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르포] 일본 요코하마 폐기물매립장 50년간 사용해도 '거뜬'

2019. 5. 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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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외곽에 차수벽으로 해수면 가두고 폐기물 소각재 매립
2025년 이후 쓰레기 매립장 못찾는 서울·인쳔·경기와 대조
요코하마 미나미혼모쿠 제5블록 폐기물 최종처분장 [요코하마시 제공]

(요코하마=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이곳은 요코하마시의 유일한 일반폐기물 최종 처분장입니다. 2017년 10월부터 매립을 시작했고, 50년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시 나카구 미나미혼모쿠(南本牧) 제5블록 폐기물 최종 처분장.

쓰레기 처리장을 '50년간' 사용할 수 있다는 현장 직원의 설명에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인천시 방문단은 나지막한 탄성과 함께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50년간 쓰레기 매립 걱정이 없는 요코하마시와 대조적으로, 인천시는 당장 6년 뒤인 2025년 이후 쓰레기 매립장을 어디에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단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기간이 예정대로 2025년 종료되면 이후에 쓰레기를 처리할 대체매립지가 없는 것은 서울·경기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수도권 3개 시·도는 2025년 이후 사용할 대체매립지를 찾기 위해 최근 1년 6개월간 용역연구를 벌여 인천 2곳, 경기 6곳 등 매립지 후보지 8곳을 선별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을 우려해 연구 결과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인천시 방문단은 50년간 안정적으로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는 요코하마 처분장의 운영 현황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생활폐기물 소각재 쏟아붓는 트럭 [요코하마시 제공]

이곳에서는 육상에 쓰레기를 묻는 우리나라와 달리, 항만 외곽 바다를 시멘트 차수벽으로 막아놓고 수심 35m 깊이 바다에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요코하마 처분장은 전체 넓이 16만4천㎡, 매립 용량은 429만㎥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작년까지 18년간 사용한 수도권매립지 2매립장의 약 5% 규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하는 것이 아니라 소각재 위주로 매립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쓰레기 직매립 제로화가 정착한 일본에서 요코하마시는 360만명의 시민이 배출하는 쓰레기 중 생활폐기물을 시내 4개 소각장에서 소각한 뒤 소각재를 이곳 미나미혼모쿠 최종 처분장에 매립하고 있다.

이날 역시 처분장 부잔교로 진입한 뒤 소각재를 바다에 쏟아내고 떠나는 트럭들이 줄을 이었다. 소각재를 수면 아래로 털어 버리기 때문에 폐기물 처분장임에도 악취는 거의 나지 않았다.

소각재가 바닥부터 쌓이면서 처분장 내 수위가 올라가면 요코하마시 자원순환국은 오염정화시설을 통해 차수벽 밖 바다로 물을 배출하며 수위를 조절한다.

와다 카츠히코(和田勝彦) 요코하마시 폐기물 처분 관리계장은 "엄격한 기준의 정화 과정을 거쳐 폐기물 처분장 내 물을 차수벽 밖 바다로 방류해서 해양 오염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상 처분장에는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하지 않고 소각재를 매립하기 때문에 대규모 매립지가 아니어도 수십년간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나미혼모쿠 폐기물 처분장 전경 [촬영 강종구]

이런 방식으로 수십년간의 매립 끝에 차수벽 내 처분장이 소각재로 가득 차면 이후에는 복토작업을 거쳐 항만부지를 조성한다.

5블록 최종 처분장 바로 옆에 있는 2블록에서도 같은 방식에 따라 비슷한 규모로 항만부지가 조성됐다. 1993년부터 매립을 시작한 2블록은 24년간 매립 끝에 2017년 매립을 종료하고 현재 야적장과 주차장 등 항만부지로 탈바꿈했다.

국내에는 유례가 없지만,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이미 이런 해상 처분장을 항만 도시 외곽 곳곳에 조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00개의 해상 처분장이 추진돼 매립 면적만 약 5천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립 설계 당시부터 쓰레기 매립장의 개념보다는 항만부지 조성 차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인근 주민의 거부감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미나미혼모쿠 5블록 전체 사업비는 약 6천억원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수반됐지만, 국내 하수처리장 1곳을 건설하는데도 사업비가 3천억∼4천억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예산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윤하연 박사는 "해상 폐기물 처분장 조성 건설비를 가볍게 볼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부두를 하나 지으려고 해도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비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수도권 대체매립지를 어느 곳에 어떤 규모로 조성할지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함몰되다 보니 해법 도출에 진전이 없다"며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하는 것이 아니라 소각재를 묻는 방식으로의 정책 전환 등 매립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보다는 매립지에 어떤 것을 묻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상 폐기물 처분장 현황 청취하는 박남춘 인천시장 [촬영 강종구]

해상 폐기물 처분장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일본은 지방자치제가 내실 있게 정착돼 있어 지자체 권한으로 항만 운영과 폐기물 정책 수행을 일관성 있게 진행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해상 폐기물 처분장을 조성하려면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지자체 등 여러 부처·기관이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류제범 인천시 수도권매립지정책개선단장은 "일본에서는 지자체 주도로 해상 폐기물 처분장을 조성할 수 있지만 우리는 바다에 이런 시설을 건립하려면 공유수면 점용 계획과 환경영향평가 등 해수부·환경부 승인 절차 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정부 지원 없이 지자체 단독으로 조성하기 어려운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상 폐기물 처분장에서는 소각재 위주로 매립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각장 확충도 필요하다.

정부는 2027년 직매립 제로화를 목표로 자원순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쓰레기 직매립을 없애려면 소각장 확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인천의 예만 보더라도 청라소각장 증설을 놓고 주민 반발이 엄청난 것처럼 지자체가 소각장 확충과 소각용량 확대를 관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좁은 국토와 주민 갈등 등 육상에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일본의 해상 처분장은 하나의 대안으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가정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확대에 주력하며 직매립 제로화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폐기물 관리 시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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