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안전모·방탄조끼 착용 안해"..'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 공개

공동취재단,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19. 5. 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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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고지 전적비부터 화살머리고지 경계초소까지 약 15km
남방한계선 넘어갈 땐 신분 확인에 휴대폰 수거
22일 취재진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 취재진 뒷편으로 보이는 철책선 너머 비무장지대를 역곡천이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2019.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공동취재단,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안보견학장으로 승인을 받은 지역이기 때문에 방탄조끼나 철모 등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6월1일 정식 개방을 앞둔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을 현장답사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출입기자단은 이날 오전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해 57통문을 거쳐, 화살머리고지 경계초소(GP)까지 체험했다.

서울역에서 2시간가량 소요되는 백마고지 전적비는 향후 평화의 길 운영 시 출발 및 종료 장소로 이용되며, 현재는 임시텐트 형태의 현장 접수처가 구비돼 있다.

기자단의 현장 답사에 앞서, 안내와 통제를 맡은 민군작전장교 이재욱 소령의 브리핑이 진행됐다.

정식 개방이 되면 탐방객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철원군에서 별도 문화관광해설사 10여명을 구성해 운영한다. 해설사와 별개로 트레킹 관리자교육, 응급처치 교육 등을 수료한 셰르파도 탐방객과 동행한다.

탐방객들은 방탄조끼와 철모는 착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지척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대책을 갖춘 상태에서 탐방이 이뤄진다.

1회차 기준 탐방객 20명, 해설사 1명, 셰르파 2명이 같이 다니는 방식이다. 군 인력은 별개다. 이번 평화의 길 개방을 위해 인근 소방서 및 경찰과 긴급 대응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군에서도 따로 운용예규를 마련한다. 앞서 의무헬기 이송훈련도 실시됐다고 한다.

이 소령은 브리핑에서 "현재 민간인에게 공개된 백마고지 전적비에서부터 A통문까지 약 1.3㎞는 차량으로, 그리고 A통문으로부터 B통문까지 약 3.5㎞는 도보로 이동한다"며 "거기서 공작새능선 조망대까지는 도보로, 화살머리고지까지 나머지 길은 차량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22일 취재진들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내 공작새 능선 조망대에 올라 철책선너머 비무장지대를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2019.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다가오는 1일에 15㎞ 길이인 1단계 길이 개방된다. MDL(군사 분계선) 조망대까지 이어지는 17㎞에 달하는 2단계 길이 언제 열리는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탐방로 입구 쪽으로 이동을 시작하자 백마고지 전적비가 보인다. 백마고지 전투 당시 목숨을 잃은 844명의 전사자를 기리는 위령비. 총 사상자의 수인 3423명분의 평석이 깔려 있었다.

탐방을 시작하기 전 백마고지 조망대에 오른다. 이곳은 백마고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정면에는 역곡천이 북쪽으로부터 굽이굽이 흘러내려 오고 있다.

강원도 평강군에서부터 각각 북측과 남측 철원군으로 들어온 뒤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 임진강에 합류하는 이 강은, 남에서 북으로 마치 역류해 흐르는 것 같다고 그 이름이 붙었다.

반세기 넘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은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다. 241㎞에 걸쳐 펼쳐진 벌집 모양의 광망 장비는, 누군가 압력을 가하거나 절단을 시도하면 내부에 흐르는 빛 입자 세기 변화를 통해 바로 감지가 가능한 첨단 장비다. 이 소령에 따르면 이와 같은 기술로 경비에 필요한 병력 숫자가 줄었다.

조망대로부터는 3.5㎞에 걸치는 도보 탐방로다. 탐방로를 걷는 방문객들은 철책 너머 오른쪽에서 쫓아오는 역곡천과 함께 걷게 된다. 그늘 하나 찾을 수 없다.

김미숙 자연환경해설사는 "숲이 우거지면 수상한 동향을 육안이나 열감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방한계선 부근으로 벌목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해설사는 "천연기념물의 80%가량이 DMZ에 있다"면서 "운이 좋으면 고라니, 멧돼지 등이 봄을 맞아 새끼들을 이끌고 다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두루미 5000여 마리가 월동을 하고, 생태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공작새능선 조망대에 도착하니 아래쪽에서는 군인들이 삽을 들고 바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꽃을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눈을 들어 정면을 보니 백마 고지의 측면과 공작새능선이 보였다. '백마고지'란 말이 해당 고지가 흡사 말이 누운 모양이라 붙혀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 통문까지가 도보로 걸을 수 있는 마지막 구역이다.

22일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코스에서 군인들이 화살머리 고지로 들어서는 출입구인 57통문을 개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2019.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차에 타 화살머리 고지로 향하는 마지막 통문으로 향했다. 거대한 철문과 중무장한 병력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여기선 신분 확인이 이뤄지고 휴대폰을 수거한다.

화살머리 고지는 삼각형으로 이뤄진 281m 높이의 고지이며, 이곳에서는 내부를 제외한 외부 촬영이 엄격히 통제된다. 아래쪽 벙커 지역에는 GP를 지키는 군인들의 사진과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남북간의 군사합의에 따라 진행된 유해발굴과 지뢰제거 작전을 통해 발견된 유물들을 전시해놓은 공간이다. 대여섯개의 구멍이 난 총포, 장전된 M1총, 여러 개의 피탄 자국이 있는 수통 등 녹이 슨 유물들이 당시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위층에서는 1.9~2.4㎞ 떨어진 곳에 있는 북한군 GP, 철원평야와 백마고지까지 볼 수 있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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