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바다표범의 화장실은 남극 생물다양성의 '핫스폿'
[경향신문] ㆍ배설물 속 암모니아가 이끼류에 질소 제공…다른 동물도 서식 가능해져

혹한의 남극 대륙에도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 존재한다. 주로 이끼들이 군락을 이뤄 자라는 이들 지역에는 매우 작은 무척추생물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극한 환경에서도 이들 지역의 이끼들을 유지하는 것이 남극을 대표하는 동물인 펭귄과 바다표범 등의 배설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생태과학부 연구진은 9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황량한 남극 환경에서도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하는 이들 지역을 ‘생물다양성의 핫스폿’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핫스폿을 유지하는 것은 동물 배설물에 포함된 암모니아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 바다표범 등 동물 무리의 배설물에 포함된 암모니아가 바람으로 인해 주변 지역으로 날리면서 식물에게 필요한 질소를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암모니아는 최대 1000m가량 먼 지역까지 비산됐으며 이를 통해 남극생태계의 1차 생산자인 이끼류 식물들에게 필요한 질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과정을 통해 비옥해진 토양의 면적이 펭귄이나 바다표범의 집단서식지 면적의 최대 24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비옥해진 토양에는 남극의 혹한을 견딜 수 있는 이끼류의 식물이 생장하고, 이 이끼를 기반으로 톡토기나 진드기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이나 유럽의 토양에는 1㎡당 이런 무척추동물이 약 5만~10만마리가량 서식하고 있지만 남극(의 핫스폿)에서는 같은 면적당 수백만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연구실에서 이들의 수를 세고, 식별하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남극 내에 존재하는 ‘생물다양성의 핫스폿’ 위치를 담은 지도도 작성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쉽게 업데이트가 가능한 이 지도는 앞으로 과학자들이 혹독한 남극 환경에서 실시해야 하는 현장 조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남극의 생태계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기후변화와 인간활동을 꼽았다. 외래종 식물의 씨앗이 아프리카 남부나 남아메리카 남부에서 바람에 실려오거나 사람 또는 새들에 의해 남극으로 들어오면서 기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북극과 남극에서 외래종의 침입으로 인한 악영향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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