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노인이 말했다, "지하철 요금? 내는 게 맞지"

이호길 인턴기자 2019. 4. 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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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하철 적자.."사회적 합의 통해 대안 찾아야"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의 뿌리는 제5공화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도입된 이 제도는 올해로 35년째 이어지고 있다. 노인복지법 제26조의 경로우대 조항에 의해 65세 이상 고령층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다.

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 1~8호선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354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적자(5390억원)의 65.7%에 해당하는 수치로 승객 1인당 510원의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국 도시철도의 무임승차 운임손실액은 6000억원에 육박한다. 서울시의회는 현행 무임승차 제도가 유지될 경우 노인무임손실액은 2020년 3644억원, 2030년 6887억원, 2040년 9887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손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노인 "제도 개선 필요성에 동의"…방법론은 의견 엇갈려

상당수의 노인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5일 오전 탑골공원에서 만난 76세의 할아버지는 "노인들도 원칙적으로는 요금을 내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의 경제가 중요한데, 지하철을 무료로 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돈을 바로 내라고 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도 했다.

서울 중구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은퇴를 했다는 85세 남성 조모씨는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가 막대하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무임승차가 아니라 요금을 절반 정도만 할인해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인의 이동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67세의 김모 할아버지는 "(제도를 폐지하면) 노인들이 오갈 수가 없다"며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경제가 발전하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빈곤한 노인이 무료 급식을 먹기 위해 인천이나 성남 등지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까지 온다"고 말했다.

2013년 보건복지부가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된 '노인 교통이용 요금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은 현행 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연구팀이 서울시 지하철 무임승차를 이용하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7.5%의 노인이 제도 개선에 찬성했다. '제도 개선에 대한 동의 여부'에 19.1%는 유보적이었고, 33.5%는 반대했다. 무임승차 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노인은 88.3%였다.

그러나 방법론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74세 할아버지는 "건강과 소득 수준을 고려하여 일정 수의 노인에게만 무임승차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각 81세와 92세라고 말한 두 남성은 "노인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무임승차 허용 연령을 75세 정도로 올려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주변 친구들도 대체로 비슷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2017년 1월에 '지하철 적자 해결 방안' 조사를 실시했다. 바람직한 방안 1순위는 '70세 이상으로 무임승차 연령 상향조정'(39.8%)이었고 2위는 '중앙정부가 손실 부담'(22.6%), 3위는 '무임승차제 폐지·요금할인제 도입'(21%) 순으로 시민들이 생각하는 해법도 각양각색이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지원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감액 제도를 도입하는 게 적절해 보이고 지하철에 국한하여 무임승차 연령을 5년에 걸쳐 1세씩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방법도 있다"며 "피크 시간대에 이용을 제한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같이 패키지로 쓰는 게 맞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도 개선 공감대 형성됐다면…"논의 통해 사회적 합의 이뤄야"

이처럼 노인층에서도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면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는 "고령사회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전제 측면에서 구체적인 절차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 비율을 고려한 노인연령 개념 상향 조정 등의 사회적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자고 이야기는 하지만 마냥 미루고만 있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무임승차 제도가 개선되면 재정여건을 호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철도학회는 2016년에 발표한 '철도 무임승차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의 학술발표자료를 통해 "무임승차 제도를 체계적으로 바꾸게 된다면 철도 운영기관은 만성적인 운영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시민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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