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게 대세라지만..묵직하고 부드러운 힘, 놓칠 순 없지
[경향신문] ㆍ‘현역’ 국산 대배기량 엔진

갈수록 깐깐해지는 배출가스 규제로 엔진 배기량과 크기를 줄이는 ‘다운 사이징’이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가 됐지만 힘 좋고 부드러운 ‘대배기량’ 엔진 차량은 여전히 자동차 애호가들의 ‘위시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저중속에서의 넉넉한 가속감, 묵직하지만 비단결 같은 회전 질감, 고속에서의 폭발적인 파워는 대배기량 엔진이 아니고선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터보차저를 장착한 2ℓ급 엔진과 고효율 전기모터에 밀리고 있지만 아직도 ‘현역’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국산 대배기량 엔진을 찾아봤다.
■ 한국산 엔진 대표주자 ‘5.0 타우 GDi’
국내 업체가 생산 중인 배기량이 가장 큰 승용차용 엔진은 제네시스 G90과 기아차 K9에 얹히는 5.0ℓ 타우 가솔린 엔진이다. 시동을 걸면 V형 8기통에 장착된 8개의 피스톤들이 마치 음악을 연주하는 듯 듣기 좋은 엔진음으로 운전자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타우 엔진은 2005년부터 4년 동안 수백 명의 연구원들이 개발에 참여해 450여 대의 시험용 엔진을 조립하고 해체하면서 완성했다. 8기통 엔진은 6기통 엔진에 비해 크랭크샤프트에 작용하는 피스톤의 힘을 균형 있게 배분할 수 있어 소음과 진동이 적고, 회전 질감이 비단결 같다. 페라리 등 과거 유명 스포츠카들이 8기통을 많이 선택했던 이유다. 타우 엔진은 처음엔 4.6ℓ로 개발됐는데, 2단 가변 플라스틱 흡기시스템(VIS), 가변밸브 타이밍(Dual CVVT), 고압주조 알루미늄 블록 사용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덕분에 저속과 고속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충분한 토크가 나온다.
최고출력 366마력, 최대토크 44.8㎏·m의 출력을 냈던 4.6ℓ 엔진은 5.0ℓ로 배기량을 키우면서 출력과 연비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직분사(GDi)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는 40개월간 162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150바(bar)의 고압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는 직분사시스템, 개선된 흡기시스템을 적용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각각 425마력, 53.0㎏·m로 올렸다. 이 엔진을 사용하는 제네시스 G90 5.0 모델을 몰아보면 저속과 중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충분한 토크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일상 영역인 저중속 구간에서의 가속 성능이 뛰어나 5.2m에 이르는 G90을 마치 소형 세단처럼 움직이게 한다. 남양연구소 프루빙그라운드에서 고속 테스트를 해보면 순식간에 시속 240㎞에 이르는 고속주행도 가능케 한다.
8기통의 부드러움과 강력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6기통 엔진의 매력도 만만찮다. 8기통보다 엔진룸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회전 질감도 부드러워 스포츠카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르기까지 V형 6기통을 사용하는 차량이 적지 않다. 한국산 6기통 가솔린 엔진의 최강자는 현대차가 개발한 람다 V6 3.8ℓ GDi 엔진이다. 현대차 대형 SUV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80, 기아차 K9에 사용된다. 4ℓ에 가까운 배기량과 V형 방식의 피스톤 배치, GDi의 도움으로 강한 출력과 매끄러운 회전 질감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진음도 유럽지역 사운드 개발 전문업체와 협업해 2000~2500rpm대에서 역동적이며 중후한 소리가 나온다.
이 엔진은 앞바퀴굴림 차량에 적용된 3.3ℓ 람다 엔진이 기본이 됐다. 람다 엔진은 현대·기아차가 대형 고급차와 고성능차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이후 그랜저와 고배기량 엔진을 선호하는 북미형 수출 모델에 주로 적용됐다. 배기량을 3.8ℓ로 늘린 뒤에는 후륜구동 차량용으로 개선해 제네시스 쿠페 3.8 GT 모델에 사용됐다.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8㎏·m를 내는 3.8ℓ 람다 엔진을 장착한 제네시스 3.8 GT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트가 운전자의 등을 때릴 정도로 가속력이 출중했다. 이후 GDi 장치를 달아 최고출력을 315마력, 최대토크는 40.5㎏·m까지 높였다.
최근 출시된 팰리세이드에 사용된 3.8ℓ GDi 엔진은 대형 SUV에 적합한 효율성과 발진 가속성능을 얻기 위해 최대출력과 최대토크를 295마력, 36.2㎏·m로 낮췄다. 이 같은 튜닝으로 실사용 속도 영역에서 응답성이 높아졌다.
■ 3.3ℓ 터보 GDi와 V6 디젤엔진
자연흡기엔진처럼 터보엔진도 배기량이 크고 기통수가 많을수록 회전 질감이 부드럽고 파워는 증대된다. 대표적인 엔진이 제네시스 G70, 기아차 스팅어에 사용되는 3.3 터보 GDi 엔진이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가 가장 최근에 개발한 엔진으로, 기존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할 ‘고성능·고효율’ 엔진이다.
일반적으로 엔진 힘을 키우려면 배기량을 늘리거나 터보차저를 장착, 공기 흡입량을 증대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완성차 업계가 엔진 다운사이징을 지향하면서 배기량이 2ℓ 수준으로 축소되는 추세지만, 고급스러운 주행감성이 필요한 초대형 세단이나 스포츠카는 배기량 또는 기통수를 확대한 상태에서 터보차저를 달아 고출력을 얻는다.
람다 3.3 터보 GDi 엔진은 3.8 GDi 자연흡기 엔진보다 배기량이 500㏄ 작지만 터보차저가 가세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370마력, 52.0㎏·m가 나온다. 3.8 GDi 엔진 대비 출력은 17.5%, 토크는 28.4%나 높아진 것이다. 특히 저회전 영역인 1300rpm부터 4500rpm까지 5ℓ급 엔진의 힘과 맞먹는 최대토크가 꾸준히 터져 나와 실용영역에서의 가속성능과 초기 응답성이 출중하다. 같은 속도를 낸다고 가정할 때 GDi 엔진 대비 더 높은 기어 단수에서도 무리 없는 주행이 가능해 연비와 정숙성 면에서도 앞선다.
승용차용 국산 디젤엔진 가운데 배기량이 가장 큰 엔진은 기아차 대형 SUV 모하비에 쓰이는 S엔진이다. V형 6기통 3ℓ로 개발 비용만 2300억여원이 투입됐다.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m가 나오는데, 부드러운 회전 질감이 가솔린엔진 못지않고 가속 응답성도 좋다. “S엔진의 비단결 같은 회전 질감 때문에 이 차를 탄다”라고 말하는 모하비 마니아들이 많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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