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가 죄인은 아니잖아요?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TV에 밑줄 긋는 여자] (35)

황계식 2019. 3. 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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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잘나가던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던 강단이(이나영 분·사진)은 이혼 후 직장을 찾아 나선다.

대학 졸업 전부터 큰 공모전에서 각종 상을 거머쥐었던 그녀지만 7년의 경력 단절 후 '경력직' 일자리를 찾기란 쉽게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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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지켜온 자리인데, 기어 나오길 기어 나와?” 
 
#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중에서 
 
한때 잘나가던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던 강단이(이나영 분·사진)은 이혼 후 직장을 찾아 나선다. 대학 졸업 전부터 큰 공모전에서 각종 상을 거머쥐었던 그녀지만 7년의 경력 단절 후 ‘경력직’ 일자리를 찾기란 쉽게 않았다. 어렵게 면접까지 마친 그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면접관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지만 사회의 ‘찬바람’은 예상보다 무척 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한 출판사의 신입사원 모집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학력 무관’, ‘경력 무관’이라는 단어에 그녀는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삭제’한다. 

tvN 주말극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방영 초기부터 화제만발이었다. 배우 이종석의 군입대 마지막 작품이자 결혼과 출산을 한 이나영의 브라운관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3개의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릴 적 우연히 교통사고로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동네 아는 누나’ 단이와 차은호(이종석 분·사진 왼쪽)의 연상·연하 ‘꽁냥꽁냥’ 사랑 이야기,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책과 글에 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이나영을 통해 본 경력단절여성의 현실 취업 도전기다. 16부작으로 비교적 짧은 호흡의 미니시리즈임에도 담고자 하는 메시지만은 만만치 않다. 

특히 출판사를 배경으로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책과 글, 예술가의 삶에 대해 많은 단상을 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시를 모두 올린 인터넷 사이트를 원망하며 ‘내 시는 공짜야’라고 외치던 한 시인의 죽음을 통해 예술가와 창작자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은호는 그녀의 ‘학력 삭제’가 발각되자 지인들에게 단이의 이력서를 보낸다. 

하나같이 나온 반응은 이런 말뿐이다. 

“이런 여자 애매해. 밥 한 끼 사주고 ‘파이팅’ 해주고 끝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카피라이터 강단이는 이제 ‘애매한’ 여자가 됐다. 경력직으로 뽑기에도 애매하고, 신입으로 뽑기에는 더욱 부담스러운 그런 여자. 

자신이 원해서 경력단절의 삶을 선택한 여성이 대한민국에서 몇 명이나 될까,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이다. 그래, 누가 강요하진 않았다. 오로지 내가 선택한 삶이다. 하지만 ‘선택’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선택은 단 하나였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경단녀의 삶과 책과 글, 출판시장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배우들의 ‘케미’가 즐거움을 자아낸다.

경단녀와 연상연하 커플, 출판시장의 이야기를 ‘로맨스’라는 장르와 결합시키다 보니 이야기 전개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고, 그런 극중 흐름이 자주 드러나 아쉬움을 준다. 현실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확률 제로’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출판시장과 책 이야기, 경단녀의 리얼한 취업 도전기를 눈으로 재확인했음에 ‘작은 만족’을 해야만 할까.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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