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상기 법무부장관 "정부·재계 상법개정 합의 추진..국회서도 반대 못할 것"

채종원,성승훈 2019. 3. 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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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 반발약해 도입 기대
다중대표소송도 조정 가능
재계서 요구하는 차등의결권
비상장 벤처 적용에는 긍정적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29일 정부과천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법무부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핵심 개혁 과제 중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검찰 개혁'을 맡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현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지금까지 두 개혁에 많은 힘을 쏟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은 사회적 합의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상법 개정은 재계와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박 장관은 상법 개정의 돌파구로 '재계와의 사전 타협'을 들고나왔다. 정부가 양보할 건 양보하고 기업들에 큰 부담이 없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재계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다. 매일경제가 지난 29일 박 장관을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검찰 개혁 등에 대한 추진 방안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 우려가 크다.

▷기업을 옥좨서 기업을 잘못되게 하려는 정부가 지구상에 어디 있겠는가. 한국 경제가 발전하려면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 상법 개정은 그 조건을 만드는 것이며 기업 옥죄기가 아닌 기업 살리기다.

―핵심 쟁점인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를 모두 입법하는 게 가능한가.

▷무슨 개혁이든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네 가지 쟁점 중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재계에서 굉장히 신경 쓰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비교적 재계의 반발이 약한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부터 추진하고자 한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 많은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여할 의사를 갖게 될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정부안은 '출자 기준 50% 초과'다. 상향 조정할 의향이 있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출자 기준 100%를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100%는) 하나 마나 한 얘기다. 현재 법무부 판단으로는 50% 정도가 적절하다. 50% 적용 땐 759개 기업(2016년 4월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기준)이 대상이 된다. 처음에는 30%도 검토했다. 50%도 낮다고 하면 향후 재계와의 논의 과정에서 조정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했다. 법무부 법무실은 지금도 기업 관련 단체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몇 %로 정하면 몇 개 기업이 적용되는지를 항상 따져 본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양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

▷이건 재계와 정부, 야당 간 일종의 딜(Deal)이다. 가장 바람직한 건 정부와 재계가 공동으로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면 국회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네 개 쟁점에 대해) 전부 달성이 어렵다면 중간 지점에서 서로 의견 일치를 보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전자투표제는 재계가 양보한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이 주주들의 의사 참여 수단을 하나 추가했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다중대표소송제에서 (정부와 재계 간) 합의가 도출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계와 합의문을 만들 수 있다면 제일 좋겠다. '이러한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식이 될 것이다. 재계와 협의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다. 재계도 기업 경영에 특별한 장애가 없다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상반기 중 법안 통과가 가능할지.

▷그게 저희 목표다. 그리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논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무조건 반대하는 측은 선거에 불리할 수 있다. 오히려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내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재계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요구한다.

▷국제적으로 혹은 선진국에서 기업 관련 제도가 어느 수준인가를 항상 살펴봐야 한다. 조사를 두루 해보니 차등의결권은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오히려 제약하는 게 대세다. 다만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저도 그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단소송제는 소비자 분야로 넓히나.

▷국회 법사위에 11개 관련 법안이 회부돼 있다. 현재는 증권 분야만 집단소송이 가능한데 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적용이 잘 안 된다. 향후 집단소송의 적용 범위를 넓히되 소송 남발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무부가 시행 요건을 세심히 들여다볼 것이다. 라돈 침대, 가습기살균제 등 사건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해 일반소비자 분야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소비자 중심 사회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소비자 안전과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결국 기업의 이득으로 돌아온다.

―하반기에 발표할 기업 인권경영 지침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법무부가 기업들에 강요하려는 건 아니고 자발적으로 인권경영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려 한다.

[대담 = 황인혁 사회부장 /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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