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으로 '자동차 주인'이 바뀐다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로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술의 진화로 렌터카, 카셰어링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른다. 신문이나 잡지,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 등의 월정액 정도로 생각했던 구독형 프로그램이 자동차업계로 파고들고 있다.
◆전 세계에 부는 ‘서브스크립션’
차량 구독 프로그램은 ‘자동차 서브스크립션’이라고 불린다. 매월 정해진 구독료를 지불해 정해진 기간 여러개의 차종을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운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초가입 시 가입비용이 발생하며 월 구독료에는 보험료, 유지비, 차량 등록비, 세금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기존의 차량 리스에서 한단계 더 진화한 개념이다. 리스는 차량 구매금액의 최대 20%를 지불하고 매월 리스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고 계약한 한대의 차량을 일정기간 운영해야 한다. 구독서비스는 리스와 달리 목돈이 들지 않고 상황 및 취향에 따라 다수의 차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구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BMW는 ‘엑세스 바이 BMW’를 미국 테네시주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아이콘(월 1099달러), 레전드(월 1399달러), BMW M(월 2699달러)의 3가지 플랜으로 운영된다. 개별 관리자가 차량의 관리 및 배달을 전담한다.
아우디는 ‘Audi 셀렉트’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더 컬렉션(월 1395달러)을 선택하면 6개 차종(세단, SUV, 쿠페, 컨버터블 등)에서 선택가능하며 월 2회까지 차종을 변경할 수도 있다. 텍사스주 일부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서비스 중이다. 볼보자동차는 24개월 약정 프로그램으로 1년 후 차종을 변경할 수 있는 ‘케어 바이 Volvo’를 선보였다. XC40과 S60을 약 800달러 내외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테네시주, 펜실베니아주 일부 지역에서 한정 서비스하는 ‘Mercedes-Benz 컬렉션’을 시작했다. 시그니처, 리저브, 프리미어 등의 3가지 플랜으로 지역에 따라 차등 운영하며 월 구독료는 1000달러에서 3000달러 내외로 책정했다. 포르세 역시 조지아주 도심 일부에서 계약 기간, 차종 변경 등의 제한이 없는 ‘Porsche 패스포트’를 운영한다. 런치, 엑셀레이터 등 2가지 플랜으로 운영되며 최대 3000달러의 월 이용료를 요구한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구독 프로그램을 속속 선보이는 이유는 뭘까. 세계 구독경제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급변하는 시장의 패러다임에 대응해 생존하기 위한 것도 이유다. 구독시장의 전망은 밝다. 글로벌 기준 2000년 2150억달러(약 245조원)에서 2015년 4200억달러(약 479조원), 2020년에는 5300억달러(약 605조원)로 성장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개인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유물로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며 “사회적 가치가 소유에서 공유로 차츰 이행하면서 자동차업계에도 구독서비스가 실험적으로 시행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활성화 쉽지 않을 듯
국내 완성차 5개사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구독 프로그램의 선두주자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스펙트럼과 현대차의 주요 차종을 구독할 수 있는 현대 셀렉션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구독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생산량 역성장 분위기 탓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연간 402만9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2.1% 감소한 수준이다. 2015년 약 455만대 생산에서 2016년 약 422만대로 2017년 약 411만대로 하락세다. 구독 프로그램은 차량을 공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역성장 중인 생산량 저하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브랜드가 프리미엄보다 가성비에 초점이 맞춰진 탓도 있다. 구독서비스는 프리미엄, 가격 등을 모두 충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구독서비스는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높은 미엄 브랜드에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현대차, 제네시스만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많고 성인들은 드림카가 있어 다양한 차종을 몰고 싶어 한다”며 “국산차는 이차를 꼭 타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취약하다. 대중 브랜드는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대중 브랜드는 가성비를 따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매가 힘든 전기차의 보급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대기질 개선을 위한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제한된 국가보조금, 제조사들의 생산부족 등으로 소비자들이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전환되고 있다”며 “하지만 보조금 규모와 물량부족 등으로 계약대란이 벌어져 관심에 비해 직접 전기차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으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이라 주력 차종을 구독하는 방식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을 구독 프로그램에 적용해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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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완 기자 lee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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