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창의 아는 만큼 맛있다>아삭아삭, 말랑말랑.. 군침 돋우는 '땅속의 보약' 연근


두 가지 식감 함께 즐길수있어
단백질과 당분 품은 뮤신 풍부
지혈에 좋은 타닌 성분도 가득
식용과 민간의약품으로도 애용
볶음·샐러드 등 다양한 쓰임새
식초물에 담가 두면 갈변 방지
흙이 묻은 연근,종이로 싸두고
냉동실 넣을 땐 비닐 포장해야
연근은 노지 재배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습지나 늪, 물을 댄 논에서 키운다. 종자 연근을 병원균 오염이 없는 논에서 따로 키워내 매년 봄 2~3마디를 생장점이 아래로 가도록 점질 토양에 심는다. 연은 땅속줄기를 뻗어가는데 바닥을 기는 줄기가 여러 마디로 자라 뻗어 나가다가 그 일부가 비대해져 연근이 된다. 길게 뻗어가는 땅속줄기로부터 ‘아들 연근’이 소시지처럼 엮이며 커나간다. 잘록한 마디 부분에는 뿌리가 자란다.
연근 단면을 보면 보통 9~10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작은 구멍이 몇 개 더 뚫려 있는 경우도 있다. 이 통로의 정체는 공기구멍이다. 땅속줄기가 묻힌 물속 점질토양에는 산소가 부족한데 연결된 이동 통로를 통해 식물에 산소를 공급해 주며 공기를 순환시켜 식물이 물속에서도 썩지 않고 잘 자라게 한다. 줄기나 꽃대가 잘려나가 뿌리까지 이어진 통로로 물이 들어가면 연근이 썩는 피해가 생긴다. 빨대 여러 개를 묶어 길게 연결해 놓은 것처럼 만들어진 식물 구조는 몸을 가볍고 유연하게 만들면서도 단단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근은 구멍이 뚫려있어 가볍고 약해 보이지만 수레바퀴나 벌집처럼 외부의 힘과 압력에 견딜 수 있는 단단한 구조다.
농협유통 농산팀의 윤경권 팀장을 통해 연근 고르는 법을 알아보았다. 흙이 묻어 있는 연근을 고를 때는 양옆이 막혀있고 흠집이 나지 않은 것을 고른다. 부서져 있거나 쭈글쭈글하지 않고 곰팡이가 피어있지 않은 것을 고른다. 눌러보았을 때 물러진 부분이 없이 둥글고 단단한 것을 선택한다. 세척해 진공 포장한 것도 나오는데 진공포장을 하는 것은 가공 이후 미생물 오염뿐만 아니라 폴리페놀 산화효소(polyphenol oxidase)로 인한 변색을 막기 위해서다. 이 경우 색이 검게 변색되지 않은 것을 고른다. 흙이 묻은 연근을 보관할 때는 종이로 싼 다음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동실에 넣어둘 때는 즉시 쓸 수 있도록 처리를 하고 비닐에 밀폐해 보관한다.
연근은 다른 재료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식감을 지녔다. 아삭하면서도 부드럽다. 두 가지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생 연근은 생 연근대로 아삭아삭하고 사각사각하다. 무와 생고구마를 합쳐놓은 것 같은 식감이다. 데친 연근은 어석어석 씹히지만 약간 쫀득한 식감이 있다. 조림으로 잘 조려내면 말랑말랑한 엿처럼 변신한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난다.
연근에서 나오는 끈끈한 물질의 정체는 뮤신(mucin)으로 단백질과 당분이 결합한 고분자 물질인데 세포 보호 기능이 있다. 토란이나 마, 청국장, 달팽이, 해파리, 그밖의 동물 점막에 있는 점질물이 모두 이런 고분자 당단백질이다.
연근의 대표적인 요리법은 조림이다. 연근조림은 시간이 좀 걸려도 한번 해 놓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든든한 밑반찬이기도 하다. 우엉조림과 함께 자주 먹는 도시락 반찬이다. 포근한 식감에다 친숙한 맛이어서 좋고 모양도 한눈에 들어와 거부감이 없다.
