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리히터·칼더..'별들의 전쟁'

전지현 2019. 5. 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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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픽처 플레인' 展
거장 12명 작품 32점 전시
알렉산더 칼더 `더 클로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1919년 초연)은 전설의 땅과 인간세계를 오가는 복잡한 작품이다. 그림자 없는 황후가 염색업자 아내의 그림자를 사서 임신하려고 하지만 탐욕을 버려 행복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영국 출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2)는 1992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초승달 같은 무대와 둥근 돌기가 박힌 산, 강렬한 원색으로 초현실적인 무대를 만들어 오페라 본질을 부각했다. 무대 디자인을 삼차원 그림으로 생각한 호크니는 1970~1990년대 오페라와 발레 공연 세트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림자 없는 여인' 무대를 그린 1991년 회화 '거의 스키 타듯이'가 지금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 걸려 있다. 다각도 시점을 화면에 담아 공간감이 돋보인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 호크니 그림의 다른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 그의 1972년 회화 '예술가의 초상'은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300만달러(약 1080억원)에 낙찰돼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거의 스키 타듯이`(91.4×121.9㎝)
지난해 아트바젤 홍콩 최고가인 3500만달러(약 416억원) 판매 기록을 세운 네덜란드 출신 미국 추상표현주의 거장 윌렘 드 쿠닝(1904∼1997), 2017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982년 작 '아이스베르크'(빙산)가 약 249억원에 팔리면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87) 등 현대미술 블루칩 작가 12명 작품 32점이 한 공간에 펼쳐졌다. 전시 제목은 '픽처 플레인: 수직, 수평의 화면과 움직이는 달'. 자연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성 있게 재구성한 작가들을 선별했다. 독일 표현주의 그룹 다리파의 창시자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1880~1938), '키네틱(움직이는) 아트' 선구자인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 회화와 조각 경계를 허문 미국 화가 로버트 라우센버그(1925~2008), 영국 팝아트 대가 앤디 워홀(1928~1987) 등의 작품들이 존재감을 대결하는 '별들의 전쟁' 양상이다.

이 작품들은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컬렉터 수잔 반 하겐 소장품들이다. 현재 아들인 로렌스 반 하겐과 함께 미술자문회사 LVH(런던)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두 사람은 "독일 표현주의, 추상화에 관심이 많다. 시간이 지나도 빛나는 작가, 미술 시장 블루칩 작가들 작품을 집중적으로 모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리히터 그림이 9점으로 가장 많다. 현실의 모순을 재현하는 구상과 순수한 추상의 양극을 자유롭게 오가며 탁월한 조형을 선보인 거장이다. 그린란드에서 촬영한 사진을 엮은 아티스트 북 표지를 소재로 제작한 회화 '얼음 (1973/1981)' 연작, 수학적 공식과 규칙에 따라 그리드 형태로 색채를 배열한 기하학적 작품 '25색'(2007) 등이 걸렸다. 붉은색과 녹색, 청록, 노란색 등 색채가 자유로운 붓질 속에서 독특한 형체로 빛난다.

칼더의 모빌이 움직이기 이전의 초기 스테빌 '더 클로브'(1936)도 전시됐다. 높이 21.6㎝로 아담하다. 종이 퍼즐처럼 납작한 두 개의 면이 십자로 교차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모빌 작품 '빨간 초승달'(1969)도 그 옆 천장에서 흔들리고 있다.

여인을 형상화한 쿠닝의 강렬한 목탄 드로잉 '무제', 라우센버그가 이웃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반 블렉 시리즈 VI'(1978)도 시선을 붙잡는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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