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줄어들게 만드는게 왜 중요한가요?

2019. 4.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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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신문이나 방송에서 ‘경단녀’라는 말을 자주 접해요. 경단녀가 늘어나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최근 들어 신문기사 등에서 ‘경단녀’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종종 보는 ‘○○녀’, ‘△△녀’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듯한데 조금 어려워 보이는 말이죠. ‘경단녀’란 ‘경력 단절 여성’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열심히 회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출산이나 육아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포기하면서 경력이 끊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경단녀’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경제활동인구’라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가 넘은 사람 중에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취업자)’에 ‘일자리를 구하고는 있지만 아직 찾지는 못한 사람(실업자)’을 더한 것입니다. 그 외의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 없거나, 대학생이나 가정주부처럼 능력은 있지만 바깥에서 일을 안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경단녀는 경제활동인구인 취업자에서 비경제활동인구인 가정주부 등으로 처지가 바뀐 여성을 가리킨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뚝 떨어지겠죠.

2017년 우리나라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20대 후반은 전체 여성의 75%가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30대 초반은 64%, 30대 후반은 60%로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출산을 많이 하는 30대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지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단녀’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그 변화가 너무 크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그럼 20대에 직장을 잘 다니던 많은 여성들이 30대가 되면서 갑자기 직장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일과 육아를 함께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습니다. 직장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있어서 출근할 때 아이를 데리고 왔다가 퇴근길에 데려갈 수 있는 회사도 늘고 있죠. 그러나 아직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깊은 데다 일해야 하는 시간은 긴데 그동안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남녀 간 소득 격차가 큰 것도 경단녀가 늘어나는 원인이 됩니다. 여성들이 받는 급여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낮기 때문에 육아의 어려움과 직장 문제가 겹칠 때 ‘차라리 내가 일을 그만두고 말지’ 하며 여성이 먼저 직장을 포기하는 겁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돌봐줄 사람을 찾지 못해 갑자기 조퇴를 하거나 휴가를 써야 할 때 상사 눈치를 봐야 하는 직장 문화, 또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고 회사가 어려우면 여성을 먼저 해고하는 분위기 등도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물론 취미생활에 전념하고 싶다든지 하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을 계속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거나 경력을 많이 쌓아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직업을 포기해야만 한다면 이는 당사자에게 큰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이것은 단순히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 경력 단절은 가계 소득 감소, 출산율 하락 등 훨씬 더 큰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여성 한 명이 낳는 아이가 평균 한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선진국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죠. 반면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평균수명은 길어졌습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더욱 늘어난다는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젊고 능력 있는 여성들이 본인의 희망과 달리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현상입니다.

우리의 어머니와 누나, 언니들이 겪고 있고, 장차 우리 딸이 겪게 될지 모를 경단녀의 아픔은 당사자와 그 가족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조희근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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