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그 이후..주사에 무너진 삶, 병원은 버티기

윤정혜 입력 2019. 3. 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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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2016년, 서울 동작구 현대의원에서 환자 3백여명이 C형간염에 감염됐습니다.

이 병원은 100원도 안 하는 주사기를 재사용했고 그 결과 C형간염이 집단적으로 발병했는데요.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먼저 한번 보시죠.

◀ 영상 ▶

[서울 동작구 현대병원/지난 2016년 8월]

주사기 재사용 환자 3백여명 C형 간염 걸려

"물어보지도 않고 주사를 놓는 거야 무조건. 막 세 번씩 놓고 그래."

시중보다 싼 가격에 환자 몰려

"다른 데선 10만원, 15만원 받는데 여기선 5만원 밖에 안한다 이거야. 그래서 여기로 갔죠."

C형 간염 역학 조사에 보건소는 북새통

주사기 재사용 C형 간염 전국서 집단 감염 잇따라…

거액의 치료비, 간경화 등 후유증 고통 계속

"저축 깨가지고 한거죠. 적금. 노후대책으로 준비해놨던거 다 깨가지고. 우선 사람이 살아야될 것 아닙니까"

◀ 앵커 ▶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윤정혜 기자가 그 분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3년 전 현대의원에서 주사를 맞아 C형 간염 피해자가 된 김 모씨는 노후자금까지 털어 간염 치료를 했습니다.

[오모 씨/피해자 남편] "그걸 (C형 간염 치료 주사를) 맞고 오면 3일 동안 꼼짝을 못해요. 밥도 못 먹고. 앞 가죽하고 뒷 가죽이 붙어가지고.."

억울한 마음에 분쟁조정신청을 냈는데, 1년여 만인 최근 현대병원 원장이 2천 2백만원을 배상하라는 강제 조정안이 나왔습니다.

주사기 재사용은 의료 윤리에 반하며, 신뢰를 심각하게 저버린 반사회적 행위"라는 이유도 적시했습니다.

하지만 애써 받은 이 조정안은 원장이 거부해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다른 피해자 5명도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는데, 여기서도 병원 측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민사 소송 뿐.

그러나 들여야 할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오모 씨/피해자 남편] "패소하면 변호사 비용을 5백,6백만원 물어주고, 저쪽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주고 하면 거의 1천만원 가까이 물어주고 난 얻는게 하나도 없다는 거에요."

원주 한양병원에서도 주사기 재사용으로 환자 4백 여명이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됐습니다.

문모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치료를 받느라 직장도 잃고 1천만원 대출까지 받았는데 보상은 한 푼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병원은 폐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비 만이라도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어렵게 피해자들을 모았습니다.

[문모 씨 /원주 한양병원 피해자] "보건소나 복지부에서 개인정보법에 의해서 그 환자들 명단을 안 알려주는거에요. 입소문 내고 해서 대책위를 만든게 140명까지 모아졌어요."

이들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치료비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

그러나 1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이경애/원주 한양병원 피해자] "(지원)될 것 같다고 그런지가 1년, 작년 12월에도 될 것 같다, 1월에 될 것 같다. 나는 약 값으로 이익을 받고 싶은게 아니라 내 인생을 보상하라고 하고 싶거든요."

병원 과실이 명백히 입증됐는데도 고통과 부담은 고스란히 피해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의료과실이 명백하다고 역학조사를 통해서 판명된 경우엔 조정신청을 통해 조정결정이 되면 그 땐 정부가 나서서 피해보상을 받게 해달라는거 거든요."

한 해 접수되는 의료분쟁 조정신청은 2천 건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병원의 거부로 절차 시작조차 안 됩니다.

피해자들은 의료사고 분쟁조정제도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고,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윤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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