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형 블랙홀 관측 성공

김태환 기자 2019. 4. 1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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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빛도 강한 중력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던 블랙홀의 실체가 실제로 관측, 증명된 것이다.

EHT 프로젝트가 관측한 M87 중심부 초대형 블랙홀의 그림자.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국제 공동 연구인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는 10일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HT는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만든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이다. 이 EHT의 관측 목표인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은 블랙홀의 중심에서부터 뻗어나온 반경이 형성한 경계를 말한다. 이 경계면은 천체 물리학자들이 빛조차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는 가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해 온 지점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 등 EHT 국제 공동 연구진은 10일 밤 벨기에 브뤼셀과 미국 워싱턴DC, 일본 도쿄 등 전세계 6곳에서 블랙홀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으로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중심부의 블랙홀을 관측했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이 초대형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전 지구에 걸친 전파 망원경 8개를 연결해 이전까지 존재한 적이 없는 높은 민감도의 EHT를 만들었다.

EHT는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으로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하고 이 신호를 역추적해 블랙홀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이 그림자를 발견했다.

블랙홀의 그림자는 말 그대로 빛에 의해 생기는 윤곽이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갖고 있어 육안으로 관측할 수가 없다. 중심부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 그 자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중력이 비교적 약한 외곽부에서 그 실체를 찾는 방법을 고안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말한 빛조차 휘어지게 만드는 블랙홀의 강한 중력을 예상해 주변부 빛의 휘어짐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사건 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은 이 중력으로부터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아 중심부로 끌려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일직선이 아닌 휘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블랙홀 주위를 휘감는 모습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 결과로 M87 블랙홀의 경계(사건 지평선)이 약 400억 킬로미터(km)에 조금 못미친다고 밝혔다. 블랙홀 그림자의 크기는 이보다 2.5배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노 팔크(Heino Falcke)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은 "사건지평선에서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휘어져 생긴 이 그림자로 우리는 M87 블랙홀의 어마어마한 질량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NOEMA) 천문대, 그린란드 망원경(GLT) 등의 참여로 더욱 향상된 관측 성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사용된 EHT의 관측 성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로 알려졌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이자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쉐퍼드 도엘레만(Sheperd S. Doeleman) 박사는 "우리는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일을 이뤄냈다"면서 "세계 최고 성능의 전파망원경들을 서로 연결해 블래홀과 사건 지평선에 새로운 장을 함께 열었다"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번 관측에서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8명이 협력 구성원으로 참여했으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등을 제공했다. 관측 결과는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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