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의사 양성 최소 15년 걸리는데.. 전공의 충원율 75% 그쳐
"워라밸 못하는 선배처럼 살기 싫다"
응급수술 잦고 분쟁 휘말릴 위험 커.. 수술 수가도 美 18%-日 30% 수준
이국종 지휘 경기남부외상센터에 흉부 전담의 1명뿐.. 5년째 비상대기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이런 사례는 ‘수술 의사 절벽’ 사태를 코앞에 둔 한국의 재난적 의료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한 해 동안 외상 환자 2454명이 수술 의사 등을 찾지 못해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임상현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제대로 된 수술 의사 1명을 키우는 데 적어도 15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때를 놓친 게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애로를 토로했다.
○ 외과는 거들떠도 안 보는 젊은 의사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의 가족 앨범에는 아이들 사진이 담겨 있지만 정작 사진 속에 안 교수 본인은 없다. 큰맘 먹고 가족과 여행을 가다가 응급 콜을 받고 혼자 병원으로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나도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데 후배들에게 차마 ‘환자 살리는 보람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이 외과와 흉부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시간 걸리는 외과 수술은 강인한 체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응급 수술이 잦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딴 세상 얘기다. 언제 뇌사 장기 기증자가 나타날지 몰라 항상 응급 이식 수술에 대비해야 하는 간담췌외과, 이식혈관외과 등 장기 이식 분야도 그렇다.
의대생은 학부 과정 6년을 마치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수련의(인턴)로서 1년간 다양한 진료과목을 경험한 뒤 전공을 선택한다. 대다수가 실습 과정에서 힘든 외과 수술 현장을 목격하고 일찌감치 외과 지원을 접는다. 전공의(레지던트) 3, 4년을 마치고 1∼3년간 임상강사(펠로)로 활동하며 외상외과나 항문외과 등 세부 전공을 다시 익혀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A 씨(30)는 “한때 외과 의사의 길을 동경했지만 솔직히 (외과) 선배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집계한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국 외과 및 흉부외과 레지던트 지원자는 929명으로 정원(1243명) 대비 충원율이 74.7%에 그쳤다. 이 기간의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취득자는 851명이었다. 레지던트에 지원하고도 10명 중 1명은 중도에 포기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서울의 ‘빅5 병원’도 다른 지방 의대 출신을 외과 레지던트로 뽑은 지 오래다. 수도권 병원의 간담췌외과 B 교수는 “지난해에도 한 제자가 ‘평생 (외과 의사를) 할 자신이 없다’며 레지던트 과정을 포기했는데 붙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 위험도 높고 보상 적어 인기 낮아
이런 배경엔 외과 수술비가 턱없이 낮은 건강보험 수가 체계가 있다. 대한외과학회가 분석한 2017년 기준 국내 외과 수술 평균 수가는 미국의 18.2%, 일본의 29.6% 수준이었다. 같은 수술을 해도 미국 외과 의사가 100만 원을 받을 때 한국에선 18만2000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순섭 이대목동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집 나간’ 수술 의사를 다시 대형병원으로 불러들이거나 젊은 의사를 끌어오려면 외과 수술 수가 현실화를 비롯한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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