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선우? 이제 뮤지컬 배우 권민제로 [인터뷰]

이우인 2019. 4.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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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이우인 기자] 2009년 데뷔, 연예 정보 프로그램 '연예가중계'의 리포터,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합창단, 뮤지컬과 오페라, 드라마 활동… 방송인 겸 배우 선우가 달려온 지난 10년은 도전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오는 9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의 여주인공 마리로 선우는 새롭게 태어난다. 선우를 내려놓고 본명인 권민제로 새롭게 날갯짓을 시작한다.

TV리포트는 '루드윅'의 개막을 나흘 앞두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권민제를 만났다. 기자 역시도 선우가 익숙한 이름이기에 권민제로 활동명을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선우에서 권민제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그녀에겐 알게 모르게 많은 일이 있었다. 3년이라는 긴 공백을 겪었고, 연예계 일을 접고 요가 강사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권민제는 후회와 반성, 깨달음의 시간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제가 방송을 엉겁결에 데뷔했어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앙상블로 공연하던 중이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데뷔한 케이스죠. 리포터 이름은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워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지은 이름이 선우였어요." 

선우의 이름을 달고 권민제는 유명인이 됐다. 터닝 포인트는 '남자의 자격'이었다. 선우는 배다해와 라이벌로 성악 전공자다운 실력을 뽐냈다. '연예가중계' 리포터인 줄로만 알았던 선우의 반전 매력에 시청자들은 금세 빠졌다. 실력과 인지도를 겸비한 선우를 뮤지컬계에서도 여주인공으로 모시기 바빴다. 

그러나 신인 때 만난 소속사와 관계를 정리하면서 선우는 갈곳을 잃은 양이 됐다. 그녀는 "회사를 나왔더니 일이 다 어그러졌다. 선우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일이 운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이 일이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지난 3년 동안 요가 강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돈을 벌어도 마음은 계속 헛헛했다"고 회상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권민제의 증상은 우울증이었다. 권민제는 "살도 엄청 찌고, 거식증, 불면증에 시달렸다. 자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의사가 우울증이라더라"라며 "하지만 지금은 회복 중이다. 나의 상황을 인정하니 모든 게 수월해진다. 그런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꿈에서 멀어진 삶을 살던 권민제를 다시 무대의 삶으로 돌린 이가 배우 손의완이다. 권민제는 "언니가 '나한테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너도 오디션 봐볼래?'라고 물어봤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였는데, 앙상블 역할이었다"라며 "무대엔 너무 서고 싶은데, 과거에 무대에서 주인공을 했었다고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긴 했다"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갈증이 100배는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오디션 준비를 했고, 합격했죠. 원 캐스트로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루드윅'의 여주인공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추정화 연출가님은 제게 마리가 딱 저라고 하셨어요. 평소 친분이 있던 (김)소향 언니와 (김)지유도 함께하면 좋겠다고 반겨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루드윅'은 천재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존재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했던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초연 공연을 마친 지 3개월여 만에 다시 공연을 올릴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권민제가 연기하는 마리는 베토벤의 음악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당시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건축가에 도전하는 여성이다. 허구의 인물이다. 삶이 도전이었던 권민제와 많이 닮았다. 권민제는 세 명의 배우와 번갈아 마리를 연기할 예정. "맹하면서도 파이팅 넘치는 나만의 마리를 그려보겠다"는 각오를 전한다. 

아울러 뭐든지 가리지 않고 파이팅 하는 권민제가 되겠다 다짐하는 그녀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싶단다. 권민제는 "예전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예능인은 싫고 배우만 하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 출연 제의를 고사했었다. 배우 일도 다른 장르와 병행해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정말로 후회한다"고 반성했다. 

3년의 공백은 권민제가 앞으로 나아갈 삶에 큰 가르침이 됐다. 선우가 아닌 권민제로 활동명을 바꾼 이유도 쉬운 길이 아닌 어렵더라도 조바심 내지 않고 온전히 소중한 나로 달려가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공연 개막을 지척에 두고 연축성발성장애라는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 또한 당차게 이겨내리라 다짐하는 권민제의 2막을 응원한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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