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스 아데토쿤보 : 알고도 못 막는 남자

김기홍 2019. 5. 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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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기홍 인터넷기자] 농구계에 “빅맨은 골밑에서 발만 잘 빼도 몸값이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농구의 기초로서 매우 중요하지만, 정확히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스텝인 것이다.

물론 시저 스텝, 드랍 스텝, 라커 스텝 등 스텝의 종류가 무궁무진한 만큼, 스텝이 빅맨 만의 전유물인 것은 결코 아니다. 포지션을 불문하고 농구 선수라면 반드시 갖추어야할 덕목이다. 그러나 림에 가까워질수록 간결한 발놀림 한 번에 상대 선수가 크게 반응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곧 득점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케빈 맥헤일, 하킴 올라주원 등의 빅맨들이 단단한 풋워크를 바탕으로 한 포스트업을 주로 활용했고, 폴 피어스, 코비 브라이언트, 마누 지노빌리 등의 스윙맨들도 스텝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전성기 시절 운동능력도 뛰어났지만 팬들은 그보다는 다채로운 스킬셋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다시 말해 스텝과 풋워크에 대한 뛰어난 숙련도가 바탕이 된 선수들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강력한 파워에 다소 가려졌지만 샤킬 오닐의 발 기술도 매우 훌륭했다.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선수란 뜻의 ‘MDE(Most Dominant Ever)’라는 별명을 스스로 붙였을 정도로, 힘과 기술을 모두 겸비했던 오닐은 골밑에서 지배적인 선수였다. 현재 NBA에도 니콜라 요키치, 앤서니 데이비스, 조엘 엠비드 등 뛰어난 빅맨들이 많지만, 오닐처럼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야니스 아데토쿤보(24, 211cm)가 이번 시즌에 보여준 압도적인 활약상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이 밀워키 벅스의 지휘봉을 잡은 후, 2018-2019시즌 아데토쿤보는 평균 출전 시간(32.8분)이 지난 시즌보다 4분 가까이 줄었다. 그럼에도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수치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 1순위로 떠올랐다. 이에 힘입어 밀워키는 2018-2019시즌 리그 승률 전체 1위(60승 22패)에 등극했다. 또한 2000-2001시즌 이후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여 현재 토론토 랩터스를 상대하고 있다.

▲ 현대판 MDE? 알고도 못 막는 아데토쿤보의 스텝

부덴홀저 감독이 지난 여름 부임한 후 밀워키의 공격 시스템은 아데토쿤보를 코어로 하여 그에게서 비롯되는 파생효과를 살리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크리스 미들턴, 브룩 로페즈, 말콤 브록던 등 외곽 슛이 가능한 자원들을 대거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데토쿤보가 일단 골밑으로 돌파해 들어가면 수비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여러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직접 마무리할 수도 있고, 킥아웃 패스로 슈터들의 찬스를 봐주거나 컷인하는 동료를 활용할 수도 있다.

아데토쿤보의 공격 작업을 스텝의 측면에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전설적인 선수들과 비교하면 그의 풋워크가 정교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데토쿤보의 움직임은 더욱 독특하고 때로는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탑이나 엘보우 지역에서 아데토쿤보가 공을 잡았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상대와의 공간을 가늠한 뒤 공을 앞쪽으로 툭 밀어준다. 이와 동시에 타란튤라가 연상되는 긴 다리를 활용하여 상대의 옆쪽으로 한 발을 길게 밀어 넣는다. 이러한 첫 스텝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그리고는 뒷걸음질 치는 상대에게 몸을 기울여 어깨를 갖다 대면서 공간을 만든다. 아데토쿤보를 막는 많은 수비수들은 이처럼 간단해 보이는 과정만으로도 등을 상대에 노출하게 된다. 수비수가 등을 보인다는 것은 스텝을 빼앗기고 뒤쫓아 가게 되는 것으로서 실점과 다름없다.

