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도 일과 생활의 균형일까?..주휴수당이 만들어낸 주 30시간 근무

이동준 2019. 5. 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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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요즘 아르바이트(알바) 시장은 단축 근무가 유행처럼 보인다. 예컨대 주 5일제 사무직 알바의 경우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며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1일 8시간 근무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일부에서 ‘근무시간 협의’라든지 일하는 시간을 주 30시간 내외로 맞추고 있었다.
 
얼핏 단축 근무로 청년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생겨 퇴근 후 학업을 진행하거나 데이트, 취업 준비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로 보이지만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고용주 꼼수에 불편을 느낀다”고 말한다.
 
◆주휴수당이 만들어낸 주 30시간 근무
 
최근 국내 알바 포털을 보면 과거와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시간협의’라는 조건과 하루 근무시간이 7시간 미만인 경우가 그렇다.
 
먼저 ‘시간협의’의 경우 흔히 말하는 ‘쪼개기 알바’와 일부 관련성 있다. 쪼개기 알바는 임금을 줄이기 위해 풀타임 사용 대신 바쁜 시간 일손을 덜려는 목적으로 시간 단위로 사용을 하는 건데, 알바를 주 15시간 미만으로 사용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임금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알바 사용 시간이 짧을수록 사용자에게 일이 돌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에 대안으로 지급할 주휴수당만큼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모습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시급 8350원을 지급하며 1일 8시간씩 월 20일 사용하면 주휴수당으로 총 26만 7200원(일주일 6만 6800원*4)이 발생하는데,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씩 줄이면 알바에게 지급하는 일주일치 급여인 33만 4000원이 보존되고, 이를 주휴수당격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8350원 * 1일 8시간 * 주 5일로 계산하면 334,000원이다. 월 20일 근무 기준 하루 2시간씩 줄인다는 가정하면 월간 총 40시간이 줄어서 8350원 * 40시간하면 334,000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청소년근로권익센터의 한 관계자는 “일하는 시간 조절은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알바는 사용한 시간만큼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라 근무시간 일부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형식보다 실리를 추구한 결과”
기자와 만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나빠진 경기에 필요한 선택”이라며 “형식보다 실리를 추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업 관계자는 “출근 시간과 퇴근을 앞두고는 일이 정말 많지 않으면 정직원도 업무를 마무리하며 퇴근을 준비하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라며 “얼마 전까지 형식에 맞춰 알바도 ‘9 to 6(9시 출근 6시 퇴근)’를 고수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경기 불황으로 인한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형식을 파괴한 다양한 알바 스케줄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알바는 유동적 사용이 가능해 일이 몰리는 시기라든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는 경우 근무시간을 늘리고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여기에 알바생도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산의 한 작은 음식점에서는 사장 혼자 뒤늦게 점심을 해결하는 손님 2~3명을 받고 있었다. 식당에는 테이블 10개가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 손님이 빠진 이유가 켰지만 사장 혼자 손님을 응대할 수 있어 알바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사장은 “점심때 자리가 꽉 차도 아직 혼자 일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국내 알바 포털 게시판에 게재된 글. 주휴수당, 쪼개기 알바 등 최저임금 인상 후 변화한 알바 시장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 알바 포털 게시판 캡처
◆알바도 일과 생활의 균형일까?
 
알바생들도 마음은 편치 않다. 국내 알바 포털 등에는 쪼개기 알바를 성토하는 글을 비롯해 주휴수당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의견이 많다.
 
다양한 의견 중에는 일부 업종에서 쪼개기 알바를 사용해 업계와 정부를 향한 성토가 있었고, 아이러니하게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지급으로 알바 자리는 늘었지만 ‘할 만한 일이 줄었다(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고정적인 일)’는 의견도 있다. 또 쪼개기 알바로 소득이 줄어 다른 알바를 더 하게 돼 교통비나 시간적인 면에서 손해를 본다는 의견도 있었다.
 
청년들의 ‘할 만한 일이 줄었다’는 고민은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도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당 1~17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6만 2000명 증가한 178만 1000명으로 1982년 7월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가장 높았다. 또 전체 일자리에서 초단기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6.6%로 전년보다 1.3% 포인트 높아졌다. 주 17시간 이하 일자리가 급증했다는 건 단기 일자리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통계청도 “초단시간 취업자 증가가 청년층의 아르바이트가 증가했고, 노령층이 주로 참여하는 공공일자리가 10만개가량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학비 마련을 위해 일하고 복학을 반복한다는 한 알바생은 “알바는 잠시 거쳐 가는 일”이라면서도 “정규직 취업까지의 길이 멀고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을 놓고 서로 탓하기보다 경기 부양으로 알바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주길 대통령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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