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이준석이 말하는 한국 페미 "입맛에 맞춘 변종"

강주헌 기자 2019. 3. 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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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핫피플 핫뷰]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택시' 인터뷰
지난달 2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택시인터뷰를 가진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강주헌 기자


'대깨준(대가리 깨져도 준석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관련 글에 심심찮게 달려있는 20~30대 남성들의 지지 댓글이다. '대깨준'은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자를 희화화해 일컫는 '대깨문'에서 변형시킨 표현이다.

이 최고위원은 "젠더 갈등을 앞으로 어떻게 중재하느냐가 정치권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언했을 뿐"이라며 "어느 순간 살면서 의도하지 않은 위치였던 '반페미니즘 선두주자'처럼 돼버렸다"고 웃었다.

남성 2030 세대의 '대변인'으로 떠오른 이 최고위원과 지난달 28일 만났다. 그가 주목하는 젠더 이슈, 젊은 정치, 바른미래당의 역할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7시 30분 노원역에서 이 최고위원이 운전하는 택시를 탔다. 이 최고위원은 이달 1일부터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했다. 택시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직접 체험하려고 직접 택시 기사가 됐다.

이 최고위원은 "택시기사가 된 건 단순히 민심을 탐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자율주행차의 대두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라질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택시다. 이러한 산업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이냐. 거기에 정당이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걸 체감하고 산업종사자들의 세세한 감수성을 느끼기 위해서 직접 택시를 운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이동훈 기자

다음은 이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남녀평등과 역차별을 주제로 발언한 것이 화제다.
▶정치인은 확실히 이슈를 타고 다닌다. 상식선에서 접근한 것이 호응을 받았다. 제가 처음에 그 젠더 문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했을 건 이수역 폭행사건 때다. 이건 아무리 봐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 아니냐. 저도 동네에서 술을 먹고 다니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살다 살다 멀쩡한 술집에서 머리 짧고 화장을 안했다는 이유로 여자를 때리는 건 상상도 못한다. 그런데 청와대 게시판에 30만명이 청원하며 여성혐오의 대표사례로 떠올랐다. 일반적 주취갈등 을 그렇게 치환해서 이해할 수 있나. 그 안에 악의를 띠고 일부가 선동하기 위해 입에 담기 험한 말들을 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에 그런 개념들이 해외에서 들어올 때 변질돼서 들어 온 경우가 많다. 페미니즘과 성평등 이슈도 그렇다. 2007년까지 미국에 있었는데 그때 성평등 이슈가 대두됐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형태로 발달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페미니즘은 두분류가 있었다. '여성과 남성 간 신체‧능력 차이를 보정해야 한다'라는 의견과 '여성과 남성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두 역할이 평등해야 한다"라는 주의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고 경우에 따라 입맛에 맞는 걸 얘기한다. MB정권 때 사회적기업을 일자리 개념으로 가져온 것처럼 수입된 '오개념'이다.

-2030 남성들이 현 정부에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분노의 지점이 무엇이라 보나.
▶젊은 세대가 이 사회에서 한번이라도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양대 정당은 각각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했다는 자부심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그게 정치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카르텔이 됐다. 지금의 2030세대 경우 '우리의 주제'가 뭐냐에 대해서 합의가 안되고 있는 것 같다. 세대적인 아젠다로 무엇을 만들어야 될 것인가에 합의가 없는 것이다. 이게 발굴되지 않는 한 젊은 정치 리더도 안 나올 것이고 그에 대한 박탈감과 상실감은 계속될 거라 본다.

-2030 세대를 대변하는 것이 표를 의식해 편승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반론의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예전 제 발언들을 보면 최근 이슈를 의식해 일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 분도 있다. 반대로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는 실망스러운 발언이 처음에는 개인적 차원에서 '설화'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 '확신범'이라 생각한다. 구조적으로 민주당에서 성대결구도로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겼다. 이런 과정에서 절 비판하는 사람들의 반론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차원에선 젠더 문제를 어떻게 보나.
▶저는 그것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주 지지층 타깃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선행돼야 된다. 지난 1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는 우리 사회 여러 갈등 중 성 갈등을 넘버원으로 뽑았다. 지역·이념 갈등은 하위권이었다. 당은 이름은 바른미래인데 아직도 말하는 게 상투적이다. 창당의 의미로 꼽을 때 영호남 지역갈등과 보수진보 이념 등을 말한다.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바른미래당도 결국 기성세대가 관심 있는 이슈로 접근하는 정치문법을 쓰는 것이다.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난 1월 2일~3일 전국 1018명을 상대로 실시한 공동체 갈등 관련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20대의 57%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성 갈등을 꼽았다.)

