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더불어 사는 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한 아이 [장르물 전성시대]
마치다와 비슷한 유년을 겪은 무로이는 자신의 범죄를 그럴듯한 단어와 개념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마치다는 속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미노루의 호적으로 신분을 위장해 돈을 벌던 마치다는 무로이 진을 알게 된다. 그는 마치다와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 호적이 없는 아이로 발견되어 시설에서 성장했고, 천재적인 머리를 이용해 암흑가에서 승승장구했다. 부모에게서 버려졌지만 신에게 높은 지능을 선물받았다고 믿는 무로이는 마치다와 자신을 ‘신의 아이’라 부른다. 부조리한 세상을 뒤엎겠다며 조직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던 무로이는 마치다를 자신의 옆에 두고 싶어한다.
야쿠마루 가쿠의 초기작은 선명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사회파 미스터리였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천사의 나이프〉는 소년범의 처벌에 대한 이슈를 다룬다.
〈허몽〉은 심신상실자의 범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시나리오와 만화 스토리 작가를 거쳐 소설가가 된 야쿠마루 가쿠의 롤 모델은 〈13계단〉으로 데뷔한 다카노 가즈아키였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다카노 가즈아키는 사회적 이슈와 함께 영화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강렬하게 끌어들이며 〈그레이브 디거〉 〈제노사이드〉 등의 히트작을 발표했다.
야쿠마루 가쿠는 다카노의 길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낸다. 그리고 데뷔 10주년인 2015년 〈침묵을 삼킨 소년〉으로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한다. 10년간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에게 신인상이라 묘한 느낌이지만, 야쿠마루 가쿠가 미스터리와 스릴러라는 장르에 머물지 않고 작품세계를 확장해 가는 시도에 대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신의 아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읽으면서 덴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가 떠올랐다. 〈영원의 아이〉는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겪는 슬픔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의 아이〉의 마치다는 동식물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학교에 가지 못했고 집에는 TV도, 책도 없었다. 사회에 나와서는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책들만 읽었다. 야쿠마루 가쿠는 마치다의 감정과 생각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말과 행동,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서 독자에 전해준다. ‘살아서 하는 모든 행위가 놀이’라는 마치다의 말에 다메이는 생각한다.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자신의 인생 자체가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떤 인생을 경험해야 그런 애처로운 마음에 도달하는 걸까.’
마치다와 비슷한 유년을 겪은 무로이는 ‘사회에서 뒤처진 약자를 위해 범죄라는 수단을 이용해 이 세상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 했다. 결국은 궤변일 뿐이다. 자신의 범죄를 그럴듯한 단어와 개념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마치다는 속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제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을 결코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게다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제가 범한 죄의 아픔을 진정으로 느낄 수 없다고도 말입니다.” 불행과 고통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도, 행복도 함께 살아가는 길을 마치다는 선택했다. 신의 아이가 아니라 인간이 되는 길을.
김봉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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