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로스쿨] 캠퍼스가 고시촌..'인권' 폐강하고 '쪽집게' 인강

한수연 2019. 3. 2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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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오탈자…마치 서바이벌 게임처럼 '5년 안에 다섯번'이라는 응시제한까지 두는데도 변호사 시험의 합격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1회 시험 합격률은 원래 '자격'이란 시험 취지에 맞게 87%가 넘었는데요.

참고로 의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늘 90%가 넘습니다.

그런데 변호사 자격 시험은 계속 합격률이 떨어지면서, 급기야 작년엔 불합격자가 합격자(49%)보다 많아졌습니다.

이렇다보니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졸업후에 바로 활동이 가능한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던 로스쿨이, 이제는 변호사 시험 합격에만 매달리는 '고시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한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로스쿨, 전공필수 과목 수업.

갓 입학한 1학년 학생은 변호사가 되는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수담/로스쿨 1학년생] "제가 (학부에서) 법전공이 아닌데, 막상 입학해보니까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셔서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없고…"

하지만 졸업을 앞둔 3학년생은 특화된 법률 지식을 깊이 배울 틈도 없이, 변호사 시험 공부에 전전긍긍입니다.

[황현정/로스쿨 3학년생] "(입학 전엔) 심화된 지식을 다양하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왔는데, 일단 변호사가 되는 게 급선무니까. 시험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점이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어요."

로스쿨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사실상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되다 보니, 변호사 시험 과목과 관련 없는 수업은 폐강되거나, 개설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양필구/로스쿨 3학년생] "인권쪽 수업은 수업을 듣는 사람 3명이 없어서 폐강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25개 로스쿨이 다 완벽하게 똑같은 고시학원화가 됐죠."

사설 학원의 인기 인터넷 강의를 구매해 수업시간에 틀어주는 곳도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아예 신입생 선발 때부터 명문대 출신이나 시험에 강한 20대 위주로 뽑는 경향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25개 로스쿨 신입생은 28세 이하가 71%, 31세 이하로 치면 86%로 사회 경험이 없거나 적은,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입학생 비율은 40%를 넘습니다.

[한상희/건국대 로스쿨 교수] "유치원에서부터 로스쿨 입학할 때까지 중단없이 계속 공부만 한 학생,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그런 재목이 입학하는 것을 원하는 건 사실이죠."

여기에 한 학기 등록금만 많게는 1천만원까지 들어, 20대 금수저들의 돈스쿨, 법조 스카이캐슬이란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A씨/로스쿨 입학 거부] "거액의 학비가 들잖아요. 그게 진입장벽으로 작용을 하잖아요. (게다가) 납득하기 어려운 요소를 가지고 법조인이 되는 기회를 차등적으로 차별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가 과연 평등한 제도인지…"

급기야 이번 주 25개 로스쿨 대학원장들이 "변호사 시험 때문에 로스쿨이 파행이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는 불가능하다"고 한탄하는 성명까지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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