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얼음 사르르" 봄철, 위험천만 '샛길' 산행 [김기자의 현장+]
봄철 날씨가 풀리면서 등산객들도 늘어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붕괴 사고 종종 발생 / 샛길은 출입 사고 시 현장 구조가 지연돼 인명 피해 / '나 하나쯤이야 뭐! 괜찮아' 비뚤어진 얌체 꼴불견 / 최근 5년간 산악 안전사고 1080건 중 샛길에서만 32건 / 자신감 찬 '안전 불감증' / 봄철 산행 안전 수칙은 필수

"에이 걸리겠어? 괜찮아! 괜찮아! 안 걸려."
이른 봄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하지만, 낮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살짝 봄기운 느낄 수 있다. 전국 명산은 향긋한 봄 내음을 풍기며 등산객들을 부르고 있다. 두꺼운 옷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의 등산객들이 몰리며 봄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과 청명하고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 따스하게 내리쬐는 봄 햇살에 산과 들은 서서히 푸른 옷으로 갈아입으며 등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철을 맞아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을 펴고 산을 찾는 사람들. 본격적인 등산 시즌을 알렸다. 지난달 28일 찾은 도봉산에는 벌써부터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꼴불견’ 행동을 일삼는 등산객들 때문에 올해도 국립공원은 벌써부터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일부 등산객의 비뚤어진 마음으로 "안 걸려 걱정 마", "나만 따라와", "나쯤이야 뭐!" 하는 '얌체 행각'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처럼 일부 등산객들의 꼴불견 행동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등산객들이 활동하는 산악 동호회 카페에서는 '신 탐방로 개척'했다며 후기를 적은 글도 찾을 수 있다.
도봉산 탐방로를 걷다 보면 '샛길 출입금지' 팻말이 눈에 잘 띄는 곳곳에 설치돼 있다. 위험한 샛길 산행은 해마다 반복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일부 등산객의 몰지각한 행동이 산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기분을 망치고 어렵게 가꾼 산림마저 훼손하고 있다.
샛길을 찾아 걷는 한 등산객은 "괜찮으면 됐지 뭐!"라며 쏘아붙이며 무안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이 모습을 본 등산객은 "경고 팻말을 왜 붙였겠어요. 위험하니깐 붙였죠. '샛길 출입금지'라고 하면 들어가지 말아야지. 왜 들어가는지 몰라"라며 이해할 수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부 등산객은 '샛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속의 눈길을 피해 펜스를 넘거나 계곡에서 손을 씻는가 하면 인근에서 소변을 보는 몰지각한 등산객도 눈에 띄었다. 산불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임에도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해온 술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까지 눈에 띄었다.
◆ "해빙기, 얼음 사르르" 위험한 샛길 ‘산행’
날씨가 풀리는 해빙기. 해빙기 낙석은 겨우내 바위 면과 돌 틈 사이에 있는 물이 얼어 틈 사이가 팽창했던 물이 기온이 올라 녹으면서 암반 지지력이 없어져 발생한다. 따뜻한 봄 날씨에 보기에는 눈이 다 녹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돌 윗부분에 살얼음처럼 살짝 덮여있는 경우도 많다. 또 녹아내린 물이 흙 속에 스며들면서 미끄러지기 쉽다.

기존 탐방로가 아닌 샛길 산행은 매우 위험하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낙석이나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샛길 산행 시 자칫 미끄러져 급경사지나 절벽 아래 떨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봄철 대부분의 사고는 낙상이나 추락으로 인한 골절 사고다.
샛길은 기존 탐방로보다 좁고 급경사 구간이 많고, 낙석 위험지대를 지나는 경우가 많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얇게 살얼음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식 탐방로는 일정 거리마다 위치 표지판이 있지만, 샛길에는 이런 표지판이 없어 위기상황 발생 시 현장을 찾고 구조하는 일이 쉽지 않다. 긴급구조위치 표지판의 번호를 알려주면 구조대원이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지만, 샛길 사고 시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렵다.

특히 휴대전화가 불통인 곳도 많을뿐더러 119로 신고해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시간이 걸린다. 샛길 불법 산행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등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추락, 낙석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도 매우 높다.
◆ 실족추락 1492건으로 유형별 최다…지반약화·과욕·과로·음주
봄철인 요즘 전국 국립공원마다 등산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입산 통제구역에 있는 샛길로 몰래 다니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내 주요 산(山) 중 북한산·도봉산·관악산·수락산 등에서 산악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서울 시계 주요 산에서 산행 중 발생한 산악사고 4518건을 분석한 결과 북한산이 1177건(998명 구조)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봉산 807건(682명 구조), 관악산 586건(550명 구조), 수락산 429건(333명 구조) 순이다.
산악사고 유형별로는 실족추락이 149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조난 667건, 개인질환 391건, 자살기도 92건, 암벽등반 77건 순이다.
봄철(3~5월)에 주로 발생하는 산악사고 유형은 실족추락(421명)이다. 이어 일반조난 148명, 개인질환 89명, 자살기도 29명, 암벽등반 15명 순이다. 실족추락 사고가 많은 것은 지반약화, 과욕(만용), 과로, 음주 등 때문이다. 실족·추락 사고는 등산로에서 미끄러져 골절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4일 도봉산에서 등산객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50대 여성이 서울 도봉구 도봉산 자운봉 인근 Y계곡에서 30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현장은 줄을 잡고 등산해야 하는 험한 지역. 소방당국 관계자는 "'등산로의 줄을 잡고 있다 놓치며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전날 내린 눈과 비가 얼어 바닥이 미끄러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 산악 전문가 "봄철에는 동네 뒷산도 얕보면 안 된다" 강조했다. 이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상정보 및 등산경로 사전 확인과 함께 큰 온도차에 대비한 방한복 준비, 등산 전 가벼운 준비운동, 보호대와 스틱 등 준비가 필요하다. 또 올바른 신고 방법을 기억하고 안전수칙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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