-아직 틀을 깨지 못한 당에 해법을 제시하자면.
▶젠더 이슈룰 발굴하자고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말해왔다. 제가 대표가 됐으면 더 세게 밀어 붙였을 것이다. 어쨌든 이슈를 발굴해서 효용은 입증한 셈이다.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사람들이 바른미래당의 얘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의미가 크다. 안철수 전 대표가 4차산업혁명 얘기를 많이 했다. 자신이 벤처를 해서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런 판박힌 정치멘트는 이제 필요없다. 택시운전을 하게 된 이유도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다. 민생탐방을 하려면 노원역에서 유권자들과 악수하는 게 낫다. 도태되는 구산업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정치권이 해야 한다. 음식이 맛있는 게 중요하지만 플레이팅도 중요하다. 거기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 당 연찬회 때도 불거졌지만 진보와 보수 등 당 가치 정립을 두고 말이 많다.
▶바른미래당은 지금 방향성이 사분오열된 '협동조합' 형태다. 물건은 공동구매 하는데 따로 값을 치르는 느낌이다. 민주당이 0이고 한국당이 1이라면 0.5를 하자는 '극중주의'도 있고 한번은 민주당, 한번은 한국당 편을 들어야 우리를 바라본다는 '인터벌 이론'도 있다. 그런데 그런 형태의 중도모델은 경험적 실패를 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바탕이지만 중도라는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아젠다 발굴이 지상과제라 본다. 예를 들어 페미니즘 이슈에서 보수적 관점이 녹아난다면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길이 될 것이다. 보수니까 나는 이걸 하겠다가 아니다. 선후가 바뀐 것이다.

-청년 층에 어떤 정치가 어필할 수 있을까.
▶젊은 세대들은 다분히 논리적이고 본인도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한다. 유시민 작가도 '싸가지가 없다'고 욕을 먹었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끈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최근 100분 토론 출연이 반향을 일으킨 것도 그런 맥락이 있었다고 본다 토론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면 여성들에게 제가 공격을 받아야 정상인데 공격이 세지 않다. 사회 갈등이 날 만큼 발언이 무리하지 않고 상식적이었다는 것이다. 탈북자 인권 운동을 했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이던 시절인 2014년에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삐라 날리기 운동하는 사람들을 비판한 적이 있다. 삐라를 날린 날 하 의원이 기상도를 봤는데 남쪽으로 바람이 불었다며 왜 남쪽으로 삐라를 날리냐고 지적한 것이다. 다분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때로는 자기가 속한 집단, 의견을 공유하는 집단도 칼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무산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에서 내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을 거고 제재도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북한은 핵폐기국보다 핵보유국이 국제적 지위가 좋은 건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들이 증명해줘서 알고 있다. 결국 장기화 될 거라고 본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문재인 정권도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문 대통령은 '쌍둥이트러블'에 처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 때도 임기 초기에 경제가 어렵다 했는데 해외순방 외교로 지지율이 오르고 했다. 그러다 무너진 건데 문 대통령도 똑같이 돼가고 있다. 현재 경제가 난장판인 건 국민들이 알고 있다. 오히려 '평화가 경제다'라는 말도 안 되는 구호까지 가져왔는데 이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나와서 하는 말을 누가 믿겠나. 아무리 평화를 얘기해도 그들이 하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제 '학설'이다.

-남북경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남북경협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현금 지원성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북한이 받아들인 경협이라는 건 현금 지원성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금강산 관광이다. 북한은 현금성 사업만을 원했지 반대로 경제적으로 장기 결속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개성공단 같은 '인건비 따먹기' 사업이나 묘향산·금강산 관광 사업 2016년에 그랬듯 북한이 수틀리면 언제든지 접을 수 있는 사업들이다. 국민들이 이제 동의하지 않을 거라 본다.

(이 최고위원은 다른 기사들과 똑같은 근무조건에서 일한다. 교대제로 근무하는 그는 일주일마다 주간조와 야간조를 오간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일제가 아닌 교대제의 경우 주간조 사납금은 12~13만원이고, 야간조는 그보다 2만원 더 비싸다.


이 최고위원은 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하면서 출연하던 방송 2개를 그만뒀다. 그는 하루 12시간 운전한다. 출발지 노원에서 도착지 수유까지 택시비는 1만300원이 나왔다. 12시간을 일해도 사납금을 내기 버겁다는 그는 기자와 인사를 나누기 바쁘게 다음 손님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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