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한 표차 당선 소송' 패한 선관위.. 소송비용 떠안은 억울한 청양군

신진호 2019. 4.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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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상고 기각 결정으로 충남선관위 소송에서 패해
승소한 김종관 의원 소송 비용 1000만~2000만원 청양군 몫
거액의 소송비용 부담하게 된 청양군 직원 "우리가 왜?"
전문가 "법의 대원칙과 어긋나"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소송에서 패한 건 선거관리위원회인데 왜 우리가 비용을 떠안아야 합니까? 법이 그렇다면 바로 잡아야지요. 그동안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했는데 청양군민은 물론 모든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일입니다.”
김종관 청양군의회 의원이 지난 23일 충남도청에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충남 청양군의 한 팀장이 한 하소연이다. 충남지역 15개 시·군 가운데 재정여건이 가장 열악한 군(郡)인데 1000만원이 넘는 거액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소식에 군청 직원들은 한숨부터 나왔다고 했다.

청양군이 소송비용을 떠안게 된 사연은 이렇다. 대법원은 지난 5일 충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제기한 ‘당선 무효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이유가 없다”며 심리 불속행 기각(본안 심리 없이 상고 기각)을 결정했다.

지난해 치러진 6·13지방선거 때 ‘한 표차 당선’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청양군의회 김종관(57) 의원의 당선이 무효하다는 소송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기각으로 김 의원은 직(職)을 유지하게 됐고 ‘당선→낙선→당선’을 오가며 10개월 넘게 이어진 소송도 끝이 났다.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비용 문제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통상적으로 소송에서 패한 쪽이 승소한 쪽의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된다. 변호사 비용은 물론 소송과정에 들어간 각종 서류 등에 대한 비용도 패소한 쪽의 몫이다.
청양군의회 김종관 의원의 당선이 무효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패소한 충남선관위. 소송비용은 모두 충남 청양군이 부담하게 된다. [중앙포토]

이번 소송은 충남선관위와 김 의원 간에 이뤄졌다. 김 의원이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이겼고 패한 쪽은 충남선관위다. 일반적인 잣대로라면 충남선관위가 김 의원의 모든 비용을 떠안아야 하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번졌다. 법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277조(선거관리경비)에는 ‘지방의회 의원의 선거 관리준비와 실시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거에 관한 소송에 필요한 경비와 소송의 결과로 부담해야 할 경비 역시 자치단체 몫이다.

이런 법 규정 때문에 청양군은 최소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가량의 소송비용을 대신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청양군청 내부에서는 “남들의 소송을 지켜보다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는 푸념이 적지 않았다. 선관위가 힘없는 자치단체를 옥죄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다.
지난해 7월 11일 충남선거관리위원회에서 청양군의원 가선거구 투표지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충남선관위는 “상식적으로 소송에서 패한 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며 “그렇지만 선거법에 그렇게(자치단체 부담) 나와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법원이 최종 소송비용을 통보하면 공문을 청양군으로 내려보내 돈을 받아낼 계획이다.

이와 관련, 소송 당사자였던 김종관 의원은 “소송에서 패한 것은 선관위인데 자치단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법 규정”이라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을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양군은 선관위로부터 공문을 전달받는 대로 예비비에서 돈을 마련, 청양군선관위에 보낼 예정이다. 청양군선관위는 이 돈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게 된다. 예비비는 홍수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민을 위해 쓰기 위해 남겨둔 예산이다. 소송비용만큼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셈이다.
청양군의회 김종관 의원의 당선이 무효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패소한 충남선거관리위원회 소송비용을 모두 떠안게 된 청양군. [중앙포토]

양석진 충남도립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소송비용을 자치단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법간 체계 정합성에 어긋나고 민법상 ‘과실책임의 대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책임을 지는 기관이 다르다는 것 또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청양=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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