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고는 명문대 골든로드"..초등생부터 채찍질

한수연 2019. 4.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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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수학이나 과학을 특출하게 잘하는 학생을 뽑아서 나라의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영재 고등학교'가 전국에 8곳 있습니다.

모두 정부 지원을 받는 국, 공립입니다.

내년도 입학 경쟁률이 15.3대 1, 재작년부터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종시 영재고는 30대 1이 넘습니다.

그런데, 한 해 8백 명 정도를 뽑는 영재고 입시를 위해서 선행 학습 열풍이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 오늘 집중해서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선행 학습 실태를 한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목동의 한 수학·과학전문학원, 밤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인데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강의실 안을 들여다보니 초등학생들이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밤 10시가 지나자 학원 앞 1차선 도로는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의 차량들로 금세 주차장이 됐습니다.

"난 분수가 나왔어." "나도 나도. 분수가 나왔어. 8분의 25 나왔어."

수학 문제 정답을 맞춰보며 우르르 나오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3-4학년.

"(몇 학년인데 지금 끝났어?) 4학년이요. 거의 맨날 이 시간에 (끝나요.)"

학원 입구엔 저녁 먹을 시간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들이 배달시킨 도시락들이 놓여 있습니다.

[학부모] "초2인데도 중3 거 하고 그러니까, 우리 애는 늦은 거 아닌가…(중1에) 과학은 고2, 수학은 일단 고1 과정까지는 해야 KMO(수학경시대회)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렇게 선행학습을 하는 초등학생들의 목표는 일단 영재고 입학.

명문대 진학을 보장하는 이른바 '골든로드'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1학년생 학부모] "서울(과학고) 가서 의대 간 케이스도 있고. (대학 갈 때)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어차피 고등학교 공부하는 거니까 괜찮겠다 해서…"

골든로드의 첫 관문은, 초등학교 때 교육청이나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입학해 '연구 스펙'을 만드는 겁니다.

[중학교 1학년생 학부모] "(영재고에서) 수학·과학 연구 실적을 내라고 그러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자기 혼자 하기엔 너무 부족하고, 학교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중학교 때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 나갑니다.

그러려면 초등학교, 늦어도 중학교 1학년 때 최소 고1 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겁니다.

아예 영재고 대비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학원도 성업 중입니다.

[대치동 컨설팅학원 설명회(지난 2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영재학교 지망하신다 할 때 아이가 설곽(서울과학고)이 나을지, 경곽(경기과학고)이 나을지, (학원이 아닌) 과외형이 나을지…(그걸 길게 짜주시는 건가요?) 그렇죠 그렇죠. 실제로 많이 (컨설팅) 받고 있고."

학원가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영재고 대비 사교육에 1인당 1억 6천만 원가량이 든다고 추산합니다.

[이범/교육평론가] "영재성이 있다 할지라도 입학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죠. 선행학습을 많이 요구하고 사교육에 의존해야만 합격할 수 있는 이런 입시를 유지하는 건 굉장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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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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