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 논란..'여혐' vs '무능'

이윤희 입력 2019. 5. 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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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터넷에서는 '대림동 경찰 폭행 사건'이란 동영상이 화젭니다.

술 취한 남자들 제압하러 현장에 나간 여성 경찰관의 대처를 놓고 벌어진 논란인데요,

먼저, 15초 짜리 짧은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서울 대림동의 한 음식점 앞입니다.

술에 취한 남성과 경찰 간에 실랑이가 한창입니다.

[남성 경찰관 : "한 번만 (욕설) 더 하시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어요. 집에 가실 거예요, 안 가실 거예요?"]

급기야 취객이 경찰의 뺨을 때리고, 경찰은 곧바로 남성의 팔을 꺾어 제압합니다.

그러자 다른 취객 한 명이 이 경찰관에게 달려드는데요, 여기서 등장한 여성 경찰관! 이를 막으려다 한쪽으로 밀려납니다.

일단 여기까지, 이 영상이 뜨자 인터넷에서는 여경이 동료 경찰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제기됐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듯 경찰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었다며 2분짜리 영상 원본 전체를 공개했는데요,

이 영상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핀 격이 됐습니다.

다른 남성에게 수갑을 채워달라는 여경의 육성이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들어보시죠.

[여성 경찰관 : "남자분 한 분만 나와주세요. 빨리 빨리 남자분 나오시라구요. 빨리, 빨리!"]

그리고 여기서부턴 화면은 안 나오고 음성만 나오는데요,

[취객 : "나는 안 취했어. (채워요?)"]

[여성 경찰관 : "채우세요, 채우세요. 빨리 채우세요."]

이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자 이번엔 수갑을 일반인에게 채워달라고 요청한 건 경찰로서 미흡한 대응 아니냐는 비난이 또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갑을 채울지 물어 본 남성은 일반 시민이 아닌, 무전을 듣고 달려온 교통 경찰이었다며 대응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여경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여경은 왜 있냐, 이럴 거면 아예 뽑지 말자는 여경 무용론으로까지 번진 겁니다.

여기에 한 야당 국회의원이 한마디 보태면서 여경의 체력 문제까지 논란이 됐습니다.

이 국회의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여경의 체력 검사가 부실하다고 주장하면서 팔굽혀펴기를 예를 들었는데요,

무슨 얘기냐, 경찰의 체력 테스트 중 하나인 팔굽혀펴기에서 남성 응시자는 무릎을 떼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데 비해서 여성 응시자는 무릎을 땅에 대고 팔굽혀펴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여경의 부실한 체력 테스트에 대한 국민 불신이 무용론으로 이어진거란 주장이었는데요,

여경의 현장 대응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9월 한 경찰공무원사이트에는 “여경들의 실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차가 뒤집힌 교통사고 현장에 여경 4명이 출동했지만 아무 일도 하지 못했고, 시민 남성 혼자서 피해자를 구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경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고 경찰은 이때도 “현장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번 논란과 흐름이 비슷하죠.

하지만 사진 한장이나 짧은 영상만으로 여경 전체에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여자 경찰이 하는 업무의 특수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죠.

특히 최근 늘어나는 아동청소년 범죄나 성폭력 범죄 조사에서 여경들이 맡는 역할의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우리나라 여경 숫자는 지난해 3월 기준 1만 2,911명으로 전체 11% 정돕니다.

근데 이 가운데 80%가량이 경사, 경장, 순경 등 하위 3계급에 있습니다. 반면 총경 이상은 10여 명 뿐이죠.

순경으로 시작해 여성 최초로 치안정감까지 오른 사람은 이금형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유일합니다.

여성 경찰에 대한 비난에 앞서 여경들의 이런 지위와 환경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은 취객이 경찰 뺨을 때린 공권력이 침해당한 상황인데도 이번 논란이 여경 한 명에게만 집중된건 본질에서 벗어난거란 지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상 보시면서 우리 경찰들 참 고생 많이 한다 느끼신 분들 많으셨을텐데요.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 국민의 생명이 걸린 치안의 영역에서 남녀가 따로일 순 없을 겁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이윤희 기자 (heey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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