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알츠하이머는 늙으면 생기는 자연현상"..너무 정교한 '가짜뉴스'

공성윤 기자 2019. 4. 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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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학계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요."

치매 전문가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 원장은 4월26일 시사저널에 "알츠하이머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퇴행성 질환의 한 종류"라고 말했다.

그는 "두뇌는 나이가 들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정상적인 사고력과 기억력을 갖고 있다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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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동시다발적으로 뜬 '선진국 치매 연구 근황' 게시물 
사진과 글귀 모두 '거짓'..한국·미국은 치매 예산 늘리는 중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이제 의학계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와 같은 글이 담긴 게시물이 4월24일 다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제히 올라왔다. 제목도 대부분 '선진국의 치매 연구 근황'으로 똑같았다. 해당 게시물엔 외국 다큐멘터리로 추정되는 영상의 캡처사진이 나열돼 있었고, 한글 자막이 덧씌워져 있었다. 주 내용은 "의학계는 알츠하이머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결론지었고, 미국 정부는 알츠하이머 연구 예산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따지면 이는 가짜 뉴스다. 

4월24일 오늘의유머, 루리웹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제히 올라온 게시물 '선진국들의 치매 연구 근황' 일부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알츠하이머가 자연현상?…"퇴행성 질환의 한 종류"

일단 알츠하이머가 꼭 늙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데 학계는 동의하지 않는다. 관련 연구재단 중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는 "알츠하이머는 노환(老患·disease of old age)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는 기억력과 인지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다. 주요한 요인은 노화다. 하지만 반드시 노화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진은 "30~40대에게도 알츠하이머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치매 전문가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 원장은 4월26일 시사저널에 "알츠하이머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퇴행성 질환의 한 종류"라고 말했다. 그는 "두뇌는 나이가 들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정상적인 사고력과 기억력을 갖고 있다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알츠하이머 연구 예산을 줄이고 있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올 3월 알츠하이머협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2019년 국립보건원(NIH․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 들어가는 알츠하이머 연구 예산을 총 23억 달러(2조 6700억원)로 책정했다. 지난해 예산보다 4억2500만 달러(49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단 늘어난 예산에 대해 연구보고서는 "여전히 알츠하이머 연구에 필요한 금액에는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방자문위원회는 지속적인 치매 예산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 증가…美 올해 보험비용은 '226조원'

또 미국 공공의료보험은 올해 알츠하이머 등 치매 질환에 걸린 사람들에게 약 1950억 달러(226조 3950억원)를 쓸 예정이다. 이는 공공의료보험 총 예산의 67%에 해당한다. 2050년에는 알츠하이머 환자 증가에 따라 보험 비용이 7700억 달러(893조 58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인터넷 게시물의 다큐멘터리 캡처사진 자체가 알츠하이머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네티즌들은 캡처사진이 BBC 다큐멘터리 영상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확인해본 결과, 캡처사진은 해당 다큐멘터리와 인터넷에 떠도는 두뇌 엑스레이 사진을 짜깁기해 조작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청력개선 수술에 관한 내용이었다. 캡처사진에 나온 것처럼 한글 자막 또한 제공되지 않았다. 

2018년 1월29일 올라온 BBC 다큐멘터리 영상. 청력개선 수술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이 영상의 캡처사진이 인터넷 게시물에서 알츠하이머 관련 영상 사진으로 둔갑했다. ⓒ BBC 캡처

한편 문재인 정부도 '치매 국가책임제'를 내걸고 치매 관련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 액수는 지난해 1457억원에서 올해 2366억원으로 909억원(62.4%) 증가했다. 또 치매를 관리해주는 '치매안심센터'는 현재 전국에서 256개소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엔 장기요양 등급 중 치매 환자를 위한 '인지지원등급'을 새로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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