연근 손질은 흙을 잘 씻어내고 감자 칼로 껍질을 얇게 벗겨내면 된다. 연근조림을 할 때 쫀득한 식감을 얻기 위해서는 약한 불로 오래 가열해 주어야 한다. 윤기가 나도록 조리기 위해서는 물엿이나 조청을 처음부터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싱싱한 연근이면 크기에 별 상관없지만 조림을 할 때는 굵고 통통한 연근이 유리하다.
김해옥 조리기능장이 추천하는 연근조림법을 소개한다. 연근을 썰어 식초 물에 5~10분 데친 다음 찬물에 씻고 식용유를 두른 팬에 3분 정도 볶아준다. 물, 간장, 설탕을 넣고 끓을 때까지는 센 불로 가열하다 줄여 은근한 불로 오래 졸인다. 조림장이 거의 졸아들면 그때 물엿을 넣고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다시 센 불로 졸여내고 통깨를 올려 마무리한다.
연근은 조림과 볶음 이외에 전, 샐러드, 피클, 김치, 튀김 등으로도 먹는다. 상큼한 연근수삼냉채도 입맛을 돋게 하는 전채 요리다. 샐러드로는 얇게 썬 연근이 잘 어울리는데 유자청에 버무려 하루 이틀 정도 재워둔 후에 올리면 된다. 얇게 썰어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칩을 만들어 먹거나 기름에 튀겨 먹어도 된다.
연근을 카레에 넣어 먹기도 한다. 연근은 연꽃처럼 차로 마실 수도 있고 과자로 먹기도 한다. 연근정과는 궁중의 오래된 간식이다. 폐백음식으로 구절판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어린이들은 간장을 이용한 연근조림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데 다양한 요리법으로 샐러드, 강정, 연근튀김을 만들어 주면 잘 먹는다. 연근을 얇게 썰어 연근칩으로 튀겨내면 간식으로 쉽게 먹을 수 있다. 연근탕수육을 만들어도 좋다.
카레가루를 조금 섞은 튀김옷을 입혀 연근을 튀기면 예쁜 카레연근튀김을 만들 수 있다. 백년초 가루를 조금 넣어 연근조림을 분홍빛으로 곱게 만들 수도 있다. 살짝 데쳐 흑임자소스와 섞어주면 색과 맛이 은은하고 조화롭게 만들어진다. 천연 재료로 물을 들여 색색으로 아름다운 연근 초절임을 하거나 연근전을 만들 수 있다. 색깔 반죽 옷을 입혀 연근을 튀겨내면 바삭하고 알록달록한 연근튀김으로 변신한다. 연잎으로 밥을 싸 도시락처럼 가지고 다니면 잘 상하지 않는다.
정성을 가득 담은 연잎밥은 은은한 향기와 함께 어지러운 속세에서도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을 닮았다. 연근을 갈아 녹두부침처럼 부침을 해먹으면 새롭게 변신한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연근을 썰어 살짝 데친 후 불고기 양념한 고기소를 구멍에 얹어 전을 부쳐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연근을 가공하거나 조리할 때 색이 변할 수 있다. 연근 색이 깎아둔 사과처럼 검게 변했다면 그 이유는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효소는 연근 세포 안에 들어 있다가 껍질을 벗기고 자를 때 밖으로 나오는데, 연근 성분이 산소와 쉽게 결합하도록 도와 갈색물질을 만든다. 식초 물에 담가 두는 것은 갈변을 막는 방법인데 산소 접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산성 조건이 되면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연근의 타닌이 내는 떫은맛은 물에 담가두거나 열을 가하면 없어진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는 연을 관상용과 식용뿐만 아니라 민간의약품으로도 이용해 왔다. 연꽃 열매에 들어있는 연자육(蓮子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생약원료다. 아이들이 코피를 자주 흘리면 민간요법으로 어머니들은 연근을 달여 먹이거나 즙을 내 먹였는데, 연근에 있는 타닌 성분이 세포 조직과 혈관을 수축해 지혈효과를 내준다.
연근은 반려견에게도 간식으로 먹인다. 반려견과 사람은 음식을 소화하는 원리나 과정은 비슷해도 신진대사가 다르기 때문에 먹여서는 안 되는 음식이 있는데 연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추천하는 음식이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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