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권력구도 이상 신호?.. '실세' 빈살만 권한 일부 박탈

조재희 기자 2019. 3.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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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측근이 해외투자 결정권, 최근 아버지와 권력 다툼설
가디언 "카슈끄지 사태 후폭풍"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34·사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84) 국왕과의 권력 다툼설이 나오더니 급기야 국왕의 경고에 빈살만이 근신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이 갖고 있던 재정·경제 관련 분야 실권 일부를 박탈당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 하버드대 출신으로 최근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무사드 알 아이반이 빈살만이 담당했던 해외 투자와 관련된 결정에서 국왕의 역할을 대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알 아이반은 국왕의 측근이다.

빈살만은 최근 왕이 주재한 각료 회의는 물론 외국 고위급 인사와 회담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사우디 방문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방문 때 빈살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2주일 동안 그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모습은 지난 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하는 장면이 유일했다. 지난달 말 파키스탄, 인도, 중국을 순방하며 공개적인 국가원수급 행보를 한 것과 대비된다.

살만 국왕은 총애하는 아들인 빈살만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70대 이복동생과 50대 조카를 왕세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던 인물이다. 30대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왕세자가 된 뒤 아버지를 대신해 나라 안팎에서 사실상 국가원수 역할을 하는 동안에도 별다른 잡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가 지목됐을 때도 살만 국왕은 국내외에 왕세자의 지위를 재확인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서구 각국을 중심으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반감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배후로 지목받는 빈살만 왕세자의 입지가 영향을 받았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특히 2월 말 살만 국왕이 이집트 방문 도중 '경호팀 일부가 빈살만 왕세자에게 충성한다'는 보좌진의 우려에 느닷없이 수행 경호팀 전원을 교체하면서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국왕의 이집트 방문 기간 빈살만이 왕권을 대리해 주미 대사와 국방부 차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부자(父子) 관계에 금이 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살만 국왕은 빈살만의 이 인사를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 살만 국왕의 귀국 환영 행사에 빈살만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부자간 권력 다툼설도 나왔다.

가디언은 "당분간 공개 행사에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대표하는 일을 자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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