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Talk] KIA 타이거즈 김민식
사람이 빛을 보는 시기는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빨리 주목을 받을 수도, 어떤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SK 와이번스의 촉망받는 포수 유망주였던 김민식은 2017년 KIA 타이거즈로 팀을 옮기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빛을 보는 시기는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그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뛰고 있음에 감사를 표했다. 어쩌면 보이는 것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매일을 자신을 둘러싼 약간의 편견과 싸우며 누구보다 타이거즈의 안방마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김민식을 만나봤다.
에디터 김수빈 사진 KIA 타이거즈
김민식 (4월 9일 인터뷰)
출생 1989년 6월 28일 마산 키 180cm 몸무게 80kg
별명 철벽캐쳐, 오로나민식, 킹민식
겨우내 열심히 준비한 게 느껴져요. 준비했던 것들이 생각대로 잘 이뤄지고 있나요?
이번 캠프 기간이 짧았잖아요. 바로 청백전 시합을 뛰려면 몸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일부러 일찍 개인 훈련을 했어요. 먼저 오키나와에 들어가 있다가 캠프에 합류한 건 올해가 처음이었어요. 아직 초반이라 결과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부터 KIA의 주전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번 개막전에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나요?
아쉬움이 없을 순 없죠. 하지만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그날은 저보다 (한)승택이가 괜찮다고 판단하셔서 내린 결정이니까 받아들여야죠. 일단 팀이 이기는 게 최우선이에요.
이번 캠프 도중 1군 캠프지인 오키나와에서 2군 캠프지인 대만으로 이동했어요.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웠겠어요.
먼저 들어와서 나름대로 몸을 만들었는데 부족했나 봐요. 스스로 화가 나 자책하기도 했지만 더 이 악물고 하는 계기가 됐어요.
팬들 사이에서는 김기태 감독이 김민식 선수를 굉장히 아낀다는 얘기가 있어요.
전혀 아니에요. (웃음)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기사를 보면 그런 내용의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3월 27일 한화전에서 5타수 2안타 5타점으로 개인 한경기 최다 타점을 기록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모든 게 좋았어요. 보통 제 타석에는 주자가 안 쌓이고, 주자가 있더라도 대타와 교체되곤 했는데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 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타율이 높은 건 아니지만 타격감이 좋아 득점 상황에서 팀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치고 싶어요.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조 윌랜드가 KBO리그 첫 승을 기록한 날이기도 해요.
끝나고 수고했다며 오늘 리드가 좋았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외국인 투수를 리드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게 힘들어요. 그래도 제가 내는 사인에 거부 없이 잘 따라줘요. 투수가 던지기 싫은 공도 분명히 있는데 똑같은 사인을 2번 이상 내면 그냥 따라와 줘요.
아마시절 포수, 외야, 내야, 투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어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포수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여러 포지션을 해봤지만 포수가 제일 좋아요. 포수들은 그 매력이 무엇인지 알 거예요.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힘들지만 자기 계산대로 맞아떨어질 때 오는 희열은 짜릿하죠. 그 재미에 포수를 해요.
포수는 팀의 안방마님으로서 경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잖아요. 처음에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너무 어려웠죠. 잡는 것도 힘들고 투수들 공도 무서웠어요.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배워나가다 보니까 점차 발전할 수 있었어요. 사람이라 여전히 공은 무섭긴 해요. 맞으면 아프잖아요. (웃음)
일반적인 포수 이미지와 다르게 비교적 마른 편이에요. 그 때문인지 다른 포수들보다 주루가 빠른 편이에요.
다른 포수들보다 무게가 덜 나가니까 뭐 하나라도 잘해야죠. (웃음) (포수 도루왕 욕심은 없나요?) 전혀요. 사인이 나오면 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도루는 생각도 안 합니다. 단독으로는 절대 안 뛰어요. (하하)
팀에 유망한 어린 포수들이 많아요. 경쟁이 되진 않나요?
프로는 매년 경쟁이에요. 저 역시 확고한 주전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주전 포수가 제 자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항상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낄 수 있는 거니까요. 자리에 대한 욕심보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게 중요해요.
경쟁의식을 느낄 수도 있는데 후배 포수들과 잘 지내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경쟁자라고 해도 후배들을 힘들게 할 이유는 없죠. 그러면 인간적으로 못된 사람이잖아요. 경쟁은 경쟁이고 서로 간의 팀워크는 단단히 하는 게 팀을 위한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후배 포수들을 한번 칭찬해 볼까요?
