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백화점·쇼핑몰에서도 '빵지 순례'
군산 '이성당'의 야채빵, 대구 '삼송빵집' 옥수수빵, 부산 '옵스베이커리'의 학원전 카스텔라…. 오랜 세월 지역 명소로 머물러 있다가, 5~6년 전부터 전국구 브랜드로 급성장한 빵집이다. 군산 이성당의 지난해 매출은 217억원, 대구 삼송빵집은 213억원, 부산 옵스베이커리는 246억원을 기록했다. 작은 빵집이 200억원대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이 뭘까. 유통업계는 결정적 계기로 백화점 업계의 빵집 유치 경쟁을 꼽는다.

◇빵세권 전쟁 "10년 전만 해도 복합쇼핑몰·백화점의 '간판 얼굴'이 빵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죠. 요즘은 빵 맛집을 모아놓은 '빵세권'이어야만 소비자가 몰려듭니다." 쇼핑몰 빵집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롯데자산개발 임형욱 팀장의 말이다. 그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공세 속에서 소비자를 유혹하려면 유명 빵집 입점이 필수"라고 말했다.
빵집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의 '빵지순례'(빵 성지순례) 트렌드가 보여주듯, 후각·시각·미각을 자극하는 빵 매장은 디지털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저마다 빵의 성지를 자처하며 맛집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성당은 백화점의 구애를 받고 2014년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에 들어갔다. 옵스베이커리는 2015년 롯데백화점 본점(소공점)과 인천점에 매장을 냈다.
1957년부터 58년간 대구에서 매장 한 곳만 운영하던 삼송빵집은 2015년 현대백화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전국 38개 매장을 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삼송빵집 유치를 위해 판교점·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 3곳에 동시 입점을 제안했다.
롯데자산개발 강희원 구매 담당자는 "담당 직원들이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며 명물 빵집에 찾아가 읍소하며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시장 상인 앞에서 쇼핑몰을 소개하는 PT 발표는 물론 한 달 내내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즘 빵 트렌드, '뉴트로·인증샷' 신세계백화점 허성무 디저트 구매 담당자는 매일 아침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며 최신 빵 정보를 수집한다. '몽슈슈' 도지마롤, '비스테카' 티라미수같이 소비자에게 오랜 사랑을 받는 효자 빵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조씨는 "급변하는 빵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민한다"며 "요즘은 뉴트로와 인스타그램 인증샷 문화가 빵 매출을 견인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 매출의 5분의 1은 빵·디저트가 차지하고 있다.
한때 독일과자 '슈니발렌', 슈크림 '비어드파파' 같은 빵은 백화점에서도 줄을 서야하는 맛집이었지만, 지금은 매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구매 담당자들은 소비자의 '변심'을 재빨리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올해에는 도넛이나 단팥빵처럼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복고빵을 '뉴트로(new+retro) 콘셉트'로 새롭게 해석한 제품이 대세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거나, 남들에게 뽐낼 수 있는 '비밀 맛집'이거나, 웃음을 유발하는 제품 등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때 관심을 끌 수 있는 빵도 인기다.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이흥용과자점'을 2014년 유치해 현재 5개 점포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해운대오징어먹물빵, 자갈치명란바게트가 인기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하루 1000만원어치가 팔리는 부산 '스콘ZIP' 빵은 소셜미디어에서 '강남 디저트'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판교점에서 시험 판매한 '강릉빵다방'의 인절미빵이 일주일 만에 1억원 매출을 올리자, 바로 입점 결정을 내렸다.
롯데몰 김포공항점은 지난해 12월 한국식 도넛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운 '대구 근대골목 도나스&커피'를 열었다. 1960~1980년대 음악이 나오는 뉴트로 콘셉트 매장이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선 다음 달 중순까지 한국식 마카롱인 '뚱카롱(뚱뚱한 마카롱)'을 파는 서울 강남 '드림베티'의 팝업(pop-up·한시적으로 반짝 운영)매장을 연다. 롯데몰 은평점 1층에는 천연 발효종 빵으로 알려진 인천의 명물 빵집 '안스베이커리'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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