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치어리더=볼거리?.. 방심위, '엠스플'에 권고

한화 이글스 치어리더 도리스 롤랑 두고 대상화 발언
"질 낮은 이런 해설하는 것 자체 지양해야"
"특정 성에 대해 과도한 평가로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준 건 맞는 것 같다"

3월 30일 MBC 스포츠+가 한화 이글스 vs NC 다이노스 중계방송을 할 때 내보낸 자료화면 (사진=MBC 스포츠+ 중계방송 캡처)

한명재 캐스터 : 제가 이름을 들었는데 까먹었는데 프랑스 출신의 치어리더라고 합니다.
양준혁 해설위원 : 이것도 어떻게 보면 좀 다양한 또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네요.
한명재 캐스터 : 한국말을 곧잘 하던데요?
양준혁 해설위원 : 그런 게 있으니까 뽑았겠죠?
한명재 캐스터 : (웃음) 치어… 어, 맞아요. 무릎 부상을 입어가지고 연습을 완벽하게 소화를 못 했다고 그래요. 그래서 걱정을 하던데 오늘 이제 합류를 해 있네요.
양준혁 해설위원 : 역시 뭐 치어리더도 부상을 조심해야 되겠네요.
한명재 캐스터 : 어, 네 맞아요. 도리스, 도리스 롤랑. 제가 도리스까지는 도리아인지 도리슨지 몰라서 얘기를 못 드렸는데 도리스 롤랑이었습니다.
양준혁 해설위원 : 주목을 좀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한명재 캐스터 : 프랑스 출신이니까 인사 한번.
양준혁 해설위원 : 아, 프랑소와.
한명재 캐스터 : (웃음)
양준혁 해설위원 : 도리스, 봉주르, 빠이빠이 이게 답니다.
_ 2019년 3월 29일 MBC 스포츠+, 한화 이글스 vs NC 다이노스 경기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프로야구 경기 해설 중 외국인 여성 치어리더를 언급하며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반복한 MBC 스포츠+를 '권고' 처분했다.

지난 2일 공개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31차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방송소위는 MBC 스포츠+가 3월 29일~30일 방송한 '2019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한화 이글스 vs NC 다이노스' 경기 중계방송에 행정지도인 권고를 내렸다.

한명재 캐스터와 양준혁 해설위원은 3월 29일 중계에서 한화 이글스의 치어리더 도리스 롤랑을 언급했다. 양 해설위원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한 캐스터는 양 해설위원에게 프랑스식 인사를 해 보라고 권했다.

다음날에도 도리스 롤랑 언급은 계속됐다. MBC 스포츠+는 30일 중계 화면에 한화 이글스의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사진을 보여주며 치어리더인 도리스 롤랑을 포함시켰다. 도리스 롤랑 사진 아래에는 '실질적 슈퍼 에이스'라는 자막이 달렸다.

한 캐스터는 이 화면을 보고 "한화 시즌 외국인 선수는요, 네 명이란 얘기다. 도리스 롤랑까지. 슈퍼 에이스? 가장 확실한 '예쁘다', 그게 핵심이었다"라고 말했다.

화면은 다시 한번 경기장 내 도리스 롤랑을 잡았고, 한 캐스터는 양 해설위원에게 재차 "프랑스어 공부를 하시면 어떨까 싶다"라고 말했다. 한 캐스터는 "한화의 새로운 자랑 롤랑 양이었다"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위부터 3월 29일, 3월 30일 MBC 스포츠+가 한화 이글스 vs NC 다이노스 중계방송에 잡힌 도리스 롤랑 (사진=MBC 스포츠+ 중계방송 캡처)

해당 방송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양성평등) 제3항을 위반한 사례로 심의에 올라왔다. 윤정주 위원은 "사실 정말 헛웃음만 나온다. 야구 중계를 하면서 실질적인 슈퍼 에이스가 이 예쁜 여성이라면 이 야구선수들이 왜 필요한가?"라며 "도대체 이 캐스터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MBC 스포츠+가 내보낸 자료화면을 두고도 "이렇게까지 자료화면으로 만들어서 보여줄 만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어를 공부해서 뭘 어쩌란 건가. 양준혁 씨한테 이분하고 사귀라고 지금 얘기하는 건가"라며 "야구 해설을 할 때는 야구에 대해 집중해야지 치어리더의 이야기를 이렇게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윤 위원은 "스포츠 중계방송을 하면서 비일비재하게 캐스터나 해설자들이 여성 치어리더나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며 "이런 표현을 써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질 낮은 이런 해설을 하는 것 자체는 지양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심영섭 위원은 "야구 중계에서 치어리더가 바뀌면 지속적으로 자주 보여주는 건 맞다. 단지 도리스 롤랑 양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최근에는 야구 중계 시청률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재미있는 요소를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위원 역시 "어찌 되었든 과도하게 외모를 평가하고 스포츠 중계에서 특정 성에 대해 과도한 평가로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준 건 맞는 것 같다. 이러한 중계 방식이 적절치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방송에서 특정 치어리더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여성을 상품화하는 그런 표현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시 위원장을 맡은 전광삼 소위원장은 이날 참석한 위원 4인 전원 의견으로 '권고'를 의결했다.

'권고'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 정도가 가벼울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로, 심의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방송소위가 최종 의결한다. 해당 방송사에게 어떤 법적 불이익도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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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