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요식 결례, 은해사에서도 비판 받아

윤호우 선임기자 2019. 5. 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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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 오신 날인 5월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다른 참석자들이 합장한 후 반배를 올리는 있는 동안 합장을 하지 않고 두 손을 아래로 모으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북 영천 은해사의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합장과 관불의식을 거부한 후 불교계가 떠들썩하다. 이날 은해사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법요식 직후 은해사 회주 법타 스님은 황 대표를 수행한 한국당 의원들에게 “이럴 거면 안 온 것만 못하다”며 “오기 전에 미리 불교계의 예의를 아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이때는 황 대표가 떠난 후였다.

회주는 사찰에서 가장 높은 어른이다. 법타 스님은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당대표에게 이런 내용을 진언하지도 못하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법타 스님은 “당시 법요식에 신부님 8분과 목사님 한 분도 참석해 합장을 했는데 황 대표만 유독 합장을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법타 스님은 또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결례 논란은 조계종의 공식 유감 표명으로 이어졌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5월 22일 “황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생활을 존중한다”면서도 “황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황 대표는 합장해야 하는 의식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합장하는 동안 합장을 하지 않고 두 손을 아래에 모은 채 서 있었다. 반배를 해야 하는 삼귀의·반야심경 의식이 진행될 때도 반배를 하지 않았고,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에서 이름이 호명되자 손사래를 쳤다.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몇몇 불교계 언론에서는 강한 비판 논조의 기사가 나왔다. 이들 언론은 황교안 대표가 대표에 선출된 후 지난 3월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만나 합장을 하지 않고 악수를 해 결례 논란이 생긴 것까지 다시 거론했다.

조계종 “매우 유감스럽게 받아들여” 법타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서 (황 대표의 결례에) 우리만 기분이 나빴는데, 그게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조계종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황 대표가 합장과 관불의식을 거부했다고 해 모든 언론에서 기사화하고 논란이 됐다”며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날에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불교단체인 대한불교청년회(대불청)에서도 5월 20일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예법을 지키지 않아 불교계의 커다란 공분을 사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5월 23일“‘황 대표가 자기 신앙에만 집착한다면 사퇴하라’는 조계종 주장의 불순한 배경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불교 지휘부가 좌파의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결례 논란 못지않게 법요식 참석 장소 역시 몇 차례 바뀌면서 여러 뒷말을 낳았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인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의 5월 초 일정안에는 6일차인 5월 12일 일요일에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10:00 조계사)’로 나와 있었다. 그 일정대로라면 황 대표의 장외투쟁은 5월 11일까지 대구·경북에서 이뤄지고, 5월 12일에는 조계사 법요식에 참석한 후 다음날 다시 구미보로 내려가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면서 김천 직지사의 법요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표가 바뀌었다. 이유로는 조계사 법요식 때문에 서울에 하루 올라왔다가 다음날 다시 구미보를 찾아가는 것이 무리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래서 구미에서 가까운 교구본사를 찾는 것으로 정했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합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조계사 법요식에는 자유한국당을 대표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다른 당에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당대표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민주당에서는 이인영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조계사 법요식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법어를 하고,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봉축사를 한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행사다. 한국당 한 의원 측은 “무리한 일정이더라도 조계사 법요식에 참석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장외투쟁 과정에서 지역 의원들이 서로 자기 지역구에 황 대표를 ‘모시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리 표심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요식 참석 역시 지역구에 속하는 해당 사찰로 황 대표를 참석시키려는 줄다리기가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결론은 영천 은해사 법요식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장소도 우여곡절 끝에 영천 은해사로 결정 독실한 기독교인인 황 대표는 이날 일요일 오전 경북 경산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교구본사 사찰은 오전에 법요식을 가졌다. 황 대표가 대구·경북지역 사찰 중 영천 은해사에 참석한 것은 오전 교회 예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법타 스님은 “내가 주지 시절부터 오전에는 가정에서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오후에 사찰을 찾아달라는 의미에서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을 오후에 봉행했다”고 말했다.

장소를 정하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논란은 법회에서의 불교적 의식을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불자 국회의원 모임인 정각회 강창일 회장(민주당 국회의원)은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 참석했으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면서 “그렇게 할 것이면 뭐하러 법요식에 참석해서 불자들을 화나게 만드나”라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황 대표의 결례 논란에 대해 “종교로 나라를 갈라놓고 있다”면서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각회나 불자 국회의원은 역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가끔 부각됐다. 특히 기독교인 대통령 후보가 유력 후보이거나 나중에 대통령이 됐을 때에는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정각회 명예회장인 주호영 의원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불교계와 소통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불자들의 반발을 샀다. 때문에 2007년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은 불교계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주호영 의원을 미리 대선캠프에 영입해 불교계와 소통하게 했다. 김윤옥 여사도 당시 불교행사에 많이 참석했다. 김 여사는 ‘연화심’이라는 법명까지 받았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법회에 참석해 합장을 해, 황 대표의 지금 모습과 비교가 됐다. 한국당의 한 인사는 “내년 총선은 모르겠지만 대선에서는 황 대표의 불교행사 결례 논란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한국당의 지지세력이 두꺼운 영남지역에 유독 불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공식 유감 표명이 나오게 되면서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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