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준비도 돈 있어야"..활기 사라진 노량진 [밀착취재]

권구성 입력 2019. 4. 8. 07:01 수정 2019. 4.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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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노량진역 인근 컵밥거리.

주변 학원들의 점심시간인데도 컵밥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 인원을 늘렸지만,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들이 몰리는 노량진 일대의 상권은 도리어 침체되고 있다.

실제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공무원 시험의 식은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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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떠나는 고시생들 / 공무원 채용 늘렸지만 노량진 상권 침체 / 줄 서서 듣던 강의 대신 인터넷으로 들어 / 고시원 월세·식비 등 생활비 부담 커져
지난 5일 서울 노량진역 인근의 컵밥거리는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 5일 서울 노량진역 인근 컵밥거리. 주변 학원들의 점심시간인데도 컵밥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예전 같으면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을 터였다. 사람이 적은 탓에 컵밥거리에는 문을 연 가게보다 닫은 가게가 더 많았다. 이날 장사를 하던 한 상인은 “컵밥거리를 옮기면서 매출이 줄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도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 인원을 늘렸지만,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들이 몰리는 노량진 일대의 상권은 도리어 침체되고 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노량진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에게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노량진조차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으면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되버린 것이다. 
◆공무원 시험도 경제적 여유 있어야
 
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2019년도 국가공무원 9급 선발시험의 지원자는 19만5322명으로 전년대비 7656명 감소했다. 선발인원이 소폭 늘어난 데 비해 지원자가 줄면서 경쟁률도 낮아졌다. 최근 3년간 국가공무원 9급 경쟁률은 2016년 53.8대1에서 지난해 41대1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이 자주 찾던 한 중식당의 가격이 최근 줄줄이 인상됐다.
실제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공무원 시험의 식은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공시생들이 자주 찾는다는 식당가도 컵밥거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중식 메뉴를 먹을 수 있어 유명한 한 중식당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노량진역 인근의 상가들도 예전에는 유동인구가 많아 황금 상권으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임대를 내놓은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 ‘노른자 상권’으로 통하던 서울 노량진역 인근의 상가들이 상권 침체로 하나둘 떠나고 있다.
학원가도 학생들의 활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학생들이 좋은 자리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이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학원가의 전언이다. 9급 지방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A(27·여)씨는 “유명한 1타 강사가 아니면 대부분 줄을 서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며 “유명 강사의 수업이라도 힘들게 줄 서서 듣는 것보다 인터넷 강의로 듣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노량진 생활비’ 부담 커져
 
공시생들이 노량진을 부담스러워하는 주된 이유는 ‘노량진 생활비’때문이다. 이 일대의 식비는 여전히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대부분 인상됐다. 주머니가 가벼운 공시생들에게는 단돈 몇백원을 인상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 
 
더욱이 노량진 일대의 고시원이나 원룸 등의 월세는 서울 여느지역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비싼 편에 속한다.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B(29·여)씨는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은 되겠지만 생활비 부담이 커서 포기했다”며 “인강을 들으면 수강비와 교재비가 월 50만원도 들지 않지만, 노량진을 가면 월 100만원은 쉽게 깨진다”고 말했다.  
 
글·사진=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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