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사바하' 1인2역 이재인 "짐승울음도 특수분장도 모두 저예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이재인(15)은 영화 '사바하'의 발견이다. 동그란 눈과 낮은 목소리, 그리고 범상찮은 분위기의 여중생 여배우는 등장하는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의 주축. 사실 '사바하' 이전부터 아는 사람은 아는 연기파 10대다.
어머니가 SNS에 올린 깜찍한 사진 덕에 MBC '뽀뽀뽀'에 출연하며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이 2004년생 배우는 tvN드라마 '노란 복수초'(2012)에서 이유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KBS2 드라마 'TV소설 삼생이' 후아유', EBS '보니하니'에 출연했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선 어린 엘사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스크린에선 활약이 더 눈부셨다. '무서운 이야기3:화성에서 온 소녀'에선 인간을 꼭 닮은 사이보그를, '아이 캔 스피크'에선 어린 정심을 연기했다. 특히 지난해 개봉한 영화 '어른도감'에서는 어른보다 어른같은 아이 경언으로 분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꾸준히 흥행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한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제작 외유내강)에서 이재인은 쌍둥이 자매인 금화와 '그것' 역을 맡아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사이비 종교를 쫓던 목사가 신흥 종교단체를 추적하면서 마주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이재인의 금화, '그것'은 사건의 주요한 축이다. 이제야 그녀를 알아본 수많은 관객들의 찬사도 이어진다.
하지만 마주한 그녀에게서 들뜬 기색을 찾지는 못했다. 낮지만 또렷한 음성으로 영화의 문을 열어젖혔던 이재인은 여전히 나즈막한 목소리로 "감사하다" 말할 뿐이었다. 그는 "목소리가 잘 어울렸다고 해서 뿌듯했다"며 "내가 이랬다고 말하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초반의 분위기를 잡아주지 않나. 잔잔하지만 조금은 음산하게, 감정을 빼고 이야기했다. 좀 더 낮은 목소리를 내려 했다. 평소 내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생각할 일은 많지 않으니까. 좋다고 해주시니 '내 목소리가 좋은가' 생각도 들고 기분이 좋다."
처음엔 소녀 금화만을 연기할 뻔했다. 오디션도 금화 역으로 봤다. '그것' 역까지 1인2역을 연기하게 된 건 이재인의 제안 때문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쌍둥이가 가지고 있는 유대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 내가 쌍둥이를 하면 금화와 '그것'이 서로에게 생각하는 마음을 편하게 표현되지 않을까 해서 감독님께 제안드렸고, 감독님도 괜찮을 것 같다 하셔서 오디션 보듯 테스트를 했다."
짐승의 모습으로 태어난 '그것'의 털이 가득한 모습도 이재인이 직접 연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금화와 '그것'의 전부를 그려보인 셈이다. 괴물같은 이빨이 드러나는 특수분장, 기괴한 울음소리도 전부 이재인에게서 태어난 것들이다. 특수 분장이 2시간씩 걸렸다.
"초반엔 짐승의 모습이다. 그 속에서도 외로움이나 갇혀 지내는 서러움을 표현할 방법이 적다. 괴기스럽고 사람소리 같지 않지만 서럽고 슬픈 소리를 내려했다."
무엇보다 신경을 썼던 건 '그것'이 완전히 변모한 마지막 모습. 탈피를 거친 기묘한 비주얼부터 물흐르듯 흘러가는 수인까지가 도전의 연습이었다. "신비롭고 절대적인 느낌"이 주고 싶어 수인은 안무 선생님과 맞춰 연습했다.
독특한 비주얼을 위해 이재인은 머리를 삭발하고 눈썹까지 밀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사춘기 소녀에게는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터. 이재인은 작품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기에 10초만 고민하고 직접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어버렸다며 다부지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눈물은 안 났냐'는 질문에 "눈물나기보다는 웃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삭발보다 연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가장 많은 연습을 했어요. 나한(박정민)과의 대화는 파트를 나눴어요. 처음엔 책망하고, 다음엔 안타까워하고, 나중엔 약한 점을 건드려 굴복시키죠. 절대적인 신 분위기를 내야 했어요.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그것'도 심정이 이상했을 것 같아요. 그 말을 위해 '그것'이 태어난 거니까요. 그 눈빛에 지금까지 담아왔던 것을 내뱉는 느낌을 주려 했어요. 참 슬픈 캐릭터에요. 태어난 목적을 달성해서 이제 가치가 없어져버린 그것이 슬펐어요."
외로운 소녀 금화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집을 나가려다 발걸음을 돌린 금화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것'의 밥그릇을 걷어찬 마음은 어땠을까. "금화의 마음을 돌린 것은,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약간의 사랑이라고 할까. 미안하기도 했을 것이다. 언니는 도망칠 방법도 없으니까. 원래는 우는 장면에 대사도 더 있었는데 편집이 됐어요."

영화가 공개되자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귀신들린 소녀를 연기했던 박소담을 떠올린 영화팬들이 '제2의 박소담'을 운운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재인은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봤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뿌듯하고 부담도 된다"고 털어놨지만 "이재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중3 소녀, 그 나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밝은 기운을 표현하고도 싶다.
"학예외 MC를 놓친 적이 없고, 성격은 꽤 발랄하다"는 이재인은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평소엔 그저 중3 같은 모습"이라고도 했다. "성숙해 보이려 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어른스러워 보이기보다 제 나이 때 겪을 수 있는 감정을 그리고 싶다"면서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밝은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이재인은 '연기가 좋아서 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부족하지만 제 연기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을 것 같다. 좋아서 하는 거니까, 제가 느끼는 연기에 대한 사랑이 전달되면 좋겠다."
"머리 자른 김에 이 머리로 작품도 찍었다"는 이재인은 "짤막한 커트머리를 유지할 생각이 없다. 빨리 기르고 싶다"고 생긋 웃었다. 불과 몇 년 만에 몰라볼 만큼 부쩍 성장해 돌아온 이 남다른 여배우은 어떤 열일곱, 어떤 스무살로 자라나갈까. 예쁜 미소를 보며 기분 좋은 궁금증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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