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화냥'

기자 2019. 4. 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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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냥'은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간 남자와 사사로이 정을 통하는 여자를 말한다.

이런 여자를 비속하게 표현해 '화냥년, 화냥데기'라고 한다.

정절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화냥'은 여성에게 아주 치명적인 말이다.

'화냥'의 어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설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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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냥’은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간 남자와 사사로이 정을 통하는 여자를 말한다. 이런 여자를 비속하게 표현해 ‘화냥년, 화냥데기’라고 한다. 정절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화냥’은 여성에게 아주 치명적인 말이다.

‘화냥’의 어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설이 알려져 있다. 그 하나는 만주어 ‘hayan(하얀, 음탕한 계집)’ 설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어 ‘還鄕(환향, 고향으로 돌아옴)’ 설이다. 전자는 병자호란(1636) 때 만주족이 농락한 조선 여인네를 자기네 말로 ‘하얀’이라 멸시해 불렀다는 데, 후자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수도 선양에 끌려갔다 천신만고 끝에 귀국한 조선 여인네를 고향으로 돌아왔다 해 ‘환향(還鄕)’이라 불렀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환향’ 설이 정설인 양 굳어져 있다.

‘hayan’ 설이나 ‘환향’ 설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하얀’이나 ‘환향’에서 ‘화냥’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설이 성립하려면 ‘화냥’이 병자호란 이후에 나타난 단어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화냥(花娘)’이 병자호란 이전의 문헌에도 나오고 있어 두 설은 어느 것도 성립하기 어렵다.

‘(금성판)국어대사전’(1991)에서는 ‘화냥기’를 설명하면서 ‘화냥’을 ‘화류계 계집’을 뜻하는 중국어로 기술하고 있다.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화냥’을 중국어 차용어로 본 최초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花娘(현재의 발음은 huaniang)’이라는 말이 일찍부터 중국어에서 쓰였다. 원말명초(元末明初)의 학자인 도종의(陶宗儀)가 지은 ‘철경록(輟耕錄)’에는 ‘娼婦曰花娘’이라는 구체적인 기록까지 나온다. ‘창녀’를 뜻하는 중국어 ‘花娘(화냥)’이 우리 국어에 들어와 ‘서방질하는 여자’를 뜻하게 된 것이다. 이제 한자어 ‘환향’ 설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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