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만 1400억..값 비쌌던 첼시 아브라모비치의 '감독경질 게임' [해외축구 돋보기]
첼시 감독들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데드맨 워킹(Deadman walking)’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언제 해고 통지가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어제 우승한 감독도 오늘 실패하면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걸로 유명하다.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도,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에 빛나는 카를로 안첼로티도, 2002 한·일월드컵 브라질 우승 감독 스콜라리도 아브라모비치가 휘두르는 변덕의 칼을 피하지 못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의 한 마디로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쾌감을 누렸을지 모르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지불해야 했던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23일 더 선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첼시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9명의 경질 감독(히딩크와 베니테스 등 임시 감독은 제외)에게 지급한 보상금만 9290만 파운드(약 1401억원)에 달한다. 1억 파운드(약 1503억원)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장 최근의 희생자였던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은 법정 공방 끝에 최근 승소하며 900만 파운드(약 135억원)를 위약금으로 받게 됐다. 콘테는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2017~18 시즌에는 FA컵 우승을 일궈냈지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지 못하면서 경질됐다.
가장 많은 보상금을 챙긴 것은 두 번 감독직을 역임했던 무리뉴다. 무리뉴는 2007년 9월 1차 이혼 때 2310만 파운드, 2015년 12월 2차 이혼 때 830만 파운드 등 두 차례에 걸쳐 3140만 파운드(약 471억원·스태프 위약금 포함)를 받았다. 위약금의 규모에서도 단연 ‘스페셜 원’이다. 스콜라리는 2009년 2월 부임 7개월 만에 경질돼 스타일을 구겼지만 대신 1260만 파운드(약 189억원)의 위약금을 받아 실속을 챙겼다.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도 2012년 3월까지 9개월 일하고 1200만 파운드(약 180억원)를 받았으니 섭섭하진 않았을 것 같다.
이밖에 임시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을 일궈낸 뒤 정식 감독이 됐다가 8개월 만에 경질된 디 마테오가 1070만 파운드(약 160억원), 안첼로티가 600만 파운드(약 90억원), 아브람 그랜트가 520만 파운드(약 78억원), 아브라모비치의 감독 경질 게임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됐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600만 파운드를 각각 위약금으로 받았다. 사리 현 감독도 10번째 경질 감독으로 대기중이다.
아브라모비치가 이처럼 첼시 감독을 ‘파리 목숨’으로 만든 것은 결과 지상주의 사고방식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인수 이후 지금까지 11억3000만 파운드(약 1조69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첼시에 투자했다. 투자한 만큼 우승 트로피로 보상받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한데 결과가 따라주지 못할 경우 감독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일상화돼 버린 것이다.
임시 감독이었던 히딩크가 “감독을 너무 자주 바꾸지 말라”고 조언까지 했지만 아브라모비치가 주의깊게 들은 것 같지는 않다.
아브라모비치의 변덕으로 첼시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달게 됐다. 물론 감독들은 기꺼이 무덤으로 걸어들어갈 것이다. 잘하면 좋고, 못해서 잘려도 거액의 ‘보험금’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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