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 공룡의 삶, 쉽지만은 않았다
[경향신문] ㆍ28년 전 캐나다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알려준 사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공룡이 나오는 영화, 만화 등에서 지상 최강의 공룡이자 폭군처럼 군림했던 존재로 흔히 묘사된다. 실제 길이 10m에 체중 8t에 달하는 이 공룡에게 적수는 따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초원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가 사냥에 애를 먹을 때가 많고, 무리 내에서 치열한 서열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것처럼 티라노사우루스 역시 수월하지 않은 생애를 보냈을지 모른다.
앨버타대 연구진 분석 결과 발표 무게 8.85t ‘가장 큰 육상 포식자’
28년 전 캐나다에서 발견된 지상 최대의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에서 과학자들이 발견한 흔적들이 이런 추정을 가능케 한다. 캐나다 앨버타대학 연구진은 지난 22일 학술지 ‘해부학적 기록(The Anatomical Record)’에 1991년 캐나다 서스캐처원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에 관한 연구 결과를 실었다. 이 ‘렉스’는 길이가 약 13m에 무게는 약 8.85t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육식공룡 중 가장 거대한 공룡으로 추정된다.
화석의 애칭은 ‘스코티’로 화석 발견을 축하하려던 연구진에게 남아 있던 술이 스카치위스키 한 병뿐이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논문의 주저자인 앨버타대 생물과학과 스콧 퍼슨스 박사후 연구원은 “이 공룡은 렉스 중의 렉스”라며 “개체마다 크기가 달랐을 것인데 스코티는 티라노사우루스 중에서도 튼튼한 편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로서 이 티라노사우루스는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육상 포식자”라고 덧붙였다.
스코티의 화석이 발견된 지 28년이 지나서야 길이와 무게 등이 판명된 것은 다량의 뼈가 단단한 사암 내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코티의 뼈를 다 발굴해 몸 전체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된 뒤에야 연구진은 이 공룡의 몸집과 생전 나이 등을 추정할 수 있었다. 약 68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스코티의 뼈 가운데 완전한 형태가 화석으로 남아 있는 것은 머리, 엉덩이, 늑골과 다리뼈 등이었다. 연구진은 꼬리뼈의 일부까지 포함해 전체 골격의 65%가량을 발굴했다.
늑골·꼬리뼈엔 부러졌던 흔적 꼬리는 다른 공룡에 물렸던 듯 이빨 사이 비정상적 뼈 ‘감염’ 증거
스코티의 생애가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임을 추정하게 해주는 것은 늑골과 이빨, 꼬리뼈 등에 남은 흔적들이다. 논문에 따르면 늑골에는 부러졌다가 치유된 흔적이 남아 있고, 두 개의 이빨 사이에서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뼈가 발견됐다. 꼬리뼈에서도 부러졌던 흔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빨 사이의 뼈는 감염된 증거이고, 꼬리뼈는 다른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물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스코티가 매우 난폭한 공룡이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스코티가 살았던 시대 캐나다는 마치 낙원 같은 아열대의 해안이었지만 “스코티의 생애는 바캉스와는 무관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또 다른 사실은 대형 육식공룡이 기존에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살았으며 체격도 더 컸을 것이라는 점이다. 연구진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 스코티는 약 28세 전후에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화석으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가운데 최고령이다. 퍼슨스 연구원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수각류 공룡 중에서도 화석표본이 늘어나면 스코티처럼 크고 장수했던 공룡이 발견될지 모른다”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보다 더 큰 공룡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각류는 앞발을 들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육식 또는 잡식성 공룡을 말한다.

지난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진이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신종 공룡인 ‘고비랍토르 미누투스’ 역시 크기는 작지만 수각류에 포함되는 공룡이다. 서울대 연구진은 지난 2월7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2008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견한 공룡 화석이 신종이었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고비는 발견 장소에서 따온 것이고, 랍토르는 날렵한 육식공룡에게 붙는 접미사로 ‘약탈자’, 미누투스는 작다는 의미다. 길이 약 130㎝로 아직 덜 자란 상태였던 고비랍토르 미누투스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서식했던 때와 비슷한 시기인 약 7000만년 전 백악기 말의 공룡이다. 독특한 부리와 깃털이 있는 오비랍토르류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고비랍토르나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두 발로 서서 다니던 공룡의 무게를 추정하게 해주는 단서는 대퇴골의 두께이다. 공룡뿐 아니라 현생 동물들에 대한 연구에서도 대퇴골의 두께는 해당 동물이 지탱할 수 있는 체중을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다. 연구진은 스코티의 대퇴골 두께가 직경 20㎝에 달했으며 두 다리로 8.85t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면 스코티는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다른 대형 티라노사우루스보다도 400㎏가량 무겁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허벅지뼈만으로 무게를 추산하는 것은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대퇴골이 두꺼운 것은 체중뿐 아니라 빠르게 달릴 때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티라노사우루스는 알로사우루스 등 다른 수각류 공룡에 비해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만약 티라노사우루스의 대퇴골이 빠르게 달리기 위해 발달한 것이라면 앨버타대 연구진이 추산한 스코티의 무게는 과대평가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앞으로 스코티의 두개골 등 보다 세밀한 부분에 대한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복원된 스코티의 화석은 오는 5월부터 왕립 서스캐처원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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