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기존 번호 계속 사용하게 해주세요" 호소하는 사람들

SK텔레콤이 지난달 21일 2G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면서 011·016 등 01X 번호 사용자들은 2021년 6월까지만 SK텔레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KT가 2013년 2G 서비스를 종료한 상황에서 이제 LG유플러스 사용자만 01X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통신사들의 01X 번호 서비스 이탈은 정부의 ‘010통합번호제도’에 따른 조치다. 대다수 국민이 010 번호로 갈아탔지만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 43만명, LG유플러스 9만 8000명이 01X 번호를 사용 중이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들어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환기구 설치 업무를 하는 이모(56)씨는 지난 28년간 011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통신사에서 혜택을 운운하며 010 번호로 이동을 수차례 권유했지만 이씨는 이 번호를 고수했다. 번호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다. 그는 2000년에 개인사업 중 부도를 맞았다. 그 이후에도 2차례 사업에 실패했는데 그때마다 채권, 채무자 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씨는 번호를 바꾸지 않아 독촉을 피하지 않았고 점차 빚을 탕감하며 신뢰를 쌓았다. 이씨는 “011 번호에는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그 시절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며 “할 수만 있다면 돈을 더 주고라도 011번호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자동차 부품관련 개인회사를 운영하는 김모(56)씨도 24년간 011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그가 그동안 국내외에 돌린 명함은 5만여장이 넘는데 번호를 바꾸면 혹여나 그 인맥을 잃을까봐 걱정된다고 한다. 최근에도 90년대 알고 지내던 페루의 동종업계 종사자에게 전화가 와 연락이 닿았는데 010으로 번호가 바뀌게 되면 10~20년 전에 연락하던 업계 사람들과 연락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상 규모가 큰 건을 진행할 때가 많은데 그런 것들을 전화번호 때문에 놓칠까 걱정된다”고 011을 유지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박상보(38)씨는 통화에서 “지금까지 01X번호 이용자들이 왜 해지를 안 하고 바꾸지 않는 가란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나 합의 없이 갑자기 (정부가) 서비스 종료한다고 카드를 내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01X 유지는 불가…불편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6년 92만 9000명(전체 휴대전화 번호의 1.6%)이었던 01X번호 사용자는 2017년 72만 8000명(1.2%), 지난해 52만 8000명(0.9%)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정부는 2G 서비스가 종료되는 2021년 6월까지 010번호통합을 완성할 계획이다. 번호통합이 완료되면 모든 이용자가 전화를 걸 때 식별번호(010)를 누르지 않고 뒤 8자리만 눌러 통화가 가능해지고, 정부는 기존 01X 번호에 사용된 대량의 번호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010통합정책에 따라 이미 번호를 변경한 이용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01X 번호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011로 시작하는 번호는 1억여명이 쓸 수 있는데 기존 0.9% 사용자 때문에 못 쓴다는 것은 번호자원의 유한함에 비추어 비효율적”이라며 “01X 번호를 종료하더라도 번호변경을 문자로 안내해주는 등 기존 01X 이용자들의 불편이 없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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