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독재자 감방 보낸 수단..떨고 있는 아프리카 폭군들

김지아 입력 2019. 4. 24. 05:00 수정 2019. 4. 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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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독재자 바시르, 악명높은 정치범 수용소 수감
수단정부 '빵값 인상'이 시민들 분노 불질러
문민정부 수립 요구 시위에 인접국들 촉각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가 군부에 의해 축출된 후 바르시의 재판과 군부의 즉각적인 권력이양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수단 시위대. [EPA=연합뉴스]
“30년 독재자가 수단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 독방에 갇혔다.”
CNN은 18일(현지시간) 수단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75) 전 대통령의 수감소식을 알리며 이같이 보도했다. 바시르가 수감된 감옥은 수단 수도 하르툼에 위치한 코바르 교도소로 정치범을 주로 수용했던 곳이다. 바시르는 자신이 독재 30년 동안 정적들을 가뒀던 곳에 묶이는 신세가 됐다. 수감 후 로이터는 “바시르 집에서 현금 약 80억원이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했다”고 20일 전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독재자가 교도소에 수감된 건 이례적이다. 지난 2017년 37년 독재에서 물러난 로버트 무가베(95) 짐바브웨 전 대통령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새 정부로부터 의료 지원까지 받고 있다. 1989년부터 수단을 통치해온 바시르가 감옥까지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빵값 인상’에 뿔난 시민들…30년 독재자 감옥행
반정부 시위를 하며 혁명을 외치고 있는 여성. 22살 대학생 알라 살라로 밝혀졌다. [트위터 캡쳐]
30년 철권통치가 깨진 건 다름 아닌 ‘빵값’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수단정부가 빵값을 세배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게 첫 시작이었다. 지속된 독재 속에서 경제난으로 고통받던 시민들의 울분이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유혈사태도 발생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추산 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의사·변호사·엔지니어 등 전문가들이 합세하면서 시위는 대규모로 확산됐다. 대학생 알라 살라(22)가 수도 하르툼 한복판에서 차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하는 장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퍼지면서 ‘혁명의 상징’으로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각국의 권력 이양 촉구가 이어지던 중 군부가 움직였다. 지난 11일 군부가 쿠데타로 바시르를 몰아낸 뒤 BBC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수단에선 늦은 밤 음악을 틀 때 허가를 받아야 했을 만큼 철권통치가 이어졌지만 이젠 24시간 내내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축제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 시위는 끝나지 않았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위원회는 “과도군사정부를 거친 후 2년 안에 문민정부를 수립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시위를 주도하는 '수단직업협회'(SPA)는 즉각적인 문민 의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 18일 수단의 문민정부 구성을 지지한다며 수단 군부 압박에 나섰다.

우간다 언론 KFM는 정치 분석가 시라제 키팜파의 말을 인용해 “수단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독재 정권이 더이상 아프리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독재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에 의해 좌절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에도 봄 올까…거버넌스 지수 천천히 개선 중
수단 시위대의 모습. [AP=연합뉴스]
독재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선 수단과 같은 민주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2~3년새 독재자가 물러나고 민주적 선거를 시행하는 국가도 늘었다.

콩고민주공화국(DRC·민주콩고)에선 18년 동안 정권을 잡았던 조셉 카빌라(47)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 지난해 12월 역사상 첫 민주적 선거로 펠릭스 치세케디(55)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 치세케디는 독재정권 당시 투옥된 정치범 약 700명을 사면하는 등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비아에서도 ‘약초로 에이즈를 완치했다’는 주장 등을 하며 23년간 통치해온 야히아 자메(53) 전 대통령이 2017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개입으로 물러났고, 민주적 선거로 아다마바로우(54)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같은 변화로 감비아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19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30위 오른 92위를 기록하며 큰 상승폭을 보였다.

모 이브라힘재단이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54개국 중 75%는 지난 10년간 시민참여와 인권·치안과 법치·지속가능한 경제적 기회·인간개발 등을 평가하는 거버넌스 지수(IIAG)가 개선됐고 이 중 15개국은 특히 지난 5년간 이 지수가 급속도로 개선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시민참여 지수는 2017년 100점 만점에 49.4점으로 여전히 낮은 수치지만, 10년 전에 비해선 3.5점 올랐다.


한계는 여전…33년 독재 우간다는 역행 중
우간다를 33년동안 통치해온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 올해 74세인 무세베니는 다음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75세 이하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연령 제한을 없앴다. [AP=연합뉴스]
한계는 여전하다. 세계인구조사(WPR)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프리카 대륙 내 독재국가는 총 19개국이다.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76) 적도기니 대통령이 40년째, 폴 비야(86) 카메룬 대통령은 37년째 집권하고 있다. 우간다에선 33년 동안 통치해온 요웨리 무세베니(74)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하기위해 75세 이하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연령 제한 조항을 폐지하고 나섰다. AP는 “무세베니의 2021년 대선 출마가 가능해져 그는 종신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짐바브웨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여전히 경제가 불안정하고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된 에머슨 음낭가과(76) 대통령을 향한 반정부시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지난해 “무가베 퇴진 후 1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짐바브웨에 대한 희망은 아직 작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거버넌스 발전을 위해선 이들이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티온 나이앵은 “아프리카의 인구 60%는 25살 이하지만 젊은 다수는 정부 내에서 대표되지 않고 있다”며 “아프리카 원로 지도자들은 젊은층의 열망을 문화적 침략과 제국주의 영향이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 물러난 독재자 뭐하고 있나 봤더니...옆 나라에서 댄스파티?

감비아를 23년 통치한 야히아 자메 전 대통령. 자메는 자신이 이기지 못한 대선결과에 불복하다 주변국의 개입으로 인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고, 적도기니로 망명했다. [AP=연합뉴스]
서아프리카 소국 감비아를 23년간 독재하다 지난 2017년 적도기니로 망명한 야히아 자메 전 대통령. 자메는 망명지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지난 2월 아프리카뉴스는 자메가 화려한 파티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건 자메와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이 오랜 친구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 포린폴리시(FP)는 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자메가 오비앙 소유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국제독립탐사매체 컨소시엄 조직범죄와 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는 자메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최소 9억7500만 달러(1조 1080억원)를 횡령했다고 전했다. IMF가 추산한 감비아의 GDP는 2018년 기준 약 16억 달러(1조 8184억 원)로 자메가 횡령한 금액은 감비아 GDP의 60%가 넘는다. 자메는 지난해 미국의 입국 처분을 받았지만, 적도기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가입하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자메가 적도기니에 머무는 한 그의 호화로운 망명생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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