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맞은 나무'..하루 동안 불씨 품다 '화마'로

김윤미 2019. 4. 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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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어제 오후 서울 수락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는데 그 원인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토요일에 친 번개가 꼬박 하룻동안 불씨를 숨겼다가 다음날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조한 날씨에 불씨의 생존력이 이렇게 강한 겁니다.

김윤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수락산에 불이 난 건 어제 오후 3시쯤이었습니다.

이 불은 임야 1천제곱미터를 태우고 1시간만에 진화됐는데, 하마터면 큰 산불이 될 뻔 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산불의 원인은 번개로 밝혀졌습니다.

도안사에서 산길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약 15분.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껍질이 벗겨진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나무의 윗쪽 부분은 전혀 불에 타지 않았고, 바닥에는 검게 탄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원석호/서울국유림관리소 주무관] "낙뢰의 전형적인 모습은 이렇게 낙뢰가 빗겨 맞아서 여기 땅하고 접지하는 곳에서 불이 순식간에 번지거든요."

지난 20년간 발생한 산불 9천여건 중에서 벼락이 지핀 산불은 0.5% 정도로 매우 희귀합니다.

이런 장면은 산불감식 전문가도 보기 드물다고 말합니다.

[원석호/서울국유림관리소 주무관] "저도 감식을 여러 번 해봤는데 직접 저렇게 낙뢰를 맞은 나무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그런데 불이 난 시점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번개는 토요일 밤에 쳤는데, 불은 일요일 오후에 난겁니다.

번개가 친 시간과 산불이 난 시간 사이의 간격이 하루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원석호/서울국유림관리소 주무관] "낙엽에 불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그게 하루, 이틀 있다가 나올 수도 있어요."

벼락이 만든 불씨가 건조한 낙엽 밑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바람이 강하게 부는 틈을 타 화마로 변한 겁니다.

기상청은, 내일 밤부터 전국에 비가 오고 강원산간지방은 폭설이 쏟아질것으로 예보했습니다.

그러나, 봄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을 경우 낙엽층 밑은 하루 이틀이면 바짝 마를 수 있습니다.

[권춘근/산림과학원 박사] "(비가) 10mm 미만일 경우에는 하루 정도 (산불을) 안심을 할 수 있고요. 10mm 이상인 경우에는 한 이틀에서 3일 정도…"

건조한 날씨에 올 봄에는 불씨의 생명력도 예사롭지 않아, 산불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MBC뉴스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기자 (yoo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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