밑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상이었다.
사고가 난 이후 그가 무대에 서서 다시 노래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아마 아무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차례 자살을 결심하는 암울한 세월을 이겨내고 무대에 돌아오게 된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그는 전신이 마비됐기 때문에 복압을 유지해 노래를 할 수 없었다. 배에 공기를 가둬놓고 기류가 성대를 통과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를 수행할 수 없었다. 골프로 치면 백스윙을 못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고 이후 그의 분신이 된 아버지가 배를 누르자 기적적으로 고음이 나오기 시작했고, 여기에 착안해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센터 방영봉 교수팀이 김혁건의 배를 로봇이 인위적으로 눌러주는 장치를 개발하게 된다. 처음에는 수동이었지만 나중에는 자동 버전이 나올 정도로 장치가 업그레이드됐다. 그는 타고난 성대에 이 장치의 힘을 결합해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혁건은 전성기 시절에도 탄탄한 발성을 자랑했는데, 이를 응용해 사고 이후에는 성악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보는 사람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는 다이아몬드 같은 목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가 사고 이후 자살을 결심할 우울에서 헤어나와 밝은 표정으로 무대에 앉아 (설 수 없으니) 노래를 부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역경을 겪었는지는 감히 문장 몇 개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가 기적을 썼고, 기적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쓸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그의 추천곡은 사고 이후 그가 소향과 부른 'You raise me up', 더 크로스 곡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불후의 명곡에서 박기영과 부른 'The Prayer'를 꼽아야 할 것이다(유튜브에서 검색해 들으면 어떻게 전신마비 이후 피폐해진 몸을 가꿔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경의로울 정도다). 하지만 그가 무대 위를 펄펄 날아다니던 시절 원곡 'Don't cry'와 전술한 '나만의 그대', 그리고 숨겨진 명곡인 'When You Need'를 꼭 거론해야 할 것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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