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우승 트로피는 밟으라고 주는 게 아니다

임기환 2019. 5. 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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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선수가 우승 트로피에 발을 올렸다.

중국 유력 매체 <시나 스포츠> 는 "우승 직후 울산 현대의 유소년 수비수 박규현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발을 올리거나 소변을 보는 척 하며 트로피를 모독하는 행동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대표 선수답지 못한 행동으로 태극마크에 먹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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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우승 트로피는 밟으라고 주는 게 아니다

(베스트 일레븐)


어린 선수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 어리다고 넘겨선 안 될 작태다.

한국 18세 이하(U-18) 국가대표팀이 2019 판다컵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한국·중국·태국·뉴질랜드가 참가한 4개국 국제 대회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세 경기에서 9득점 1실점. 태국전 빼고는 실점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실력 차가 그만큼 컸고 우승은 완벽했다.

그러나 마지막이 형편없었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최종전에서 3-0 완승으로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한 선수가 우승 트로피에 발을 올렸다. 심지어 선수 중 일부는 소변을 보는 제스처까지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걸 본 중국 언론이 비판을 가했다. 중국 유력 매체 <시나 스포츠>는 “우승 직후 울산 현대의 유소년 수비수 박규현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발을 올리거나 소변을 보는 척 하며 트로피를 모독하는 행동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현지 여론은 분노했다. “트로피를 저렇게 다루는 건 본 적도 없는 최악의 행동”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더군다나 중국은 개최국이었다. 그러나 3전 전패로 대회를 치욕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의 몰상식한 행위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사실 어떤 상황도 배제하고 아예 해선 안 될 행위다. 어리고 나이 들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도 아는, 아주 기본적 단계의 매너이자 인성이다. 우승이 쉽고 어렵고, 대회가 작고 크고는 상관없다. 세상의 그 어떤 트로피도 의미와 가치가 있다. 학원에서 주는 종이 상장에도 나름의 가치가 담긴다.

어린 선수들은 최악의 행동을 했다. 여론이 들끓었다. 개최지인 중국 청두의 청두축구협회는 사과를 요구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정수 U-18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이 단체로 공개 사과에 나서긴 했다. 박규현이 대표로 편지를 읽으며 “크나 큰 실수를 저질렀다. 모든 팬들에게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사과라도 한 건 다행이지만 가벼이 넘겨선 안 될 문제다. 시나스포츠는 대한축구협회가 트로피를 밟은 선수에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타국 매체의 주장이지만 옳다고 본다. 잘못 했으면 징계를 받아야 한다. 그들이 한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했는지를 ‘제재’로 보여줘야 한다.

어린 선수들은 태극 마크를 달고 대회에 나갔다. 그들은 어리지만 엄연한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였다. 그런데 대표 선수답지 못한 행동으로 태극마크에 먹칠을 했다. 다른 나라 욕할 거 없는, 기본적인 에티켓을 상실한 짓이었다. 사실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다. 성인에 근접한, 알 거 다 아는 나이다. 소식을 접하고 같은 국민으로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선수뿐 아니다. 그들을 컨트롤하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한국 축구는 매년 열리는 작은 대회의 우승컵을 얻고 국격을 잃었다. 품위를 잃었다.

하나의 현상에 대입한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한국의 성적 지상주의, 결과 지향주의 사회가 괴물을 키운 거 같아 씁쓸하다. 실력은 어떤 분야든 사람을 뽑는데 기초적이고 막중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성마저 도외시 된 것 같아 안타까운 심경을 금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대표 선수를 뽑는 데 인성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시나스포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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