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에 사기 당해"..전혜빈이 회상한 20대와 슬럼프 [M+인터뷰②]

어느덧 ‘믿보배’로 떠오른 배우 전혜빈에게도 암흑기는 존재했다. 한창 행복해야 할 20대 시절에는 꿈을 가지고 장난치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전혜빈 이 시기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KBS2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는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안방극장을 웃음과 눈물로 물들였다. 전혜빈은 온갖 사연으로 붐비는 가족들 틈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으며 늘 스스로를 경계하는 인물 이정상을 맡아 열연했다.
인간 전혜빈과 극 중 이정상은 다른 듯 닮은 점이 많았다.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고군분투해야 했고,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걸그룹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TV에서나 볼 법한 사기꾼도 여럿 만났다.
“어렸을 때 가수로 데뷔해서 좀 힘들었다. 가수로서 이미지를 소모적으로 사용했고, 결국에는 회사 계약이 끝날 때까지 참다가 나중엔 스태프들에게 직접 돈을 주며 일했다. 그때가 26살이다. 꿈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았다. 한 유명 작가님은 저를 키워준다며 시놉시스까지 보내줬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사기꾼이더라. 두려워서 동굴에 갇혔다. 너무 힘들었지만 저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인생을 배웠던 시기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제가 더 튼튼하게 버틸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줬다.”

전혜빈에게는 ‘씨앗 하나’ 같은 꿈도 있다. 구체적인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소신이 담긴 작은 꿈을 꾸고 있다. 자신처럼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재능을 살릴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제 힘은 과거 힘들었던 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후배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결코 불필요한 시간이 아니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너무나 많은 배우 지망생이 있고, 사라지는 불빛 같은 이들이 많다. 제가 좀 더 나이가 들고 인간으로서 완성이 된다면 그런 친구들을 위해 도움과 기회를 주고 싶다. 꼭 배우뿐만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제 겨우 씨앗 하나 심은 꿈이다.”
전혜빈이 열심히 쌓아올린 돌다리는 튼튼하다.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자신에 대한 믿음이 쌓였고 소중한 인연도 만날 수 있었다. 먼 길을 돌아온 감은 있지만 결코 틀린 길로 가지 않았다는 자신감이 전혜빈의 재산이다.
“열심히 돌다리를 만들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나아진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전혜빈 출연하면 봐야지’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지 않을까. 과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 저는 제 스스로를 믿는다. 열심히 해온 보람을 이제야 느끼고, 좀 인정받는 기분도 든다. 고단한 세월을 보낸 뒤 봄이 찾아온 것 같다.”
MBN스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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