상대가 사이드 스텝으로 아데토쿤보의 첫 스텝을 읽고 돌파 각을 좁히는데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아데토쿤보는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수비수를 요리하게 된다.

먼저 유로 스텝이다. 과거 지노빌리가 우아한 스텝으로 여러 명의 수비수를 벗겨내고 득점에 성공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아데토쿤보는 그보다는 강한 파워와 긴 보폭을 이용한 유로 스텝을 구사하고 있다. 가속력을 이용하여 상대에 몸을 최대한 붙여 밀어내며 스텝을 밟는데, 자신보다 체격이 좋은 빅맨을 앞에 두고도 과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위와 유사한 상황에서 유로 스텝 못지않게 아데토쿤보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 크로스오버 스텝이다. 이는 드웨인 웨이드가 전성기 시절 많이 사용하곤 했는데, 오른쪽으로 돌파할 경우, 왼쪽으로 오른발을 깊게 뻗는다. 이어 리드미컬하게 왼발을 오른쪽으로 뻗음과 동시에 팔을 풍차가 돌아가듯 크게 돌린다. 역시나 상대와 최대한 가까이 붙어서 스텝을 구사하다보니 상대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게 되고, 아데토쿤보는 유유히 덩크를 꽂고 득점에 성공하게 된다.

직전 경기였던 토론토와의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에서도 이러한 장면이 잘 드러났다. 1쿼터 9분 55초 경, 로페즈가 리바운드 직후 볼을 넘겨주자 아데토쿤보는 그대로 코트를 가로질러 달려 나갔다. 대니 그린이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돌파 길목을 잘 막아서는 듯 했지만, 아데토쿤보가 크로스오버 스텝을 활용하여 밀고 들어가 득점에 성공했다. 바로 옆에 카일 라우리와 마크 가솔이 있었지만, 가속이 붙은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쿼터 종료 4분 30초 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왼쪽 엘보우 지역에서 돌파해 들어가는 아데토쿤보 앞을 가솔과 파스칼 시아캄이 막아섰다. 그러나 아데토쿤보는 두 선수 사이로 볼을 쳐올림과 동시에 시아캄을 밀어냈고, 공간을 만든 뒤 레이업 득점을 올렸다. 라우리도 도움 수비에 가담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이 외에도 돌파 방향과 반대쪽으로 상체 페이크를 주는 라커 스텝과, 스핀무브와 같은 동작들을 곁들이다보니 수비수는 아데토쿤보의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다. 특히 라커 스텝은 진행 속도를 유지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고, 추가로 응용할 수 있는 동작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위력적이다.

아데토쿤보의 킬러 무브라고도 할 수 있는 스핀무브도 페인트 존 근처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상대의 컨택을 몸으로 읽어내면서 등 쪽으로 회전한 뒤 속임 동작을 가져가거나 바로 림을 공략하는데, 신체 컨트롤 능력과 하체 근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구사하기 어려운 동작이다.

이처럼 간결해 보이지만 강력한 피지컬과 운동능력이 가미된 아데토쿤보의 움직임은 수비가 좀처럼 제어하기가 힘들다. 설사 이동 방향을 제대로 예측했다 하더라도 그의 강력한 바디 컨택과 초현실적인 보폭, 단단한 볼 간수 능력 탓에 알고도 막기가 어렵게 된다.

템포가 느려지고 수비가 더욱 견고해지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야투율이 정규시즌 대비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아데토쿤보는 여전히 특유의 플레이로 괴력을 뽐내고 있다. 따라서 그가 카와이 레너드, 시아캄, 가솔 등 토론토의 뛰어난 수비수들을 상대로 활용하는 스텝과 움직임을 위주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창과 방패’가 맞붙는 두 팀의 2차전은 오는 18일(한국 시간) 밀워키의 홈 구장인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다.

# 사진_NBA 미디어센트럴
  2019-05-17   김기홍(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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