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웅의 고지도이야기 80] 성당 바닥에 모자이크된 '마다바 지도'

글 최선웅 한국지도학회 부회장 2019. 4. 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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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바 모자이크 지도 가운데 예루살렘 주변부의 지도.
구약성서 민수기 21장 30절에 나오는 메드바Medeba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 남서쪽 약 30km 지점에 위치하는 3,500년의 긴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다. 오늘날 마다바Madaba로 통칭되는 이곳은 그 옛날 이름을 날리던 모자이크mosaic 장인들이 모여들면서 모자이크 예술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성 조지 성당St. George‘s Cathedral 바닥에 모자이크된 ‘마다바 지도’는 최고로 꼽히는 모자이크 작품이다.
기원전 2세기 전반, 현재의 요르단 서쪽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나바테아 왕국의 지배하에 있던 마다바는 106년에 로마제국에 의해 지배되었고, 614년에는 사산 왕조 페르시아Sassanian Persia에 정복되었다. 그 뒤 8세기 초에는 이슬람 칼리프 세습왕조인 우마이야 왕조Umayyad의 지도자가 모자이크에 묘사된 사람과 동물의 일부 형상을 우상화로 간주해 제거해버렸고, 746년에는 마다바에 대지진이 발생해 폐허에 가까운 도시가 되고 말았다.
‘마다바 지도Madaba Map, Madaba Mosaic Map’는 1884년 고대 교회를 철거하고, 그리스 정교회의 성 조지 성당을 지으려고 할 때 흙과 돌무더기에 덮여 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1896년 12월 예루살렘의 그리스 정교회 대주교의 사서인 클레오파스 코이킬리데스Kleopas M. Koikylides 신부가 이 모자이크 지도의 과학성과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이듬해 3월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성 조지 성당의 제단 바닥에 모자이크된 지도의 원래 크기는 15.5m×6m, 약 93㎡(약 28평)이었으나,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현재는 10.5m×5m, 약 53㎡(약 16평)만 남아 있다. 지도는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북쪽은 레바논 티레Tyre에서 남쪽은 나일강 델타까지 서쪽은 지중해에서 동쪽은 요르단 사막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지도의 작성연대는 542년 11월 20일에 봉헌된 예루살렘의 신교회Nea Chutch가 그려져 있고, 570년 이후 예루살렘에 건설된 건물들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542~57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다바 지도가 제작된 목적은 성서지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의 안내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마다바 지도는 성서에 등장하는 장소를 지리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지만,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믿음을 고양시키는 데에도 목적이 있었다.
마다바 지도는 현지에서 구한 강렬한 색상의 200만 개 이상의 모자이크용 조각tesserae들로 만들어졌다. 모자이크는 여러 가지 색깔의 타일이나 유리, 돌 조각 등을 밑그림에 따라 정교하게 배치해 회반죽이나 접착제로 붙여 완성하는 기법이다. 모자이크의 크기는 0.5㎝ 정도로 작은 것부터 3~4㎝ 이르는 것까지 장인의 솜씨와 작품의 주제에 따라 다양하다. 이같은 모자이크 예술은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시대에도 장식용으로 사용되었고,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교회의 벽면이나 바닥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지도상에는 150개에 이르는 마을과 고대 유적지·교회 등이 묘사되어 있으며, 예루살렘 지역은 손상되지 않은 채 잘 보존되어 확인 가능한 교회만 30여 개나 된다. 지도에 쓰인 지명과 설명주기는 그리스어로 표기되고, 모자이크는 지형지물에 따라 색상을 달리했다. 산지는 짙은 갈색이나 녹색·청색·분홍색·황색 등의 모자이크를 섞어 표현하고, 강이나 호수는 회청색·짙은 갈색·흑색 등으로, 광야와 사막·큰 마을은 연한 황색 모자이크로 표현했다.
성곽에 둘러싸인 예루살렘은 영적으로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지역과 달리 확대해 묘사되었는데, 건물들이 조화롭게 묘사되어 6세기경의 도시 형태와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시된 지도는 예루살렘의 주변부로 방위는 지도의 위가 동쪽이다. 상단의 소금과 보리더미를 실은 큰 배가 그려진 호수는 사해Dead Sea이고, 사해로 흘러드는 강은 요르단 강이다.
요르단 강 아래쪽 대추야자나무에 둘러싸인 성벽이 있는 마을은 기원전 9000년경부터 있었다고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성읍 가운데 하나인 예리코Jericho(성서 표기는 ‘여리고’)이다. 예루살렘 왼쪽 위에 적힌 적갈색의 큰 글자 ‘ΗΑΓΙΑΠΟΛΙΣΙΕΡΟΥΣ[ΛΗΜ]’는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이라는 뜻이고, 그 글자 위쪽은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마친 뒤 마지막 기도를 드린 겟세마네 동산Gethsemane이다.
예루살렘 중앙을 가로질러 양편에 열주列柱, Colonnade가 늘어서 있는 도로는 로마시대의 중심도로인 카르도 막시무스Cardo maximus이고, 그 위쪽의 도로는 제2 콜로네이드 도로The secondary colonnaded street이다. 중앙도로 왼쪽(북쪽) 끝에 있는 광장은 로마광장이며, 그 왼쪽의 문은 예루살렘 성문 중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다마스쿠스 문Damascus gate이다. 중앙도로 오른쪽 끝(남쪽)의 성문이 시온의 문Zion gate이고, 시온의 문 위쪽에 있는 건물이 성모 마리아의 신교회New Church of the Theotokos이다.
중앙도로 중간 아래쪽의 건물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시신이 묻혔던 성묘성당Holy Sepulchre이고, 제2 도로 중간 위쪽의 문은 사자의 문Lions’ Gate이다. 예루살렘의 오른쪽(남쪽) 아래에 도로를 사이에 두고 ‘ΑΚΕΛΔΑΜΑ’라고 쓰인 곳은 아켈다마Akeldama로 예수를 배반한 유다Judah가 목을 매어 죽은 피밭이다. 예루살렘 오른쪽(남쪽)의 ‘ΒΗΘΛΕΕΜ’이라고 쓴 곳은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Bethlehem이다.
이밖에 마다바 지도에는 예루살렘 남서쪽 30km 지점에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 아브라함이 살았고 유대인 조상들의 영원한 고향인 헤브론Hebron이 있고, 사해 동쪽에는 기원전 10세기 말 이스라엘의 유다와 에돔Edom의 연합군이 공격한 모압 왕국의 수도인 카락Karak이 있다. 또 지도 남쪽 끝에는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Mt. Sinai과 모세의 후손들이 430년간 살았다는 나일 강 대평원이 묘사되어 있다.
마다바 지도는 현대의 지도제작 수준으로 평가한다면 정확성이 떨어지겠으나, 고고학적으로는 성서에 등장하는 장소의 소재 확인과 실증을 위해 이용되고 있으며, 미술사적으로는 최고의 모자이크 지도로 손꼽히고, 지도학적으로는 고대 팔레스타인 지방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상세한 고지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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