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맘-미혼모 만화 논란에서 챙겨야 할 것들 [만화로 본 세상]
네이버 웹툰 〈틴맘〉(theterm 작가)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틴맘〉은 라인웹툰(네이버웹툰의 해외 브랜드)에서 2015년부터 연재된 태국 현지 작가의 작품으로, 고등학교 졸업 무렵 임신하게 된 주인공 하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국에서는 웹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일본에서도 웹툰이 번역됐다. 이어 한국에서도 번역, 연재되기에 이르렀지만 지난 5월 3일 네이버웹툰에 1화가 게재되자마자 연재 중단 요청까지 아우르는 항의와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임신, 출산, 미혼모와 같은 심각한 사안을 가볍게 다룬다는 점, 그리고 10대 여주인공을 성적 대상화하는 작화와 연출이 사용된다는 점이 문제제기의 골자다.

현재까지 독자들의 항의와 그에 이어진 논란은 두 가지 의미에서 고무적이다. 첫 번째는 웹툰 텍스트의 개선과 경신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웹툰의 표현문제에 대해 독자들이 항의한 덕분에 미흡하나마 수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성적 대상화 문제에 대해서는 네이버웹툰 측에서 문제가 된 장면들을 수정해 재업로드했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불필요한 노출을 줄인 것은 분명 작품의 주제에 관련 없는 오해를 방지하는 선택이다.
두 번째는 임신, 출산, 미혼모와 같은 중대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작품을 경유해 확산된다는 점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직결되며, 사회적 인식과 대응이 필요한 주제인 만큼 이 논의가 계속 이어진다면 텍스트 바깥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는 지점들이 몇 가지 있기에 이를 짧게나마 검토하려 한다. 우선은 〈틴맘〉이 태국에서 수입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태국은 임신중절이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된 나라다. 전체 연령대 산모 대비 10대의 출산비율은 15%에 이른다.(2016년 통계. 한국은 같은 해 25세 이하 산모 구성비가 5%대다) 작중 하늘이 임신중절을 고려하지 못하고 출산으로 직행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틴맘〉의 세계에는 임신중절 처벌 위헌 결정이 난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다른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데에는 네이버웹툰의 책임이 크다.
일본에서는 〈틴맘〉의 서두에 ‘이 작품은 외국을 배경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라는 안내를 제공하며 주인공의 이름도 ‘파야’로 해 오해의 여지를 차단했다. 하지만 한국 네이버웹툰은 해당 안내를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주인공의 이름을 태국 이름 ‘파’의 의미를 살려 ‘하늘’로 한국화해 작품의 배경이 한국인 것처럼 여겨지게 했다.
다른 하나는 텍스트의 생명에 대한 고려다. 어떤 특정한 문제로 한 텍스트가 사라질 때 사라지는 것은 그 문제만이 아니라 텍스트 속에 들어 있던 다른 많은 의미와 그 의미가 독자와 만나 이뤄질 수 있었을 다양한 감상이다. 이는 그 ‘특정한 문제’가 이후에 등장할 텍스트에 담길 가능성을 원천봉쇄해 문화적 주제의 다양성도 제한한다. 연재 중단이 어떤 경우에도, 어떤 작품에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독자가 작가와 플랫폼에 의견을 전달하고 선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나, 그 의견과 압력 중 ‘연재 중단’은 가장 악한 대상에게 최후에나 고려될 카드다. 가장 정의로운 법정에서도 사형 구형은 ‘어려운’ 일이다. 텍스트 앞의 독자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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