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드 1집 26년 만에 LP로 재탄생 [문화프리뷰]

2019. 4. 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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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 남성 트리오 솔리드의 데뷔 앨범이 LP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앨범이 발매된 해가 1993년이니 26년 만의 재탄생이다. 솔리드의 팬들이나 LP 수집을 즐기는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듯하다.

솔리드 1집

1집 〈기브 미 어 찬스(Give Me a Chance)〉는 출시될 때 카세트테이프와 CD는 물론 LP로도 제작됐다. 하지만 앨범 발매 직후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던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 출연도 한두 번에 그쳤다. 인지도가 없으니 레코드 가게들은 음반을 치울 수밖에 없었다.

무명의 가수로 남을 뻔했던 솔리드는 1년 뒤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 1집 제작을 맡았던 공일오비의 기타리스트 장호일과의 인연으로 멤버 김조한과 이준이 공일오비의 다섯 번째 앨범 타이틀곡 ‘단발머리’에 비트박서와 래퍼로 참여한 것이다.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음에 따라 솔리드는 비로소 음악팬들의 눈에 들게 된다.

김조한과 이준에게 할당된 분량은 짧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덕에 음반 제작자의 레이더에도 잡혔다. 솔리드는 1995년 작곡가 김형석과 공동으로 프로듀스한 2집을 내놓는다. 감미로운 선율과 김조한의 시원한 가창을 앞세운 타이틀곡 ‘이 밤의 끝을 잡고’는 많은 이들을 매료하며 전국에 울려 퍼졌다. 그룹은 후속곡 ‘나만의 친구’로도 음악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볐다.

인기가 높아지자 1집이 다시 발매됐다. 앨범 제목으로 내건 요구대로 솔리드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수록곡들이 ‘이 밤의 끝을 잡고’나 ‘나만의 친구’처럼 히트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2집에 비해 전체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졌던 탓이다.

1집은 많은 이가 까다롭게 여길 만했다. 뉴 잭 스윙과 힙합 솔을 버무린 타이틀곡 ‘이젠 나를’은 래핑 파트의 목소리를 왜곡해 무척 투박하게 들린다. 무선호출기를 이용한 잦은 연락에 피로감을 토로하는 ‘자유롭고 싶어’는 리듬을 부각해 건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흑인음악과 댄스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쁨을 만끽했을 듯하다. 미국 힙합에서나 접하던 제임스 브라운의 ‘겟 업 오파 댓 싱(Get Up Offa That Thing)’ 샘플을 ‘이젠 나를’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자유롭고 싶어’는 오케스트라 히트를 전반에 분포함으로써 1990년대 초반 흑인음악의 트렌드를 나타냈다. ‘꿈을 잃은 모든 이에게’처럼 테크노와 힙 하우스 장르를 접목한 노래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어서 신선했다.

템포가 느린 곡들도 만족스러웠다. 슬로 잼(‘꿈속의 연인’), 아카펠라(‘크리스마스 이야기’), 뉴 잭 스윙과 컨텀퍼러리 R&B의 퓨전(‘기억 속에 가려진 너의 모습’) 등 다양한 장르를 알차게 소화했다.

그룹의 음악감독 정재윤은 출중한 감각으로 리드미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는 얼개를 구축했다. 이준의 묵직한 래핑, 김조한의 미끈한 싱잉은 노래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훌륭한 마감재가 됐다. 사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기브 미 어 찬스〉는 전혀 허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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