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강도 노동' 택배기사.."하고 싶어도 1년 기다려야"

조지원 기자 2019. 5.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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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000120)이 택배기사의 평균 연 매출이 6937만원이라는 자체 통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택배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택배기사가 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택배에 필요한 차량, 자격증 등을 모두 갖춰놓고도 언제 일을 할 수 있을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물건을 배송하고 있다./CJ대한통운 제공

하지만 택배기사는 업무 강도가 셀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고수익을 얻을 수 없다. 이를 이용한 사기까지 판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지역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를 하려면 통상 1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는 각 지역을 맡은 대리점과 ‘집배송위탁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구역을 배분 받아 택배를 시작하는데, 대리점마다 택배를 하고 싶다는 대기 인원만 5~10명씩 있다. 부산보다 물량이 많은 서울‧수도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입 택배기사가 일을 시작하려면 담당 구역을 배정 받아야 하는데, 대리점도 언제 자리가 날지 알 수 없다. 신입 구역 배정은 기존 택배기사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택배기사가 자기 구역에서 혼자 처리하기 벅찰 정도로 물량이 많아지면 대리점과 상의해 일부 구역을 떼어 신입 자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택배기사들이 조금 더 힘들어도 많은 물량을 처리하려고 하고, 가족이나 직접 고용한 아르바이트와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해 신입이 들어설 공간이 많지 않다.

특히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자리는 구하기 어렵다. 시장 점유율 50% 수준으로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다른 업체에 비해 물량이 많다. 택배기사는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같은 구간을 돌아도 한 번에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으면 소득이 늘어난다.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장은 "택배기사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대리점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부산 지역에는 몇 년 전부터 택배기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데, 기존 택배기사들이 쉽게 자기 구역을 나눠주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비싼 차량 구매 요구하면 의심해야…택배 대리점에서 상담 받는 것이 확실

택배기사는 나이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고, 차량 한 대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택배기사가 되려는 수요를 노린 사기다. 택배 산업에 대해 잘 모를 경우 구인구직사이트에 올라온 택배기사 모집 공고를 보고 연락을 하게 되는데, 차량 구매를 강제하는 사례가 간혹 나타난다. 이 경우 물량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차량 구매 할부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수익도 낮다.

물류회사를 직접 알아보고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차량 없이 일 할 수 있다고 광고한 뒤 차량 구매를 요구하거나, 냉동차 개조가 필요하다고 하는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택배기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1t 트럭 신차 가격은 2000만원 수준이다. 차량 구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 경우에도 의심해야 한다. 택배기사는 중고차로도 시작할 수 있다.

택배기사로 일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은 인근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 대리점에 가서 상담 받는 것이다. 대리점에서도 택배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없더라도 택배기사 대기 인력풀을 확보해 놓는다.

CJ대한통운 대리점 /조지원 기자

◇ 초반에는 힘들고 소득도 낮아…익숙해진 뒤 집화 물량 노려야

택배 업무를 시작하더라도 초반에는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신입 택배기사에게는 배송이 쉬운 지역을 주지 않는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아 배송 작업도 오래 걸린다. 초보 택배기사 중에는 새벽까지 배송을 마친 뒤 몇 시간 못 자고 다시 출근하는 사례도 있다. 또 일부 지방에서는 월 소득 30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 아파도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고, 장기간 휴가도 어렵다.

다만 작업 속도는 담당 구역 지형과 업무에 익숙해지면 빨라진다. 여기서 고소득 택배기사가 되려면 배송 뿐 아니라 집화까지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배송은 터미널에서 받은 물건을 담당 구역에 나르는 것이고, 집화는 반대로 담당 구역에서 나온 물건을 모아 터미널로 보내는 일이다. 택배는 집화, 서브터미널, 허브터미널, 서브터미널, 배송 순으로 단계를 거친다.

광주광역시에서 택배기사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월 매출 1000만원을 기록한 한남기씨는 당시 배송 수량 6000개, 집화수량 1만2000개를 처리했다. 배송 물량은 건당 700~1000원, 집화 물량은 건당 2500원 기준으로 500원을 받는다. 서울‧수도권에서는 배송만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자체 영업을 통해 집화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집화 물량은 한 곳에서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한씨는 블로그, 사이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연 매출 1억원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연 매출 1억원이 넘는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 1만2000명 중에서도 559명(4.6%)에 그친다.

한씨는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모두가 자기 사업을 하는 사장이다. 일하는 만큼 버는 정직한 사업"이라며 "이제는 자리가 없어서 들어오지 못하는 만큼 택배기사로서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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