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입문기

순발력은 있지만 지구력이 문제였다. 한 가지를 오래 하는 것도 싫어하고. 무엇보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지 못해 체력도 신경쓰였다. 소음인 체질인데다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나마 살찌는 체질이 아니라서 그렇지 이 정도면 비만이 우려될 정도로. 그나마 어릴 때부터 걸어다니고, 식성도 육식보다 채소 위주의 한식이나 과일을 좋아해 비만은 피할 수 있었다. 아니, 걸어다닐 수밖에 없었고, 고기를 먹을 기회가 흔치 않았다.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야구, 축구를 많이 하긴 했다. 시골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오래달리기로 1천미터에서 1등을 해서 상품으로 5권의 공책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30대 이후에는 1킬로를 달려본 적이 없다. 동문회 체육행사 때 축구를 해보니 몇번 왔다갔다 하다 거의 탈진에 호흡곤란, 무엇보다 하체 부실로 슈팅은 커녕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어쩌다 이런 저질체력이. 지하철에서도 빈 자리 찾기에 급급. 10여 년 전에는 급기야 오십견까지 왔다. 팔이 아파 들 수도 없는 상황. 할 수 없이 헬스장에서 서너 달 운동하니 하체에 힘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오십견도 씻은 듯이 나았다. 그런데, 문제는 오래 지속하기 쉽지 않다는 것. 헬스장 가는 게 귀찮고 재미가 없지 않나.
2012년부터 가끔 등산에다 도보를 시작했다. 도보가 몸을 다치지 않고 하는 안전한 운동이자,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생활운동이다. 약속이나 출퇴근을 할 때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걷는다. 지하철과 버스 타러 가는 길도 택시는 최소화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도 타지 않고 무조건 계단을 이용했다. 그러다 학당에서 금방 결성된 <함께 달리기> 모임에 참여했다. 2015년 3월이었다. 가끔씩 2-3킬로 뛰다 걷다 했는데 참여한 지 5개월여 만에 드디어 5킬로를 쉬지 않고 달리는 기적을 연출했다. 마라톤은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운동으로만 여겼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자신감마저 생겼다. 흔히 명상을 권한다. 산책을 권하는 이유도 사색할 수 있고, 온 몸과 신경의 긴장을 이완시키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절하는 게 명상이자 운동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 가벼운 달리기도 생각을 정리하는데 그만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걷기가 맞는 사람이 있고, 달리기가 맞는 사람이 있다. 달리기를 하면서 사색을 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느긋하게 걷기할 여유가 없을 때는 오히려 달리기가 도움이 되었다. 일단 뛰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다음의 노곤함이 평화로움을 가져온다. 그리고, 운동은 일단 땀을 흘려야 한다. 걷기는 기본이지, 운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적인 스트레칭도 필요하고, 걷기도 필요하고,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도 필요하다.
작심삼일도 자꾸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일상의 습관이 된다. 중단하더라도 계속 시도를 해야 한다. 나의 경우 달리기 습관은 5개월 정도 뛰다 걷다 하다 보니 습관을 붙였다. 임계점이라는 게 있다. 물이 100도가 되어야 끓듯이 습관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체화된다. 좋은 중독이 있다면, 운동습관과, 공부습관이 아닐까. 어느 순간 하루라도 뛰지 않으면 할 일을 하지 않은 듯하다. 뛰지 못한 날은 좀 긴 거리를 걷기라도 해야 한다. 이제 이전의 약하기만 하던 무릎이 아니다. 서 있으면 앉고 싶던 다리가 아니다.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분노. 7가지 죄악이 있다면, 그 중에서 나태, 즉 게으름이 가장 두려운 적이었다. 그런데, 달리기로 가장 무서운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리듬이 깨지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 그래서, 함께 운동하는 동료가 절실히 필요하다. 신체의 활력이 삶의 활력을 가져오는 건 당연하다. 피로와 의욕 부진, 기분이 가라앉는 건 지치거나 스트레스, 과중한 일, 걱정 등에서 오기도 하지만, 인생사가 행복한 일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평온한 일상도 하루 이틀이지 사람을 무료하게 만들지 않는가. 생기와 활력, 에너지를 불어넣으려면 보약도, 치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몸을 깨우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일단 몸의 에너지가 생겨야 아이디어도 나오고, 적극적인 도전의식도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방법은 운동이다.
[신기수 / 숭례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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