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열발전 지진 유발 박근혜 정부 알았다
[경향신문] ㆍ미래부 제출된 ‘2013년 보고서’에
ㆍ포항 지층서 지진 발생 위험 경고
ㆍ“대책 마련” 권고 묵살…운영 강행

박근혜 정부가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의 지진 유발 가능성을 2013년 파악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지열발전 운영업체 등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국내 EGS 지열발전을 위한 수리자극 효율 극대화 기초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열발전으로 많은 미소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큰 규모의 지진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2013년 9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작성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다.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인공저류층 생성기술)란 주입정으로 물을 주입해 고열을 획득한 후 생산정으로 빼내 발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리자극은 지하 암반에 고압 유체를 주입해 인공적으로 틈새를 만드는 작업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유럽 지역 41개 지열발전 사례를 분석한 결과 “관정 부근 수압이 침투할 수 있는 단층의 존재가 미소지진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정질 암반에 주입되는 모든 경우 미소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포항 지열발전의 수리자극 대상 암반이 결정질 암석인 화강암 지층”이라며 “결정질 암반에 물이 주입된 모든 프로젝트에서 피해가 없는 규모일지라도 미소지진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해 수리자극 시험을 수행하기에 앞서 미소지진에 의한 지반진동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스위스 바젤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서 “수리자극에서 규모 3.4 지진의 발생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사례는 앞으로 포항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큰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바젤 지열발전에서는 2006년 물 주입 중 규모 2.6, 규모 3.4의 지진이 일어나면서 작업이 중지됐고, 프로젝트 자체가 완전히 중단된 바 있다. 다국적 전문가들에 의해 3년간 실시된 정밀조사에서 물 주입을 계속할 경우 주변 단층이 자극을 받으면서 최대 규모 4.5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포항 지열발전 부지의 과거 50년간 지진 발생기록을 검토하고 활성단층의 유무를 조사할 것과 미소지진의 규모 등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권고한 안전대책들은 전혀 적용되지 않은 채 물 주입이 강행됐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에 따르면 2013년 이 보고서에서 예측한 대로 물 주입이 이뤄진 2016년 1월 이후 2017년 11월 포항지진 전까지 발전소 부지 인근에서는 96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김기범·송진식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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