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관용차'는 자기 집 앞에..'법인카드'는 부인 식당에

장인수 2019. 3. 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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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장인수 기자입니다.

서울시 산하에 기술교육원 4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업자들이나 전직을 고려중인 사람들에게 음식 조리나 미용 기술을 무상으로 가르치는 곳입니다.

교육비와 운영 예산은 전액 서울시가 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교육원들의 비리가 심각하다며 내부 직원들이 제보를 해왔습니다.

사실인지 확인하러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월 28일 월요일 아침,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 원장인 이 모 씨의 집 앞입니다.

아파트 주차장엔 중부기술교육원이라고 쓰인 차량이 주차돼 있습니다.

잠시 후 집에서 나온 이 원장이 이 차를 몰고 나섭니다.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서울 한남동의 중부기술교육원.

교육원 차량으로 출근한 겁니다.

업무용 관용차는 당연히 개인 출퇴근 용도로 쓸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직원] "퇴근길에 가지고 나갔다가 아침 출근길에 다시 가지고 오는 경우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요."

이날 운행일지를 어떻게 적었나 궁금해졌는데요.

확인해 보니 오전에 주유소만 한 차례 다녀온 걸로 돼 있습니다.

[직원] "운행한 기록에 맞춰서 가짜로 운행일지를 직원 한 사람을 시켜서 하고…자동차 기름도 학교 운영비에서 처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관용차는 지난 1월 12일에도, 다음날인 13일에도 이 원장의 아파트에 주차돼 있었습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의 한 식당.

이 원장이 개인 지분을 투자해서 운영하는 음식점인데요.

부인은 계산대를 맡고 있습니다.

이 원장의 법인카드 내역서를 봤더니, 지난해 이 음식점을 10번 방문해서 2,270,200원을 썼습니다.

식당일을 하는 데 일부 교육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 메뉴판, 교육원의 디자인 담당 직원이 업무시간에 작업한 거라고 합니다.

[직원] "와서 하는 일이 그거더라고요. OO식당 꼬막 정식 디자인 하는 거를 펼쳐 놓고 하고 있더라고요. 너무 황당해 가지고…"

[직원] "한 팀장님은 OO식당에 전기 좀 손 봐주러 가시기도 하셨고…한 분은 주말마다 거기 가서 서빙하신다는 분도 계셨고요. 저한테도 OO식당 블로그를 만들어 달라고 시키거나…"

이 씨는 작년 9월 취임하자마자 직원 복지 사업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직원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건데요.

지난해 2학기 학자금 지급 내역을 한번 볼까요.

전체 직원 30명 가운데 5명이 혜택을 봤는데, 최대 수혜자는 원장이었습니다.

대학생 자녀 둘을 둔 이 원장은 5백만 원 넘는 지원금 중에 4백만 원을 가져갔습니다.

[직원] "다들 (학자금을) 원치 않았어요. 이익은 당연히 원장인 본인만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본인이 그거를 밀어붙이는 형식으로 진행을 했어요. 본인이 받아 갈 수 있는 예산은 최대한 챙기는 게 주 목적이라서…"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겐 싸늘했다고 합니다.

10년간 교육원에서 근무한 정 모씨는 두 달 넘게 텅빈 사무실에서 앉아 있습니다.

원장이 능력 부족을 이유로 업무를 주지 않아서입니다.

정 씨는 원장을 비판해온 노조측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 눈밖에 난 게 아닌지 짐작만 할 뿐입니다.

[정OO] "내가 정말 여기 남아 있어야 되나. 내가 이런 취급을 당하면서 까지 이곳에 남아 있어야 되는 이유가 뭔지. 자존감이 계속 떨어지는 거예요. 사람들 보는 게 조금 두려워요"

이 원장은 해고를 압박하며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OO원장/직원 녹취] "그런 X같은 소리를 하더라고. 그 개XX들이야 진짜. 아 진짜 부아를 돋운다니까.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어 이거. 60살이나 처먹었으면 생각이 그거밖에 안되냐고. 정OO가 뭐 얼마나 대단해? 걔 안 쓰면 교육원 안 돌아가?"

현재 이 원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입니다.

교육원 여직원 여러명이 이 원장으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감사에서 앞서 제기된 관용차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이 원장은 취재진에게 대부분의 의혹을 인정했지만, 성희롱 부분에 대해선 "억울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번엔 경기도 군포에 있는 서울 남부기술교육원입니다.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일하는 정 모 씨는 3년 전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실습실에서 진행되던 산업인력공단의 조리사 자격증 시험에 진행요원으로 종종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3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진행요원 수당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정모씨 남부] "없습니다." ("한번도 없으세요?") "네 한번도…그거 있는 거 조차도 몰랐고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 씨가 받아야 할 수당은 엉뚱한 통장으로 입급되고 있었습니다.

교육원에 소속된 한 교수의 2017년 통장 내역서입니다.

한 번에 7만1천원씩, 시험감독 명목으로 지급된 수당 3백여 만원을 모두 자신이 받았습니다.

정씨 같은 진행요원들의 수당을 교수가 모두 챙긴겁니다.

그리고 이 수당을 그때그때 학과장인 허 모 교수에게 상납했습니다.

[또 다른 교수] "현금을 보내기도 했다…"

허 교수의 남편인 송 모씨도 이 교육원의 교학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송 씨 역시 교육원생에게 지급된 지원금을 가로챘습니다.

4년 전 기능대회 선수로 뽑힌 한 교육원생이 서울시로부터 지원금 4백만 원을 받았는데, 상납을 요구한 겁니다.

송 씨는 이중 절반인 2백 만원을 챙겼습니다.

[김OO/전 남부기술교육원생] "대회를 앞두고 예민한 상황인데다 돈 문제까지 생각하면 피곤하니까 그냥 달라고 하면 드리고…그때 선수가 총 네 명인가 다섯 명 있었는데 그 친구들도 이제 다 냈죠."

서울시는 감사에서 이 부부에게 각각 1개월 정직을 내려 처벌을 마무리했습니다.

[남부기술교육원 관계자] "깊이 감사를 해본 결과 개인적인 유용은 없고 내부 규정 징계 절차에 의해서 징계를 했습니다."

[김OO] "정직1개월이니…하하…굳이 내가 이걸(신고를) 왜 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죠.”

취업이 절박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기술교육원이 몇몇 간부들의 사리사욕에 멍들고 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건 관리감독을 책임진 서울시에 대한 불신입니다.

제보자들은 내부 고발을 해봐도 솜방망이 처벌만 거듭된다면서 허탈해했습니다.

서울시가 어떻게 처리할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바로간다, 장인수입니다.

장인수 기자 (mangpobo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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