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계 피아노 10대중 7대.. 왕서방이 싹쓸이 한다

베이징/오광진 조선비즈 특파원 2019. 5.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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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악기 굴기'.. 세계 2위
베이징=오광진 조선비즈 특파원

지난 21일 베이징에 있는 박람회장인 국제전시중심. 이날 개막해 24일까지 진행된 베이징 악기 전시회 현장은 드럼과 색소폰, 바이올린, 피아노 등 온갖 악기 소리로 가득했다. 현장을 찾은 강일훈 HDC영창(옛 영창악기) 중국법인 영업부장은 "중국의 악기 시장이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다"며 "베이징 악기 전시회보다 규모가 큰 상하이 뮤직차이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NAMM쇼, 독일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와 함께 세계 3대 전시회로 꼽힌다"고 말했다.

중국악기협회에 따르면 중국 악기 시장 규모는 2017년 448억위안에 달했다. 악기 시장의 성장을 떠받치는 건 음악교육 시장이다. 악기 시장의 2배가 넘는 1000억위안(약 17조원) 규모로 커졌다. 2022년엔 4000억위안(약 6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촌의 부모까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는 수요가 늘면서 피아노 매장은 물론 학원이 소도시까지 파고들고 있다.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아동만 3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작년까지 18년 연속 세계 피아노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주장(珠江)피아노처럼 중국 악기 시장에서는 상위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악기 전시회에 참가한 온라인 음악 교육 플랫폼업체 베이롄와커지(陪練蛙科技) 창업자 허창신(何昶昕) 회장은 "음악 교육 시장은 전국구 규모의 대형 프랜차이즈가 많지 않은 분산된 구도였지만 5년여 전부터 경쟁 가열로 대형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온라인에서 일대일 음악 교육을 해온 상하이먀오커(妙克)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 1위가 세계 1위… '피아노 굴기'

중국 악기 시장의 주류는 피아노다. 금액 기준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87년부터 중국 피아노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는 주장피아노는 내수 시장 성장에 힘입어 2001년부터 세계 1위도 겸하고 있다. HDC영창이 설립된 1956년에 세워진 주장피아노는 2016년 유럽 최대 피아노업체 독일 쉼멜을 인수하면서 고급 피아노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악기 전시회 부스에서 한 참가자가 진열된 바이올린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음악 교육 수요가 크게 늘면서 악기 시장 규모도 지난 2017년 기준 448억위안(약 7조70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 /베이징=오광진 조선비즈 특파원

주장피아노는 지난해 전년보다 7.74% 증가한 15만5993대의 피아노를 팔았다. 중국악기협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은 35% 이상이고, 세계시장에서도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피아노 판매량은 연간 50만대 수준이고 이 가운데 70%인 35만대가 중국에서 팔리고 있다.

중국 피아노 시장에서 외국산 비중은 6%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가와이(河合), 야마하(雅馬哈), 영창 등 외국 브랜드가 중국 내 총 판매량의 21%를 차지한다. 베이징의 중국 국가대극원에 있는 22대 피아노 가운데 17대가 가와이 제품으로 일본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피아노 유통망은 한국의 전문 대리점 형태가 아닌 양판제 형식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잡아야 실적을 올릴 수 있다. 피아노 업체는 물론 악기 제작 업체 간 교육 마케팅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전국에 깔린 대리점망에서 음악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재를 자체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해 제공한다. 중국에서 100가정당 피아노 보유 대수는 5.82대(2017년)로 2011년 수준(2.65대)의 2배를 웃돈다. 중국악기협회는 2020년이면 이 수준이 8.62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음악 교육도 인터넷 날개 달다

벤처 지원 서비스 업체 촹예헤이마가 지난해 선정한 '2018년 교육 유니콘' 50개사 명단에 음악 교육 업체로는 유일하게 오른 상하이먀오커는 VIP페이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온라인에서 피아노, 아코디언 등을 가르치는 강사와 배우려는 학생을 연결시키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자체 개발한 웹캠을 아이패드와 연계해 강사가 학생의 손동작을 360도로 보면서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창업 이듬해인 2015년부터 지금까지 5~16세 학생 80만명이 이 플랫폼을 거쳐 갔다. 현재 40만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2만여명의 강사가 졸업한 학교는 중국에서 음악 전공이 있는 학교의 80%에 해당한다. 강사 합격률이 10%에 불과할 만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또 매달 평균 점수가 하위 5%인 강사에게는 경고를 보내고, 두 달 연속 개선되지 않으면 떠나도록 하는 도태제를 도입해 교육의 품질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 월 매출은 8000만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0월 타이거글로벌펀드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유치했다, 이때 투자 대열에 들어간 중국 최대 SNS업체 텐센트는 작년 1월 투자 컨소시엄에도 참여했었다.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IT쥐쯔(桔子)에 따르면 VIP페이롄 서비스가 시작된 2015년 초부터 2016년 중반까지 온라인 음악교육 시장에서 20여개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만큼 열기가 달아올랐다. 가수와 음악제작자 출신인 후옌빈(胡彦斌)이 2014년 창업해 이듬해 1월 앱을 개통한 뉴반(牛班)은 2016년부터는 상하이부터 베이징, 광저우, 선전, 청두 등에 잇따라 노래, 창법, 기타, 피아노 등을 가르치는 음악학원을 세워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음악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 요우쿠와 함께 '뉴반 스타 음악교실'이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2017년 설립된 와커지는 올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돼 1만여명의 강사와 9만명의 학생을 연결시켰다. 피아노는 물론 각종 악기를 가르치는 강사와 학생을 연계하는 플랫폼을 통해 교재를 제공하고 숙제(녹음 파일)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기타리스트 출신의 허창신 페이롄와커지 회장은 "전통적인 음악교육 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직접 만드는 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전문 플랫폼 업체와 연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숙제 평가를 돕는 기술 개발 등 음악 교육의 지능화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허창신 회장은 "음악 교육은 1+1=2처럼 표준화가 가능한 수학 교육과는 다르다"며 "악기를 다루는 사람마다 다 최고의 방식이 있을 수 있어 표준화된 평가 방식을 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으로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음악 교육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4억 인구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9630달러로 1만달러 선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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