(신)범수는 타격 쪽으로 자질이 뛰어난 친구라 공격력은 충분히 갖춘 후배예요. (한)승택이 같은 경우에는 아직 어린데도 수비에 대한 강점이 있어 포수로서 롱런할 수 있는 친구예요. 수비가 되면 포수는 어디서든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후배 포수보다 자신이 나은 점이 있다면?) 발이 빠르죠. 내세울 게 도루밖에 없어요. (웃음)
주전 안방마님으로서 ‘이 투수를 주목해 달라’고 하는 선수가 있다면?
매년 새로운 투수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다들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경험을 쌓으면서 점점 강해지거든요. 그중에서 한 명만 꼽자면 (하)준영이에요. 이제 2년 차 밖에 안됐지만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잘 던지더라고요. 구위 자체도 나쁘지 않고 던질 수 있는 구종도 다양해서 호흡을 맞출 때 재미있어요.
자신만의 특별한 경기 루틴이나 징크스가 있나요?
괜히 경기하는데 신경 쓰일까봐 일부러 안 만들어요. 많을수록 안 좋은 거잖아요. 옛날에는 저도 모르게 뒷주머니에 동전이 있을 때가 한 번씩 있었어요. 그런 날 꼭 잘 됐어요. 그래서 일부러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경기했는데 그때는 오히려 안 풀리더라고요. 모르고 있는 경우만 잘돼요. (제가 후배 포수들에게 김민식 선수 뒷주머니에 몰래 동전 좀 넣어달라고 얘기해볼까요?) 안 넣어놓지 않을까요? 제가 못해야 자기가 나갈 수 있으니까요. (웃음)
고향인 마산 그리고 지금의 김민식을 있게 해준 인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었던 광주까지 세 지역에서 각각 오래 거주했어요. 살아보니 어느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마산이 제일 편안해요. 내비게이션 없이 누빌 수 있거든요. (웃음) 다른 지역은 다 지도 보고 다녀요. 평소에 밖으로 잘 안 나가니까 아직 광주 길을 잘 몰라요. 쉬는 날에도 집에만 있어요.
포수라는 포지션이 체력 소모가 큰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잘 먹고 잘 자는 게 최고예요. 어릴 때는 더 왜소했어요. 몸에 좋다는 건 거의 다 먹어봤는데 효과가 좋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오히려 충분한 휴식이 제일 보약이었어요. 가끔 한 번씩 아프긴 하지만 심하게 아팠던 적은 없어요.
원정 경기를 가는 차 안에서는 주로 뭘 하나요?
자거나 노래를 들어요. 옛날 노래가 좋더라고요. 요즘 노래는 중독성이 강한 후크송 위주잖아요. 그래서 거의 안 듣고 오래 전에 나온 발라드를 주로 들어요. (옛날 노래라면 김광석 시대의 노래인가요?) 아이고, 그 정도까지 내려가진 않고요. (답답했는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줬다. 김민식 플레이리스트: 하동균, 이정, 허각, 엠씨더맥스, 임창정, KCM, 김건모, 박효신, 015B) 이런 가수들을 좋아해요.
보기와 달리 팀 내에서 엄청난 수다쟁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낯을 가려서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말을 잘 못해요. 그런데 아는 사람들이랑은 장난도 치고 수다도 엄청나게 떨어요. 사실 과묵한 편이 아니거든요. 친한 무리에서는 가만히 못 있고 장난기가 발동해요. (그런 것 같아요.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만 가면 조용해지더라고요.)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워요. 사람이 많은 상황은 어렵더라고요. 평범한 게 좋아요. 그래도 인터뷰는 일이니까 해야죠. (하하) 잘해서 하는 거니까 많이 하면 좋아요.
풍성한 머리숱 얘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숱이 너무 많아서 싫거든요? 머리가 길면 헬멧을 쓴 것 같잖아요. 약간 ‘버섯 머리’처럼 붕 떠서. 일부러 머리 자를 때 숱을 엄청나게 치는 데도 형들이 숱 좀 많이 치고 오라고 얘기하니까 억울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단 좋아요. (웃음)
과거 KIA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김민식에게 KIA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 팀에 와서 제일 많은 경기를 뛰어 보고 제 가치를 인정을 받게 됐어요. 매일 벤치에서 시작하다가 선발로 나가는 빈도가 높아지다 보니 야구를 하는 게 재미있다고도 느꼈고요. 당시 팀도 덩달아 잘돼서 터닝 포인트라고 한 것 같아요. 2017년도에 비하면 최근에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커요.
최종적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KIA 타이거즈 포수’ 하면 제 이름이 떠오르면 좋겠어요. 야구장에서 항상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바라요.
타이거즈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약간 쳐져있지만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는 만큼 끝날 때 팬분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게 최선을 다할 테니 응원해 주세요. 저희도 팬 여러분의 힘을 받아서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7호(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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