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러 '대박'으로 발명왕 오른 LG 박사님, 특허만 1000개
9년 간 2000번 넘는 구김방지시험 반복
탈취 시험 위해 회식 직원 의류 회수까지
통돌이·드럼 세탁기 합친 '트윈워시'도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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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전자 김동원 연구위원
신개념 의류 관리기 ‘LG 트롬 스타일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구자가 특허청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왕’에 올랐다. 1996년부터 23년간 세탁기 관련 기술만을 연구하며 ‘한 우물’을 판 김동원(52) LG전자 H&A사업본부 연구위원이 주인공이다. 특허청은 27일 제54회 발명의 날 기념식을 열고 김 연구위원을 올해의 발명왕에 선정하는 등 발명 유공자에 대해 대통령표창 등 총 79점의 시상을 진행했다.
스타일러는 고온의 증기를 의류에 분사한 후 좌우로 흔들어줘 마치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한 것처럼 옷의 구김을 펴주는 신개념 가전이다. 한 번의 작동으로 미세먼지와 냄새까지 제거하는 ‘일석삼조’의 기능으로 지난해 1월 누적 판매량이 약 20만대에 달했다.
지금은 혼수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한 달 판매량이 1만여대에 이를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리지만 개발 단계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시상식에 앞서 만난 김 연구위원은 “지난 9년간 스타일러를 개발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구김 방지·탈취실험을 진행했다”며 “관련 실험만 2000회 넘게 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실제 사람들이 입는 옷에 얼마만큼의 구김이 생기고 냄새가 배는지 알아야 했다”며 “이 때문에 사내에 회식이 있는 팀이 있으면 의류 샘플을 입혀 회식 후 밀봉해 수거하는 등 고된 작업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냄새 종류에 따른 탈취 효과를 시험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고등어·삼겹살을 굽다가 사내 민원에 시달리는 일도 허다했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스타일러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움직이는 옷걸이’ 무빙행어 역시 빨래를 2~3번 탁탁 털어 너는 일상생활 속 습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연구위원은 “구김을 제거하는 데는 고온의 스팀과 더불어 옷을 당겨주는 힘도 필수적”이라며 “처음에는 옷에 추를 달거나 빨래 집게를 이용해 당겨주는 등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고객의 번거로움을 고려해 새로운 고민에 착수, 무빙행어를 발명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통돌이 세탁기의 회전 속도를 높이던 1호 특허에서 시작해 지금은 제 이름이 올라간 특허만 1000여개가 된다”며 “기존 기술 등 주어진 상황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는 습관이 미래의 좋은 발명을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한양대 기계공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를 마친 뒤 1996년 LG전자에 입사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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